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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도되다니: 헤일로 4 리뷰 – 네이버 블로그
게임은 헤일로 3편의 결말부에서 이어지는 가운데 치프와 코타나는 선조 실드 월드 레퀴엠에 도착하고, 미처 행성에 진입하기도 전에 코버넌트 잔당의 …
Source: m.blog.naver.com
Date Published: 7/14/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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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의 헤일로4 (Halo4) 리뷰 – 불온한 그 시작.
Halo 4 (헤일로 4). 출시일 : 오리지널 – 2012년 11월 6일. 리마스터 – 2014년 11월 11일 (XBOX). 2020년 11월 17일 (PC). 장르 : 하이퍼 FPS.
Source: stg1994.tistory.com
Date Published: 3/3/2022
View: 7052
Halo 4 구입 | Xbox
UNSC의 거대 전함 인피니티에서 Halo의 전통적인 멀티 플레이와 스파르탄 옵스를 즐겨 보십시오. … Halo 4. Microsoft Studios • 슈팅. 개별적으로 사용할 수 없음.
Source: www.xbox.com
Date Published: 9/25/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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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에 대한 기사 평가 헤일로 4
- Author: 게임컷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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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Published: 2020.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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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도되다니: 헤일로 4 리뷰
헤일로: 리치를 끝으로 번지는 프랜차이즈를 떠났고, 이제 마이크로소프트 소속 343 인더스트리가 후발주자로서 헤일로의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그리고 번지가 한창 데스티니 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2012년, 343 인더스트리는 스튜디오 최초의 정식 후속작인 헤일로 4편을 야심차게 출시합니다. 2007년 출시된 헤일로 3편에서 이어지는 후속작으로, 헤일로 3: ODST와 리치 이후 마스터 치프와 코타나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최초의 작품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전쟁을 끝내라’는 3편의 표어가 드러내듯 이미 완결된 삼부작에 다시 시동을 넣을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와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7년이나 지난 지금, 헤일로 4편에 대한 상세한 감상을 이제야 써내려갑니다. 무엇이 저로 하여금 그토록 오랫동안 헤일로 4편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게 했는지는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헤일로 4편이 출시된 2012년 이후로 게임과 직접적으로 관련한 글은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이유야 여러 가지 있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4편에 대해 뭐라고 평가를 내려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임 자체는 탄탄하고 새롭게 추가된 적이나 장비도 상당히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이며, 광기로 말미암아 필연적인 죽음을 앞둔 코타나와 그런 코타나를 지켜볼 수밖에 없으며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 대처하고자 분투하는 마스터 치프의 모습을 조명하는 각본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게임을 끝내고 패드를 내려놓으면서 무어라 꼬집어 말하기 힘든 허전한 기분을 도저히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높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게임의 완성도에 대한 실망감도, 제작사 이관으로 말미암은 분위기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도, 마스터 치프와 코타나의 이별로 끝나는 결말에서 오는 상실감도 아니었습니다.
헤일로 4편을 접한 플레이어들의 반응은 헤일로: 리치 때처럼 갈렸습니다. 당시 번지가 가한 설정 수정으로 말미암아 팬들, 그 중에서도 특히 헤일로 세계관에 관심이 있던 설정 팬들 사이에서는 출시 이후 몇 년간 열띤 논쟁이 벌어졌던 사례가 지금도 뇌리에 선한 가운데, 그러한 논쟁의 불씨는 헤일로 4편의 출시 이후 다시 불붙은 것입니다. 헤일로 4편을 놓고 ‘헤일로의 명맥을 잇기에는 부족한 작품이다’는 부정적 평에서부터 ‘첫 술에 배부른 법 없으니 더 지켜보자’는 유보적인 평, ‘아니다, 이만하면 충분히 잘 만든 작품이다’는 긍정적 평까지 스펙트럼은 다양했지만, 공통된 의견은 아직 343 인더스트리가 번지의 후광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번지라 해서 문제가 전혀 없었던 개발사는 아니지만, 이만하면 역시 구관이 명관임을 증명하는 사례로 남기에 충분한 반응이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헤일로는 관심에서 멀어져 갔습니다. 평가를 유보하고 싶은 생각에 헤일로가 예전처럼 매력적으로 비치지도 않고, 단순 게임을 떠나 소설과 만화와 영상물 등 이후의 최근작들에 대한 실망과 허탈감에 헤일로: 전쟁의 서막을 처음 접했던 순간의 추억에 안주하고만 있었습니다. 허송세월 하는 사이 마스터 치프 콜렉션이 나오고, 정식 후속작인 헤일로 5: 가디언즈까지 나왔습니다. 후속작이 그러한 권태감을 불식시켜 주기를 바랐지만,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평가는 갈리면서 그런 바람은 보기 좋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현재 헤일로가 가고 있는 방향과 비교적 부진했던 근래의 흥행을 떠나서, 헤일로라는 프랜차이즈가 이렇게 재개되도록 했던 작품인 헤일로 4편에 대한 평가를 더는 지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출시 이후로 줄곧 마음을 심란하게 했던 문제작을, 뒤늦게나마 살펴볼까 합니다.
캠페인
전반적으로 4편의 이야기는 2편에서만큼 흥미로운 정치적인 요소는 없으며 리치에서 그랬던 것처럼 기존 설정을 불필요하리만큼 대거 수정 및 보정하면서 빚었던 악몽 같은 마찰도 없습니다. 줄거리는 굉장히 단순하고 직설적이며, 바통을 이어받은 개발사가 으레 그러듯 전반적 구성은 전작의 큰 줄거리를 모방하면서 자신들만의 색채를 덧입힌 식입니다. 그래서인지 구 삼부작의 첫머리였던 전쟁의 서막처럼 새로운 삼부작의 출발인 4편도 외견상으로는 자가완결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중간 중간 이야기가 매끄럽게 맞물리지 않거나 긴박감과 감정적 충격을 제대로 전해주지 못하는 부분도 종종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전반적으로 새로운 이야기 구도의 가능성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결말에 이르러서는 343이 말하던 ‘새 여정의 시작’이라 하기는 어딘가 흐지부지한 인상을 남깁니다.
게임은 헤일로 3편의 결말부에서 이어지는 가운데 치프와 코타나는 선조 실드 월드 레퀴엠에 도착하고, 미처 행성에 진입하기도 전에 코버넌트 잔당의 습격을 받습니다. 코타나는 치프에게 우주를 표류하느라 종전 이후 4년이 지났음을 상기시키지만, 설정상의 이유를 떠나 코버넌트가 굳이 그곳에 포진한 현실적 이유는, 솔직히 헤일로에서 코버넌트만큼 만만한 싸움 상대가 없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상헬리 사회의 정치적 갈등과 내분은 전혀 언급되지 않으며, 국제연합 우주사령부와 동맹을 맺었던 아비터 휘하 온건파 역시 얼굴을 내비치기는커녕 일언반구도 없습니다. 치프와 코타나 모두 문명 세계와 단절된 채로 장장 4년간 우주를 표류했으니 전후 상황에 깜깜한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다시 아군과 접선하므로 뒤늦게나마 부연할 수 있었을 텐데, 결과적으로 자연스럽게 정황을 설명할 기회를 날린 셈입니다.
다행히도 4편에서 주인공 일행이 맞닥뜨리는 가장 큰 문제는 코버넌트가 아닙니다. 의문의 선조 행성에 불시착한 이후 치프는 코타나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고, 핼시 박사에게 데려가 광기를 치료하고자 합니다. 코타나는 자기제어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갈수록 쇠약해지는 와중에도 힘닿는 데까지 치프를 보조하며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갑니다. 이는 4편의 각본에서 돋보이는 몇 되지 않는 장점 중 하나입니다. 마스터 치프와 코타나의 상호관계, 즉 노련한 군인과 인공지능 동료간의 우애와 서로간의 헌신과 신뢰로, 이와 같은 전개는 지난 삼부작부터 계속된 두 인물의 관계에 정점을 찍습니다. 전반적인 설명 부족과 너무 빠른 전개로 헤일로 4편의 캠페인은 순탄치 않지만, 그 속에서도 마스터 치프의 심리 변화와 성장, 그리고 그와 코타나의 관계 조명은 빛을 발합니다.
그러나 인공지능 동료를 구하기 위한 치프의 분투는 이윽고 다이댁트와 그 휘하의 프로메테안 군대가 나타나면서 난관에 봉착하게 됩니다. 최후의 선조 생존자인 다이댁트는 풍채부터 인상적이고 격조 있는 어휘를 구사함에도 묘사의 깊이가 없어, 만면에서 간교하고 노회한 풍모를 뿜어냈던 진실의 사제와 대조적으로 삼류 악당 수준에 그칩니다. 인물의 지위와 실제 능력으로는 진실의 사제가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나 정작 게임에서는 그런 면모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까닭에, 그의 존재감은 흰 모호크 머리와 중력 망치를 빼면 흔한 악당 졸개 일인자였던 타타루스에 가까워 보일 정도입니다. 다이댁트는 인간을 극도로 혐오하는 나머지 크립텀에서 깨어나자마자 컴포저라는 선조 장치를 이용해 인류를 재처리, 자신의 프로메테안 군대로 복속시켜 복수와 기계화 군단 재창설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달성하고자 합니다.
당연하게도 치프는 다이댁트의 야욕을 저지하고자 그를 뒤쫓게 되면서 일방적 추격전이 캠페인의 나머지 분량을 차지합니다. 때마침 국제연합 우주사령부 최신예 기함 인피니티가 레퀴엠에 도착하고, 다이댁트는 레퀴엠에서 탈출하고자 반파된 포워드 언투 던을 상대로 그랬던 것처럼 인피니티를 실드 월드 내부로 강제 견인합니다. 인피니티의 함장 앤드류 델 리오 대령은 용렬하고 근시안적인 인물로, 다이댁트의 존재와 그의 계획에는 별반 관심이 없으며 어떻게든 추락한 인피니티를 수리해 레퀴엠에서 빠져나감으로써 자신의 경력에 흠집을 내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됨됨이가 그런 인물이다 보니 전설적 영웅인 치프가 함선에 탑승함으로써 생겨난 지휘계통의 요동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며, 큰 그림을 보자고 주장하는 치프와 대립각을 세웁니다.
마스터 치프와 코타나의 관계 조명은 헤일로 4의 이야기에서 돋보이는 부분이다. 함께한 시간이 짧다고 관계의 깊이마저 얕으리라는 법은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냉동수면 기간을 제외하면 두 인물이 함께한 기간은 불과 반년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델 리오 대령의 부관 토마스 라스키 중령은 이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자신의 재량권 내에서 최대한 치프를 보조합니다. 라스키는 설정 면에서 다이댁트와 정반대에 있는, 설정 융합의 좋은 본보기입니다. 다이댁트가 처음으로 언급된 시점은 헤일로 3편이고 그가 자세히 그려지기 시작한 것은 소설 크립텀에서부터입니다. 라스키 또한 헤일로 4편 홍보용 웹 시리즈이자 광고를 제외하면 최초의 공식 실사 영상물인 포워드 언투 던에서 그의 유년기를 다뤘고, 소설 킬로 파이브 삼부작 제2권 목요일 전쟁에서부터 부관으로 등장했습니다. 본편 외부의 매체에서 처음 언급되었다는 점에서 두 인물은 공통점이 있으나, 라스키는 포워드 언투 던을 시청하지 않은 게이머라도 대강 치프와 구면이라는 사실쯤은 충분히 짐작하고 넘어갈 수 있으며, 다이댁트마냥 동기가 모호해 이야기 이해에 걸림돌로 작용하지도 않습니다.
델 리오 함장이 인피니티를 탈출시킬 준비를 하는 사이, 치프는 코타나와 함께 새로운 위협을 저지하고자 고군분투하던 중 라이브러리안과 조우하고, 다이댁트에게 맞서고자 모종의 개조를 받게 됩니다. 다이댁트는 인피니티 나포가 여의치 않자 알아서 머리를 조아리는 음다마 함대를 대동한 채 레퀴엠을 탈출하고, 인구 중심지인 지구로 가기에 앞서 인간을 자신의 프로메테안 기계화 군단으로 변형시키기에 필요한 컴포저를 확보하고자 03시설 헤일로 궤도에 들립니다. 그 과정에서 헤일로 인근의 연구 정거장에 있던 인원이 모두 수확당하지만, 치프는 라이브러리안의 개조로 컴포저에 면역이 생겨 살아남습니다. 그 직후 다이댁트는 지구로 직행하고, 치프는 코타나의 도움에 힘입어 지구 궤도에서 다이댁트의 기함 전진하는 수호자의 의무를 파괴함으로써 계획을 저지하며, 그 과정에서 코타나는 자신을 희생합니다.
굉장히 애잔한 결말이지만 치프와 코타나의 관계 묘사를 제외하면 그 도정에서 벌어지는 전개는 산만합니다. 처음에는 코타나를 구하고자 핼시 박사를 찾으러 나서면서 시작된 이야기의 대부분은 복수심에 눈이 먼 삼류 악당을 추적해 그가 지구의 인류를 말살하지 못하도록 막는 데만 골몰하고 있습니다. 코버넌트는 그 추적이 지루하지 않도록 곁들이는 들러리일 뿐입니다. 종전된 지 얼마나 됐다고 또다시 지구가 공격받은 것은 크나큰 비극이지만, 정작 그 참상을 궤도에서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플레이어의 시각에서는 그렇게까지 충격이 실감되지 않습니다. 핼시 박사는 도입부의 CG 영상에서만 등장할 뿐 치프와 코타나와 만나보지도 못합니다. 본편의 연장선상인 스파르탄 옵스에서 다시 CG로 등장하기는 하나 여전히 재회는 없으며 속편을 염두에 깔아둔 복선인 야누스 열쇠도 맥거핀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렇잖아도 신인이라 생소한 마당에 다이댁트라는 인물이 어째서 인류를 그토록 증오하는지는 줄거리만 따라갈 경우 파악하기 힘듭니다. 더욱이 이야기 중반에 등장하는 그의 아내 라이브러리안이 어떻게든 그 간극을 메워주고자 길게 설명을 하지만 의혹만 증폭시키는 역효과를 일으키며, 그걸 듣고서 프로메테안이 인간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치프의 반응은 논리 비약으로까지 느껴집니다. 다이댁트의 동기와 원한은 캠페인 임무마다 하나씩 숨겨진 수집 요소인 터미널을 모두 시청해야 윤곽이 잡히는데, 터미널이라는 요소 자체는 헤일로 3편 이후로 줄곧 있어왔기에 팬들에게는 익숙한 요소입니다. 더욱이 헤일로: 전쟁의 서막 애니버서리부터는 시퀀스 그룹을 통해 완벽한 영상화를 거치기 때문에 접근성도 좋으나, 4편의 터미널은 게임의 줄거리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큰 결함을 안고 있습니다.
다이댁트에 관한 설정은 번지의 헤일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신비감은 헤일로에서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게임이 처음 출시된 이래 시리즈를 관통하는 신비감은 선조라는 종족을 둘러싸고 있었으나, 헤일로 1, 2편까지는 비밀에 싸여 있던 선조의 실체는 헤일로 3편의 터미널을 통해 이미 깨어진 바 있습니다. 그리고 번지는 이미 그 이전에 아이리스라는 대체현실 게임을 통해서 다이댁트와 라이브러리안을 소개함으로써 그 전주를 깔아뒀습니다. 선조라는 종족을 언제까지나 신비주의적 존재로 남겨둔다면 반복적이고 지루한 서사구조와 줄거리를 차기작에서도 되풀이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세계관을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할 기회마저 박탈당하게 됩니다. 그 비밀을 여전히 드러내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팬들은 여전히 베일 속 종족에 관해 궁금해 하다 종국에는 일말의 호기심과 신비감마저 잃었을 테니 말입니다.
게임을 떠나서 헤일로 4 캠페인은 진행 내내 어딘가 이상하다는 인상을 준다. 이는 신화 속 영웅처럼 영면에 접어들었던 치프가, 즉 잠에서 깨어나서는 안 될 인물이 불과 4년 뒤 깨어나면서 생기는 필연적 환멸일지도 모른다.
신비주의적 전개는 헤일로 2편까지는 문제없이 먹혀들었습니다. 이때까지는 게임의 도입부나 마찬가지였고 번지에서도 선조에 관한 설정에 조심스럽게 접근했습니다. 그러나 플레이어로 하여금 의문만 품게 하는 전개는 오래가기 어렵습니다. 단순히 신비감을 유지하고자 작품을 거듭하면서도 이전과 다름없는 수준의 제한된 설명만 제시한다면 결국 같은 의문만 되풀이하다 별다른 진전 없이 이야기가 끝나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는 결코 좋은 각본이 아니며 좋은 이야기라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헤일로 3편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번지에서도 선조의 설정을 터미널을 통해 다이댁트와 라이브러리안이라는 두 선조를 본격적으로 드러냈고, 비록 게임에 포함되지는 못했으나 선조의 외양에 대한 구상도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언젠가 선조가 게임에 등장할 것이며 신비감도 잦아들리란 것은 예상된 바였습니다.
그렇게 선조 또한 거대한 이야기의 일부로, 헤일로 첫 작품과 선조 삼부작에서 깔아둔 토대를 바탕으로 충실하게 구체화되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343 길티 스파크가 04시설 관제실에서 치프에게 했던 질문, ‘내게 기회가 있었더라면 난 그랬을까?’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고민해본 결과, 대답은 변치 않았습니다. 선조의 출현은 필연적이었고, 번지가 직접 그 과정을 도맡지 않았던 것은 단지 선조의 설정을 놓고 번지 스튜디오와 343 인더스트리가 의견이 갈렸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계약상 독립 전까지 두 작품밖에 더 만들지 못하는 조건 때문에 계획을 온전히 실행하지 못하리라 예감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거시적으로 본다면 343 인더스트리와 그렉 베어가 제시하는 방향이야말로 헤일로 세계관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더 장기적인 안목이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선조를 게임에 등장시키는 것과 자연스럽게 등장시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며, 이것이 바로 헤일로 4편 이야기 전개상 최대의 결점입니다. 사실 헤일로라는 세계관은 번지에서 만들었을지 모르나 본인들도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았고, 파고든다 한들 주마간산 격으로 훑고만 지나갔습니다. 이야기만 놓고 봤을 때 번지는 훌륭한 이야기를 만들어냈으나 전달하는 방식은 썩 훌륭하지 않았기 때문에, 간단한 이야기임에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때로 시간이 걸렸습니다(일례로 리치에서는 반란군을 등장시켰음에도 게임 중의 짧은 대사로 모든 설명을 대신했고 다른 부연은 없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후임자인 343 인더스트리의 방향성 자체는 바람직하나, 그런 그들도 번지의 전철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피해가지 못했다기보다는 일부러 같은 길을 밟았나 싶은 의구심마저 듭니다.
다이댁트에 관한 설정이 전작인 헤일로 3편 터미널의 연장선상에 있는 만큼, 4편에서는 다이댁트의 등장을 전후해 막간 영상이나 코타나의 대사를 통해서라도 다이댁트가 누구이며, 왜 이곳에 있으며, 어째서 치프를 보자마자 죽이려 들었는지에 관한 개략적인 설명이라도 곁들여야 했습니다. 무슨 수로 알아냈는지 코타나는 의문의 선조가 봉인에서 풀려나자마자 ‘다이댁트’라는 이름을 자연스럽게 꺼내며, 치프 역시 살아 있는 선조가 나타났는데도 태연자약합니다. 계정 연계를 통해 전편의 터미널을 모두 찾으면 받는 도전과제 ‘마라톤’ 획득 유무―그렇다 해서 글까지 정독했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에 따라 4편 속 대사가 달라지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지 몰라도, 이런 식의 건너뛰기는 지나치게 무성의합니다. 게임 전개상 다이댁트가 적으로 등장하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헤일로 3편과 리치, 애니버서리에 포함된 터미널은 모두 게임의 이야기를 심층적으로 전달한다는 공통점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 처음부터 수집요소의 역할을 했던 고로, 알아도 좋고 몰라도 좋은 보조적 성격이 강했습니다. 물론 헤일로 3: ODST의 터미널은 캠페인과 더 밀접한 연관이 있지만 처음부터 외전격이라는 작품 성격상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4편의 경우는 처음부터 게임 속에서 설명으로 곁들였어야 하는 분량이 터미널로 빠진 격이라,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터미널을 일일이 찾아봐야 합니다. 줄 음다마의 레퀴엠 발견 과정을 담고 있는 프롤로그를 제외하면 총 7편으로 구성된 이번 터미널은 다이댁트와 라이브러리안의 관계와 인류와 선조의 고대사, 그리고 어째서 다이댁트가 인류를 증오하게 되었는가에 관한 진실을 다루기 때문에, 이를 놓치면 게임은 반밖에 이해하지 못합니다.
다이댁트의 등장은 헤일로 사상 최초로 선조가 게임에 모습을 드러낸 사례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그의 비화는 자가완결인 동시에 자가완결이 아니라는 점에서 헤일로 4편의 완성도에 독이 되었다.
제약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전작들에서는 터미널 영상이 게임 디스크에 포함되어 있었던 고로 즉석에서 시청이 가능했던 반면, 4편에서는 헤일로 웨이포인트(현 헤일로 채널의 전신)라는 별도의 어플리케이션부터 설치해야 합니다. 디스크 용량 한계로 부득이하게 분리했다고 하나, 스트리밍 방식의 한계 때문에 화질이 고르지 않는가하면 어플리케이션 자체가 버그 때문에 불안정한 경우마저 있습니다. 처음부터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구성했어야 할 중요한 이야기를 수집요소로 만들어 빵 부스러기처럼 캠페인 전체에 흩트려놓은 것도 모자라, 그걸 감상하려면 또 웨이포인트라는 다리를 더 건너야 하도록 만들었으니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설정과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팬이라면 불편을 감수하면서라도 찾아보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냥 귀찮아서 건너뛸 공산이 큽니다.
헤일로 프랜차이즈에 대해서는 유독 ‘설정이 방대해 소설이나 기타 매체를 함께 접해야 비로소 게임이 이해된다’는 선입견이 있으나,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소리입니다. 터미널을 챙겨보지 않는 한, 헤일로 4편의 다이댁트는 그가 처음으로 자세히 묘사되기 시작한 소설인 선조 삼부작을 읽은 사람들조차도 온전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삼부작의 최종장인 헤일로: 사일렌티움이 게임 발매 이후에야 나왔기 때문에 삼부작의 2편인 프라이모디움까지 읽은 시점에서 게임을 접하면 도리어 의문만 증폭되는, 아예 설정을 모르는 사람보다도 더 헷갈리는 기현상을 일으킵니다. 다이댁트의 동기와 배경 설명이 게임에 충실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은, 게임이 발매되었던 2012년 게임스컴에서 343 인더스트리의 개발 감독 조쉬 홈즈가 헤일로 4편의 개발 과정에 관해 발표하면서도 인정한 바입니다.
헤일로 4편은 전반적으로 그 가능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작품입니다. 수수께끼를 탐험하고 전후의 인류 및 코버넌트 종족들의 전반적 상황을 그리며 새로운 힘의 균형을 보여줄 기회가 있었음에도, 선조 최후의 생존자라는 중요한 카드를 소홀히 꺼내더니 끝내 일회용으로 허비했습니다. 사실 번지의 원 세계관에서 선조는 다름 아닌 인류였고, 이는 구 삼부작 곳곳에서 직/간접적으로 드러난 것은 물론 번지의 각본가 조셉 스테이튼이 직접 쓴 소설 헤일로: 하베스트 조우전을 통해 확실시됐는데, 343에서는 선조 삼부작을 통해 이를 대대적으로 수정해 인류와 선조를 형제뻘 종족으로 분화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대대적 물밑작업을 해두고도 선조의 게임 데뷔는 미적지근한 막간극으로 끝맺었습니다. 이쯤 되면 세계관 확장을 위한 343 인더스트리의 설정 수정이 과연 바람직한 결정이었는가 하는 의문마저 듭니다.
배경 묘사나 분위기 조성도 훌륭하고 인물들의 감정 이입은 역대 최고 수준이며, 치프나 코타나의 관계 외에도 라스키 중령이나 틸슨 박사처럼 돋보이는 조연이 있지만, 그러한 변주가 엉성한 각본에서 나오는 불협화음을 덮어주지는 못합니다. 또한 줄기가 되는 큰 사건이 한 작품 안에서 마무리되는 자가완결형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는 하나, 자잘한 부분들은 여전히 꿰매다 만 상처처럼 반쯤 벌어져 있습니다. 가장 큰 복선은 다이댁트와 코타나의 죽음이 불분명하다는 점이지만, 그밖에는 차기작을 암시하는 실마리를 남겨두지도 않습니다. 이는 헤일로로 시작해 헤일로로 끝난 1편도 매한가지였으나, 헤일로가 처음 출시된 2001년 당시에는 속편의 발매 여부 자체가 불투명했고 지금처럼 거대한 프랜차이즈로 성장할지 몰랐던 상황이었으므로, 상이한 두 작품의 결말을 갖다 붙이며 변호하는 것도 부질없는 일입니다.
결국 전개만 보자면 무난한 편이고 충격적인 사건도 연달아 발생하지만, 지금까지 누적된 이야기와 제대로 맞물리지 못하고 겉돌면서 큰 감흥을 주지 못합니다. 그동안 방대한 세계관을 자랑한다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헤일로의 이야기 전달은 그렇게 친절한 편이 아니었는데, 새 삼부작의 시작을 끊는 4편마저 그 오명에 더욱 먹칠을 하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완성도로 따져도 헤일로 4편은 전작보다 크게 나은 점이 없으며 무덤덤하기로는 리치나 3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입니다. 이마저도 각 작품을 프랜차이즈의 일부분으로 볼 때 3편은 이야기의 절반이 분량 채우기였고, 또 리치는 충분히 피해갈 방법이 있음에도 구태여 기존의 설정과 엄청난 충돌을 일으켰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의 평가입니다. 맥락을 떠나 독립된 작품으로 놓고 본다 해도 헤일로 4편의 이야기는 호평받기 어렵습니다.
헤일로: 리치의 실수가 일주일로 압축해도 무방할 이야기를 장장 한 달 반으로 늘려버린 점에 있다면, 헤일로 4편의 실수는 한 달 반에 걸쳐 전개해도 충분할 사건과 이야기를 불과 일주일 상간으로 압축한 점에 있다.
그러나 헤일로 4편의 이야기 전개가 어딘가 와 닿지 않는 인상을 풍기는 이유가 다이댁트라와 라이브러리안이라는 선조가 게임에 등장했기 때문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그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숨 가쁠 만큼 성급한 완급조절에 있습니다. 국제연합 우주사령부, 코버넌트, 선조……. 여태 헤일로를 해온 플레이어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진영입니다. 헤일로 4편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이질적 소재가 아니라, 이처럼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익히 알려지고 사용되어 왔던 헤일로 세계관의 등장인물과 단체를 새롭게 구성한 작품입니다. 그럼에도 유독 4편이 동떨어지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렇게 엮어낸 새 이야기의 호흡이 너무 짧기 때문입니다. 근본적 문제는 더욱 방대해진 배경 설정도, 이전과는 달리 이야기 이해에 필수적인 퍼즐 조각이 된 터미널도 아니라, 게임 자체의 완급 조절이 문제였다는 데 초점이 맞춰집니다.
여기서 기존 삼부작이 어떤 식으로 이야기의 얼개를 풀어갔는지 그 전개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쟁의 서막에서 치프는 리치 행성의 함락을 뒤로한 채 필라 오브 어텀에 올라 후퇴했고, 그 과정에서 헤일로라는 수수께끼의 선조 구조물을 맞닥뜨립니다. 이어진 전투에서 치프는 헤일로가 일종의 무기이며, 코버넌트가 이 무기를 장악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저지하고자 분전합니다. 하지만 플러드라는 미지의 적대 세력이 등장하면서 전투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한술 더 떠서 헤일로가 플러드뿐 아니라 플러드의 먹이가 되는 유기체까지 몰살한다는 반전까지 겹치자, 끝내 헤일로 그 자체를 파괴하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속편인 2편은 이를 바탕으로 코버넌트와 플러드의 내면을 좀 더 자세히 조망하며 이야기를 고조했고, 3편은 그렇게 벌어진 이야기를 하나로 매듭지으며 끝을 맺었습니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헤일로 4편의 얼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게 여겨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제, 코버넌트, 플러드… 모두 끝났어요’라던 코타나의 말과 달리 실제로 헤일로 3편은 깔끔하게 전쟁을 끝내지 못했습니다. 진실의 사제는 처단했을지언정 혼전의 와중 어디론가 자취를 감춘 나머지 사제들은 잠재적 위협으로 남았고, 코버넌트 잔당은 아직 은하계 곳곳에 남아 인류를 위협하는 데다 그나마 인류와 일시적인 동맹을 맺었던 아비터 휘하의 상헬리들 역시 상헬리 사회의 강경파들과 반목하고 있으며, 가장 심대한 위협인 플러드 역시 숨을 죽인 채 재기의 순간을 노리고 있습니다(처음부터 수명이 정해진 코타나는 덤). 애초에 장장 4분의 1세기가 넘는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되어 왔던 기나긴 전쟁이, 공공의 적을 상대로 승리했다는 이유만으로 깔끔하게 매듭지어진다면 오히려 더 개연성이 없을 것입니다.
때문에 헤일로 4편은 처음부터 전작의 부채에 무릎까지 잠긴 채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바통을 넘겨받은 제작사로서 내려야 하는 가장 상식적인 판단은 기존에 마무리되지 못한 부분부터 수습하는 것이지만, 343은 성급하게도 다이댁트라는 카드부터 뽑아들었습니다. 그마저도 전쟁의 서막에서 그러했듯 차근차근 전개를 진행하며 새로운 위협(다이댁트/플러드)의 등장을 이야기 중반부 이후로 미루고, 결정적 반전(프로메테안의 정체/헤일로의 진짜 용도)을 후반부에 터뜨렸더라면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었을지 모르나, 새로운 것을 보여주겠다는 열정이 지나쳐 서두른 결과, 플레이어들은 코버넌트/프로메테안과 싸우는 동시에 번갯불에 콩 튀기듯 돌아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은 빈말이 아닙니다.
이미 첫단추를 잘못 끼운 이제 와서는 하나마나한 얘기지만, 헤일로 4편에서 줄 음다마가 이끄는 분파인 스톰 코버넌트를 주적으로 삼고, 코타나의 수명 문제와 이로 말미암은 마스터 치프의 고뇌를 배경에 깔면서, 인류를 적대시하는 선조 다이댁트의 존재에 대한 암시로 속편을 예고했더라면, 향후의 전개도 보다 수월하게 이어갈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5편에서는 전작에서 암시한 다이댁트를 실제로 등장시키는 동시에 선조 조력자로 라이브러리안을 등장시키고, 6편에서 비로소 다이댁트의 위협을 해소하는 동시에 인류가 수호자의 의무를 짊어질 계승자로서의 면모를 차츰 갖춰나가는 큰 구도를 그렸더라면, 343 인더스트리가 계획한 일명 ‘계승자 삼부작’으로서의 명분도 살았을 테지요. 그랬더라면 6편인 헤일로: 인피니트에 와서는 정식 넘버링마저 포기하고 정신적 리부트를 자처할 일도 없었을지 모릅니다.
게임플레이
무기
헤일로 4편에서는 이전에 등장했던 대부분의 국제연합 우주사령부 제식화기가 돌아왔는데, 용도는 종래와 큰 차이가 없지만 공격력과 정확도에 소소한 변화가 있습니다. 돌격소총은 근거리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며 점사 시 교전 범위는 중거리까지 넓어집니다. 리치에서의 첫 등장 직후부터 사랑받아온 지정사수소총(Designated Marksman Rifle/DMR)은 장거리 교전에 적합하고, 공격력으로는 전자에 비해 떨어지는 전투소총은 방어막이 없는 적을 상대로 탁월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전투소총과 돌격소총은 비슷한 기능을 하기는 하지만 개성이 뚜렷해 겹친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지정사수소총은 본작에 등장하는 장거리 정밀화기 중 저격소총을 제외하면 가장 신뢰성이 높고 정확하며, 조준 보정을 약간 줄이거나 연사력을 낮추는 방식으로 하향해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그 위력과 활용성이 탁월합니다.
상대방과 공중전화상자 안에 함께 들어간 정도의 근거리에서만 위력을 발휘하던 리치에서와 달리, 산탄총은 유효 사거리와 위력이 향상됐는데, 대략적인 사격감은 헤일로 1편 때와 비슷합니다. 고위력 화기의 대명사인 로켓 발사기의 성능은 여느 전작과 마찬가지이며, 스파르탄 레이저도 그렇습니다. 저격소총은 전작과 거의 유사하지만 조준 보정이 약해져서 수월하게 조작하려면 조작감을 다시 익혀야 합니다. 대부분의 화기가 전보다 유용해진 가운데 유독 매그넘 권총은 예외입니다. 그렇다고 1편에서처럼 뻥튀기된 화력과 명중률로 회귀해 밸런스를 깨뜨려야 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체감상 매그넘의 성능은 조준경 삭제만 빼면 리치 때와 거의 비슷합니다. 그래도 권총이라는 분류에 걸맞게 부무장으로서의 기능은 충분하며, 플라즈마 피스톨과 함께 쓰면 주무장으로도 큰 손색은 없습니다.
약간의 조정을 거쳐 대거 재등장한 기존 총기와 더불어, 새 삼부작의 시작과 함께 새로 등장한 총기도 몇 가지 있습니다. 국제연합 우주사령부 제식화기 목록에서 경기관총이 없다는 사실(설정이 아니라 게임에서 사용 가능한 형태로)이 맘에 걸렸던 점은 둘째치더라도 그동안 헤일로에 경기관총이 등장하기를 바라던 플레이어가 적지 않았는데, 신무기 중 그 갈증을 해소해줄 첫 타자가 바로 분대지원화기(Squad Assist Weapon/SAW)입니다. 넉넉한 72발들이 드럼 탄창과 높은 연사속도 덕분에 사살률이 대폭 상승된, 강화판 돌격소총의 형태로 등장한 분대지원화기는 여타 FPS 게임 속의 유사 총기와 맞먹는 준수한 성능을 발휘합니다. 거기에 격발음이나 타격감도 좋은 편이고, 경기관총 치고는 집탄도 받쳐줘서 점사로 쏜다면 돌격소총처럼 중거리까지도 충분히 교전이 가능한 다목적 기관총입니다.
점착식 유탄발사기는 기본적으로 리치의 유탄발사기를 계승한 형태입니다. 발사 후 수동으로 폭약을 터뜨려야 하는 데다 폭발 시 적을 교란하는 전자기파가 발생하지 않으며, 도탄되는 성질도 없어 전작의 유탄발사기와는 용도가 상이하지만, 명칭에서처럼 탄이 표적이나 지형지물에 달라붙기 때문에 미리 병목지점에 폭약을 설치하고 적이 오면 터뜨리는 식으로 활용하기 좋습니다. 고위력 화기에 들어가는 레일건은 대략 발사 속도가 느린 휴대용 가우스 소총입니다. 스파르탄 레이저처럼 발사 직전까지 충전을 해야 하는데(캠페인에서는 완충 이후 격발을 지연할 수 있으나 멀티플레이에서는 완충과 동시에 격발), 스파르탄 레이저와 달리 원거리 조준이 되지 않으며 표적을 관통하지 못합니다. 위력은 보병은 일격즉사, 차량에는 상당한 피해를 입히는 수준이라, 익숙해지기만 하면 특히 멀티플레이에서 굉장히 유용합니다.
기존의 코버넌트 화기도 모두 재등장하지만 플라즈마 라이플은 예외였고, 그 빈자리를 대신해 스톰 라이플이라는 총이 등장했습니다. 외양은 코버넌트 카빈에 기능은 플라즈마 라이플과 거의 동일한 가운데 연사력은 살짝 더 높습니다. 신무기라고는 하나 겉모습부터가 색깔만 바꿔놓은 듯한 코버넌트 카빈이라 아무래도 개성이 덜합니다. 다른 화기와 혼동될 염려가 없을 만큼 독특한 윤곽을 갖춘 한편 코버넌트의 주력화기라는 상징성도 갖춘 플라즈마 라이플을 내버려두고 왜 구태여 개성 없는 신무기를 추가했는지 의문입니다. 343 인더스트리의 수석 시스템 디자이너 크리스 킹의 말처럼 척 봐도 뭔지 감이 잡히는 무기를 추가하고자, 누가 봐도 코버넌트판 돌격소총으로 인식될 법한 총으로 스톰 라이플을 만든 듯한데, 결과는 어중간합니다. 결국 플라즈마 라이플의 출연은 도입부 CG 영상 속 카메오로 그치고 말았습니다.
헤일로 4편의 화기 구성은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다채로운 편에 든다. 번지가 제작한 이전 삼부작과 외전의 화기 대부분이 대거 재등장한 데다 새로운 진영인 선조 프로메테안 화기까지 추가되었다.
그밖에 나머지 코버넌트 화기는 크게 변함이 없습니다. 니들러는 3편에서처럼 쓸 만한 무기로 돌아와 약간 거리를 두고 있는 적을 상대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당합니다. 때문에 캠페인에서 인공지능 적이 들고 있는 니들러조차도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하나, 탄 소모가 심한 단점이 있습니다. 니들 라이플의 등장으로 리치에서 생략됐던 코버넌트 카빈도 돌아왔습니다. 캠페인에서는 꽤 준수한 무기이지만 멀티플레이에서는 아무래도 지정사수소총에 밀리는데, 연사 속도는 빠르나 적을 잡는 데 지정사수소총보다 한 발이 더 듭니다. 다만 니들 라이플은 니들러처럼 탄체가 폭발하는 특징에 힘입어 인간 소총과 차별화되기라도 했던 반면, 코버넌트 카빈은 단순히 연사 속도가 조금 더 빠른 외계인 소총이라 용도가 겹치는 인상을 줍니다. 더욱이 스톰 라이플과 생김새가 겹쳐 보여서 개성마저 깎이는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플라즈마 라이플과 쌍벽을 이루는 코버넌트 화기의 대표주자인 플라즈마 피스톨은 전자와 달리 등판에 성공했습니다. 무엇보다 격발음이 훨씬 박력 있게 바뀌었고 충전탄으로 방어막을 소진시키거나 차량을 이동불능 상태로 만드는 용도로 여전히 제격입니다. 그러나 매그넘 권총과 마찬가지로 부무장이라는 보조적 성격이 강해 주무기로 쓰기에는 부족합니다. 코버넌트의 로켓 발사기 퓨얼 로드 건은 전작과 거의 동일하며 위력도 출중합니다. 리치에서 포커스 라이플로 교체되었던 파티클 빔 라이플도 귀환했으며, 컨커션 라이플의 전반적 성능은 리치에서와 거의 동일하며 멀티플레이에서라면 모를까 여전히 캠페인에서 쓰기는 위력이 어정쩡합니다. 에너지 검은 변함없이 부동의 일격필살 무기 최고봉의 위치를 고수하는지라 달리 첨언할 구석이 없고, 중력 망치는 전보다 타격감이 묵직하지만 그밖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선조, 정확하게는 프로메테안이라는 진영의 등장으로 완전히 새로운 갈래의 화기도 추가됐습니다. 이전까지 플레이어가 사용 가능한 선조 화기라고는 센티넬 광선뿐이었지만 이제 그 수가 대여섯 가지로 대폭 늘어났습니다. 당연한 결과인지는 모르겠으나, 창의력을 발휘해 기상천외한 화기를 대거 추가할 절호의 기회임에도 343 인더스트리에서는 프로메테안 병기를 단순히 국제연합 우주사령부 및 코버넌트의 기존 화기범주에 고스란히 편입시켰습니다. 그 결과 설정상 최첨단임에도 용도상으로는 원시적 무기와 별반 구분되지도 않고 부분적으로는 성능마저 떨어져 어정쩡하기 짝이 없는 무장만 대거 탄생했습니다. 이는 어쩌면 선조라는,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전까지 사실상 신적 존재로 간주되던 종족을 수면 위로 올리는 동시에 나머지 세력과 밸런스를 맞추면서 생길 수밖에 없는 환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서프레서는 최악으로 손꼽힙니다. 사용자의 신체구조에 맞춰 재조립되고 위치를 노출시키는 조명 장식을 갖췄으며 고형광선을 고속 투사한다는 선조 화기의 공통점을 제하면, 1편의 MA5B 돌격소총과 다를 바 없지만 장탄수는 반절이라 지속사격능력은 더 떨어지는 총알 분무기입니다. 꼭 집탄이 엉망인 기관단총을 쓰는 느낌인데, 그나마 서프레서로 무장한 적이 다수 등장하는 캠페인에서는 탄약 수급이 원활해 불행 중 다행입니다. 선조판 중거리용 소총인 라이트 라이플은 정조준시 단사, 지향사격시에는 삼점사가 되는 이중격발 구조입니다. 전투소총과 지정사수소총을 합친 묘한 표절작이지만 성능은 준수하고 사격방식도 독특하다면 독특합니다. 따지고 보면 2004년 E3에서 등장한 헤일로 2 시연영상 속 개발 단계의 BR55 전투소총이 이런 식이었던지라, 참신하다 할지 베꼈다고 할지 어정쩡합니다.
스캐터샷은 선조판 중절식 산탄총입니다. 한 번에 발사된 다수의 탄자가 딱딱한 표면에 맞을 경우 리치의 유탄마냥 도탄되는데, 스캐터샷의 탄자는 유탄처럼 변변한 폭발력도 없어 그 효과를 보기가 힘듭니다. 거기다 유효 사거리는 일반 산탄총보다도 짧아 정말 공중전화 상자 안에 두 사람이 들어가는 정도로 상대와의 거리가 좁혀들지 않는 한 산탄총의 묘미인 한 방의 쾌감을 맛보기 힘듭니다. 바이너리 라이플은 선조판 저격소총인데, 위력과 조작감을 고려하면 대전차소총 같은 느낌이 강합니다. 그런 만큼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인지 장탄수가 불과 두 발이라 사용에 제약이 따르는 편이며, 총신을 따라서 빛이 나는 점은 고사하고 헤일로 3편 및 ODST 속 자칼 저격병마냥 아예 조준경에서 적색 섬광이 번득이는 탓에 멀티플레이에서는 사용자의 위치가 상대에게 쉽사리 노출되는 단점까지 안고 있습니다.
고도로 발달한 종족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도 선조 프로메테안 화기는 외양과 용도와 작동방식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무늬만 바꾼 인간 및 코버넌트 화기에 가까우며, 일부는 오히려 타 진영의 상응하는 화기에 비해 위력마저 떨어진다.
인시너레이션 캐논과 볼트샷은 그래도 여타 선조 화기와는 차별화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인시너레이션 캐논은 이름에서 드러나듯 선조판 중화기입니다. 포신을 떠난 고폭탄이 발사 직후 다수의 소형 탄자로 분해되어 목표지점 주위로 도탄 후 폭파되어 타격 범위와 위력을 배가하는 식이라, 스캐터샷과 로켓 발사기를 합친 느낌입니다. 끝으로 볼트샷은 선조판 매그넘 권총이자 플라즈마 피스톨인 동시에 소형 산탄총의 기능까지 겸비한 다재다능한 부무장으로, 플라즈마 피스톨과 유사한 방식의 과충전탄은 근접전에서 산탄총과 맞먹는 위력을 발휘합니다. 싱글플레이에서는 크게 유용하지 않았지만 당연하게도 멀티플레이에서는 너무 강하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끝내 13년 2월 21일 있었던 대대적인 1.03 밸런스 패치와 함께 하향됐습니다. 그나마 이 둘은 기존의 화기분류 기준에 편입되면서도 개성이 뚜렷한 편입니다.
전반적으로 기능 면에서 인간 무기와 다를 바 없으며 장전 방식마저 수동이라는 사실은 그렇잖아도 구 무기군과 차별화되는 특성이 적어 식상한 프로메테안 화기의 첫인상을 더욱 악화시킵니다. 서프레서에서 바이너리 라이플에 이르기까지 모든 선조 화기류는 분리식 탄창과 유사한 교체식 전지를 사용하며, 스캐터샷은 한 술 더 떠서 아예 산탄총 탄약처럼 생긴 원통형 전지를 한 발씩 일일이 전지칸(약실?)에 재어줘야 합니다. 인시너레이션 캐논만이 로켓 발사기나 퓨얼 로드 캐논처럼 상응하는 화기와 다른 방식으로 장전을 하는데, 사실 장전이라기보다는 플라즈마 라이플이나 피스톨처럼 과열 때문에 방열판을 여는 모습에 가깝습니다. 이전까지 유일한 선조 화기였던 센티넬 광선이 코버넌트 화기처럼 충전식이었음을 생각하면, 탄약을 재는 인간 화기마냥 전지 장전에 의존하는 작동원리는 원시적으로까지 비칩니다.
단순히 각각 선조판 권총, 소총, 산탄총, 기관단총, 저격소총, 로켓 발사기라는 점을 제하면 프로메테안 화기는 별다른 존재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잖아도 작품을 거치며 하나 둘씩 늘어난, 그리고 전작에서는 번갈아 등장해 용도가 겹치지 않았던 화기(전투소총, 지정사수소총, 코버넌트 카빈 같은)들이 한꺼번에 투입된 결과 서로 다닥다닥 맞붙어 간신히 고유영역을 지키는 마당에, 기존 무기군의 맹점을 보충하기는커녕 거의 똑같은 쓰임새로 동일선상에 올라오니 공급과잉이라는 느낌마저 듭니다. 선조가 등장하기 전부터 코버넌트와 국제연합 우주사령부 두 진영 사이에 엇비슷한 무장이 생기기 시작한 기점이 헤일로 2편부터이기는 합니다. 다만 이때는 캠페인 전개상 아비터로 플레이해야하는 분량이 절반이었으므로 이해하지만, 4편에 등장하는 프로메테안은 적으로만 출연하므로 그럴싸한 당위성마저 없습니다.
이처럼 잉여 무기군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면 분류 범주부터 달리 해야 했습니다. 꼭 진영마다 화기를 권총/소총/산탄총 식의 통상 범주에 우겨넣을 필요는 없으니, 선조의 경우 크게 다목적용/장거리용/중화기용 셋쯤으로 나눈다면 전부 대-플러드 특화병기라는 설정에라도 알맞으리라 봅니다. 여기에 탄창이 아니라 전지식이라는 급탄 방식은 유지하되 기존의 코버넌트 무기나 센티넬 광선처럼 무작정 연사는 불가능하게 과열 제한을 두면 됩니다. 삭제된 선조 무기 중에는 ‘스테이시스 라이플’이 있는데, 공격력은 없지만 타격 범위에 구체형 정체장을 형성해 상대의 발목을 잡는 지원화기가 있었습니다. 차라리 이러한 쪽으로 비치사성 무장도 추가했더라면 게임 자체에서 요긴함은 물론 선조의 첨단화기라는 설정에 더 부합하지 않았을까 싶으나, 안타깝게도 개발 단계에서 폐기되어 게임에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끝으로 수류탄을 살펴보자면 파편 및 플라즈마 수류탄 모두 살짝 하향됐습니다. 체감상 공격력은 리치 때와 같지만 유효반경은 살짝 줄었고, 캠페인에서나 멀티플레이에서나 수류탄 연속 투척의 효과는 예전만 못합니다. 새로 추가된 펄스 수류탄의 경우 앞서 말한 삭제된 비치사성 무기인 스테이시스 라이플의 용도를 수류탄으로 옮긴 듯한 무장입니다. 투척 시 주위로 에너지장을 형성해 방어막을 소진시키다 폭발한다는 점에서 헤일로 3편의 배치식 장비 가운데 하나였던 파워 흡수기와 유사하나, 위력이 약해 용도가 제한됩니다. 정면공격보다는 지역방어 또는 적의 추적을 따돌리거나 구석에서 캠핑하는 적을 처리할 때, 아니면 점령전에서 고지의 적을 알아서 내려오게 만들거나 깃발 뺏기에서 적이 깃발을 탈취하지 못하게 막을 경우 쓰기 적당합니다. 다만 활용 폭이 좁다 보니 사살을 기록하기는 힘든 편입니다.
전투복과 차량
헤일로에서는 전통적으로 방어막이 유지되어 왔지만 체력을 관리하는 방식은 항상 조금씩 변해왔습니다. 1편에서는 체력을 회복하려면 별도의 구급상자를 써야 했고, 2편에서는 완전자동회복을 도입함으로써 구급상자 개념을 아예 없애버렸으며(신형 묠니르 마크 VI형부터는 거품붕대 주입기가 내장되어 있다는 설정도 추가), 3편에서도 동일 시스템을 사용했습니다. ODST에서는 주인공이 궤도 강하 타격대원으로 옮겨가면서 1편의 체력 시스템이 되돌아왔고(체력은 그대로, 방어막은 지구력으로 변경), 리치에서도 동일 시스템이 사용됐지만 약간의 수정이 가미되어 체력이 부분적으로 회복되었습니다. 방어막이 소진되었지만 체력이 온전한 상태라면 약간 공격을 받더라도 체력이 전부 회복되는 반면, 체력이 절반 이하로 내려가면 최대 2/3까지 회복되어 별도의 구급상자 없이는 완치되지 않는 복합적인 방식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리치의 체력 및 방어막 체계가 양자를 절묘하게 절충한 형태인데, 헤일로 4편에서는 단순히 2, 3편의 체력 시스템을 답습했습니다. 체력이 손상되더라도 방어막 재충전과 함께 완전히 회복되므로 구급상자 역시 필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캠페인에 한정해서라도 리치의 방식을 이어갔더라면 하는 생각입니다. 초죽음이 되어도 잠시 숨어서 거친 숨을 내쉬면 금방 멀쩡해지는 방어막/체력 일원제보다는, 방어막은 멀쩡히 되돌아가도 체력은 반영구적 손상을 입는 방식이 조금이나마 현실적인 동시에 긴장감도 선사하니 말입니다. 특히 캠페인의 난이도가 전작에 비한다면 다소 낮아졌기 때문에 이 체계를 유지한다면 난이도 증감 요소로서의 기능도 톡톡히 수행했으리라 봅니다. 단순히 난이도에 따라 적의 공격력과 체력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 자신도 변화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헤일로 4편의 HUD, 즉 전방투영창은 전반적으로 3편을 연상시키는 가운데 일부 개선을 곁들이고 있습니다. 일반 보병과 달리 차량은 실제 윤곽 형태로 표시되며 차량의 방향도 표시가 됩니다. 여기에 차량이 동작 감지기의 포착 범위 바깥에 있더라도 일정 거리를 좁혀들 경우 시야 좌우로 화살표 모양의 경고를 띄워줍니다. 투하된 군수품이나 탑승자가 없는 차량 같은 중립 물체의 경우 움직임이 없더라도 파란 음영이 들어간 반점으로 표시되며, 드디어 FPS 업계 표준인 수류탄 경고 표시도 추가되었습니다. 또한 외양도 개선되어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며 치프의 헬멧 속의 일부가 비치기도 합니다. 여기에 자잘한 눈금과 게이지가 현실감을 더하는데, 그런 묘사는 어디까지나 장식이라 실제로 유용한 정보를 전해주지는 않아도 플레이어가 묠니르 전투복을 입고 있다는 현장감만은 확연히 선사합니다.
그러나 본편의 HUD는 친절과잉의 본보기라 할 만합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지시나 조언이 나오는데, 차라리 설정에서 그 기능을 끄는 항목이 있었으면 할 정도로 원치 않는 설명이 자주 화면을 가립니다. 특히 무기 교체 문구는 소지 중인 다른 무기의 아이콘까지 띄워주며 화면 정중앙을 차지해서 더욱 거슬리는데, 차라리 헤일로 2편에서처럼 화면 좌측 상단에 표시되게 했더라면 거슬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맨티스나 레일건 같은 신규 차량이나 무기를 사용할 때도 처음에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은 좋으나 사용법을 숙지한 뒤에도 계속 도움말을 띄우는 것은 불필요할뿐더러 플레이어를 초보 취급하는 불쾌한 인상만 남깁니다. 첫 번째 임무 포워드 언투 던에서 처음 나오는 ‘X 눌러 엘리베이터 열기’ 식의 설명도 한 번으로 족합니다. 실전을 겪고 나면 기초 훈련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탄약이 떨어지면 무기를 교체하거나 탄약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라 굳이 ‘Y 누르면 매그넘으로 교체’처럼 소지하고 있는 다른 무기까지 친절히 알려줄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탄약 없음’ 정도로 간결하게 띄워도 무방한데, 어차피 탄약이 바닥나면 찰칵거리는 방아쇠 소리만 나면서 발사가 안 되니 그조차도 필요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HUD 설정에 관한 말이 나온 김에 첨언하자면, 이제 패드 조작뿐 아니라 HUD도 설정권―애초에 그 기능을 전부 꺼버리는 장님 해골도 있는 판에―을 열어줘서 나쁠 것은 없겠습니다. 복잡할 것 없이 패드 설정처럼 기본 설정을 몇 가지 제공하고 나머지는 아예 입맛대로 바꿀 수 있도록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단순히 겉모습에 지나지 않는 전투복 변형보다는 이렇게 실제 게임플레이와 더욱 밀접한 부분에 공을 들이는 편이 플레이어에게도 득이 되리라 봅니다.
헤일로도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는지 질주가 기본 설정이 되었다. 그러나 이는 군수품 및 개인 무장과 더불어 멀티플레이에서 어설프게 콜 오브 듀티를 따라했다는 인상을 주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방어구 기능도 전반적으로 리치를 답습해 큰 변화는 없습니다. 위장 장치, 홀로그램, 제트팩은 재등장하며, 콜 오브 듀티를 위시한 현세대 FPS의 대세를 따라 질주 능력은 기본 사양으로 편입됐습니다. 제트팩은 리치에 비해 약간 하향되어 연료 소모가 빨라지고 재충전 시간이 길어진 탓에 체공시간이 전보다 짧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멀티플레이에서 제트팩을 사용하는 플레이어를 상대하기는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닌지라, 멀티플레이에 한해서라도 더 하향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밖에 고형광선 방어막, 오토센트리, 프로메테안 비전, 재충전 필드 같은 프로메테안 진영과 관련한 새로운 능력도 상당수 추가되었습니다. 그리고 리치의 멀티플레이에서 사기에 가까운 위력을 발휘해 밸런스 논란이 되었던 부동 방어는 다행히도 삭제되어 등장하지 않습니다.
위장 장치는 리치에서처럼 가동시 투명해지는 반면 동작 감지기가 교란되어 눈뜬장님이 되지만, 동시에 자신의 움직임이 상대방의 표시창에는 중립인 파란색 반점으로 표시되어 허를 찌를 여지는 충분합니다. 다만 가동시간이 꽤 길고 여기에 은신 지원 업그레이드까지 더해지면 게임 내내 숨어서 돌아다니기 좋습니다. 결국 캠핑 저격을 유도함으로써 헤일로 특유의 빠른 속도감을 반감시켜 공격적인 플레이의 맛을 떨어뜨리는 데 기여하는 역효과를 낳기도 합니다. 홀로그램은 꽤 상향됐습니다. 전작에서는 실제 플레이어와 홀로그램이 쉽게 분간됐지만 4편에서는 그렇게 녹록치 않습니다. 홀로그램을 겨누면 조준점이 붉게 변하고 동작 감지기에도 일반 상대 플레이어와 똑같은 적색 반점으로 표시되는 데다, 전보다 덜 깜박거리고 훨씬 선명하기 때문에 멀티플레이에서도 미끼 구실을 톡톡히 합니다.
고형광선 방어막은 자칼의 에너지 방패와 비슷합니다. 용도상 부동 방어를 대체하는 위치에 있으나 전자와 달리 게임의 균형을 깨뜨릴 정도로 강력하지는 않습니다. 방어 범위가 전방으로 제한되어 측면과 후방이 취약해지며 가동 시 걸음이 걷는 수준으로 느려지고 도약이 불가능해지는 등 움직임에도 제약이 따릅니다. 또한 고형광선 방어막을 사용하는 중에는 전투복의 방어막이 재충전되지 않기 때문에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큰 기능이어서, 조금이라도 굼뜨면 허를 찔리는 멀티플레이보다는 캠페인에서 더 쓰임새가 있습니다. 물론 기동성을 희생해 얻는 전면 방어력은 훌륭하지만, 사용자를 일시적인 무적상태로 만들기 때문에 멀티플레이에서 사기적인 성능을 발휘했던 부동 방어처럼 밸런스를 해치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방어막이 깎인다 싶으면 바로 쓰기보다는 그 전에 상황부터 고려해야 하는 능력입니다.
프로메테안 비전은 조금 미묘합니다. 벽면 같은 장애물 너머의 적을 투시하게 해주는 기능이 캠페인에서는 매우 유용하나, 멀티플레이에서는 위장 장치와 마찬가지로 사용자의 성향에 따라 캠핑을 조장하는 기능으로 변질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속전속결이 이루어질 리가 없고 게임 진행은 한없이 느려집니다. 다만 위장 장치를 사용하면 자신의 동작 감지기가 먹통이 되듯 여기에도 비슷한 제약으로 걸린 소나 효과 때문에 사용자의 위치가 소리로 노출되는지라, 원거리가 아닌 이상 캠핑과 기습을 동시에 하지는 못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소리만 듣고 대뜸 다가서다 함정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상대가 모퉁이 같은 곳에 숨어 근접무기로 무장한 상태라면 조심해야 합니다. 결국 프로메테안 비전을 쓰는 상대의 허를 찌르려면 여기에 잘 걸리지 않도록 은신 지원 업그레이드를 사용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추진팩은 리치의 회피를 하향 이식한 느낌입니다. 일반 동작보다 잽싸고 완충시 두 번씩 사용이 가능한 회피와는 달리 질주와도 속도가 크게 차이나지도 않으며 일회에 한 번만 사용 가능합니다. 약간은 상향이 필요할 듯한데, 현재로서는 캠페인에서조차 활용도가 그리 높지 않으며 피 튀기는 멀티플레이라면 말할 것도 없습니다. 오토센트리와 재충전 필드는 각각 헤일로 3편의 자동 포탑과 파워 재생기를 그대로 빌려와 방어구 능력으로 이식한 모양새입니다. 센트리는 공격력과 내구력이 떨어져 그 자체로는 기능을 다하기 어려워 슬레이어 같은 공격 위주의 게임보다는 깃발 뺏기 같은 게임에서 방어용으로나 써야 하는데, 가장 적합한 사용처는 캠페인입니다. 재충전 필드는 효율이 떨어져 멀티플레이에서는 사용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우며 캠페인이나 스파르탄 옵스에서 다수의 적에 포위될 경우 요긴하게 쓰입니다.
헤일로의 상징과도 같은 차량을 꼽으라면 국제연합 우주사령부는 워트호그, 코버넌트는 밴시이다. 두 차량은 헤일로 4에도 개근 출연하지만 이상하게도 조작감은 도리어 나빠졌다.
워트호그(기총탑재 기본형 외 가우스 캐논 및 로켓 발사기 탑재형까지), 몽구스, 스콜피온, 고스트, 밴시, 레이스 등 기존 차량 모두 약간의 외양 및 소소한 성능 조절을 거쳐 재등장했습니다. 이를테면 밴시의 퓨얼 로드 캐논과 스콜피온의 주포는 연사 속도가 다소 느려진 반면 로켓 발사기 탑재 워트호그의 공격력은 상당히 강화된 식이며, 전반적인 조작감은 대체로 그대로 변함없이 유지되었습니다. 기존 작품의 것들이 대거 재등장한 무기군처럼 차량도 대부분 재등장했으나 명단에서 빠진 것도 있습니다. 헤일로 3편에서 처음 등장한 소형 근접항공 지원기인 호넷, 그 친척뻘이자 리치에서 첫선을 보였던 팰콘은 인피니티의 함재기로만 등장합니다. 리치에서 처음 등장했던, 고스트와 레이스의 중간쯤인 코버넌트 돌격포 레버넌트는 아예 등장하지 않으며 스캐럽이나 섀도우 같은 기타 대형 차량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제연합 우주사령부의 상징과도 같은 군용차 워트호그는 보다 다듬어진 모습으로 되돌아왔는데, 문제는 외양이 아닌 다른 데 있습니다. 워트호그는 두 번째 임무 ‘레퀴엠’에서 처음으로 시승할 기회가 있으나 익숙한 차량을 보고 반가워하기도 잠시, 엔진 소리가 기대를 무참히 배신합니다. 이전 시리즈에서는 적어도 4륜구동차에 걸맞는 묵직한 소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차에서 날 법한 엔진 소리가 났었건만, 4편의 워트호그 엔진음은 스쿠터 같은 모기 소리이고, 그 소리가 워낙 거슬려 차로 통과하게끔 설계된 구간임에도 그냥 걸으면서 풍경을 감상하는 편이 나을 정도입니다. 포워드 언투 던의 잔해에서 회수한 낡은 워트호그만 그렇다면 모르겠는데 이후 접선하게 되는 인피니티에 실린 워트호그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거기다 조작감도 미묘하게 달라져서 익숙해지려면 약간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편 코버넌트의 상징과도 같은 밴시는 마찬가지로 더욱 세련된 모습으로 돌아왔으나, 이상하게도 조작감이 나빠졌습니다. 공중에서 가만히 있을 경우 저절로 앞으로 가는 탓에 조준점을 일정히 유지하기가 어려웠던 리치의 단점이 고스란히 유지됐고, 또 유독 이번 편에서는 무사히 착륙하기가 힘듭니다. A를 눌러 서서히 하강하는 중에도 동체는 저절로 앞으로 가고, 결국 안전한 경착륙처럼 어정쩡하게 착지하게 됨으로써 비행하는 모습은 유려한데 반해 착지는 유난히 볼품없습니다. Y를 눌러 발사 모드를 변경하는 방식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라, 차라리 트리거로 플라즈마 캐논을, B로 퓨얼 로드 캐논을 쓰는 방식이 낫습니다. 때문에 나중에는 밴시가 있어도 타지 않게 될 정도입니다. 다행히 리치에서와 달리 다른 시리즈에서처럼 격추 시 조종사가 낙사하는 광경을 연출하기 때문에 떨어뜨리는 쾌감은 한결 낫습니다.
스콜피온 전차의 경우 외양은 리치와 거의 유사하며 1~3편의 것보다는 차체가 살짝 낮아져 전차로서는 더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헤일로 시리즈에서 전차가 그랬듯 궤도 위에 아군을 4명까지 태울 수 있고, 차체의 기총을 다른 아군이 맡기 때문에 동축기총 기능은 없으며, 주포는 여전히 강력합니다. 한 가지 지적할 점은―비단 헤일로 4편만의 문제가 아니라 헤일로 전 시리즈에서 공통점이기는 하지만―차체 방향과 포탑 방향을 따로 두기가 힘들다는 점입니다. 차체 방향은 왼쪽 엄지 버튼으로, 포탑 회전은 오른쪽 엄지 버튼임에도 두 조작이 분리되지 않고 서로 엉켜서 궤도와 회전식 포탑의 이점을 제대로 활용하기 힘듭니다. 차라리 배틀필드 시리즈에서처럼 궤도는 트리거, 포탑은 엄지 버튼으로 분리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밖에 나머지 탑승 장비는 외양을 제외하면 전작들과 대동소이합니다.
그리고 차량은 아니지만 언급하고 넘어갈 함선이 바로 인피니티입니다. 종전 이후 국제연합 우주사령부가 얼마나 빠르게 다시 일어섰는가를 나타내는 척도와도 같은 최신예 초대형 항모인 인피니티는 코버넌트와 선조의 기술을 활용한 최신예함으로, 전후 이주지 곳곳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중입니다. 국제연합 우주사령부 전함의 표준 무장인 맥건이나 아처 미사일은 물론, 거의 6킬로미터에 달하는 전장에 걸맞게 보통 항공기만 함재기로 싣던 기존 항공모함과 달리 스트라이던트급 호위함 10척까지 함내에 싣고 있으며, 신예 스파르탄-Ⅳ 대원들의 이동 본부 기능도 수행합니다. 본편뿐 아니라 앞으로 343 인더스트리가 제작하는 헤일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게 될 기함인 인피니티는 캠페인에 직접 등장하는 분량은 많지 않고, 자세한 것은 본편보다 스파르탄 옵스에서 묘사되는 편입니다.
새로 추가된 차량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매머드이다. 겉보기에는 헤일로 3 및 헤일로 3: ODST의 엘리펀트/올리펀트를 대체할 차량 같지만 실제로는 캠페인에 단 한 차례 등장하며 멀티플레이에는 나오지도 않는다.
새로운 탑승 장비로 등장한 차량도 몇 가지 있는데, 이족보행 병기인 맨티스와 초중량 강습 플랫폼 매머드와 브로드소드 전투기입니다. 우선 맨티스부터 언급하자면, 기존의 기갑차량과는 꽤 이질적입니다. 헤일로에 이족병기가 등장하기는 이번이 처음인 데다 외양마저 체중을 감량하고 윤곽을 날렵하게 다듬은 멕워리어를 보는 느낌이라 번지에서 보여주던 탑승 장비와는 상당히 거리감이 있습니다. 그래도 실제 게임에서는 성능이 꽤 좋은데, 주무장이 유도 미사일과 체인건이라 보병은 물론 지대지 및 지대공까지 가능해 범용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동방식이 궤도가 아니라 전차처럼 무식한 돌격은 불가능하지만 보병이나 경량차량 같은 적은 다리로 짓뭉갤 수 있습니다. 여기에 리치에 나왔던 성간전투기 세이버처럼 자체 방어막까지 있어 수수깡 같은 겉모습이 주는 선입견과 달리 맷집도 준수합니다.
매머드는 이름에 걸맞게 국제연합 우주사령부판 스캐럽이라 할 정도로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나 조종은 불가능해 차량이라기보다는 상호작용 기능을 갖춘 배경효과 수준에 그칩니다. 캠페인에서는 매머드 내부에 탑재된 차량을 이용해 전진하기 전에 적을 정찰하고 소탕하거나 이동 시에는 상면의 로켓 발사기로 적 공중지원을 저지하는 식으로 이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덩치는 크지만 속도는 생각보다 빠른 탓에 놓치는 적이 생겨 로켓 발사기를 십분 활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매머드의 주무장은 소형 맥건인데―원래 소음과 반동 때문에 우주전에서만 사용하는데 지상차량에 실린 것을 보면, 동면 동안 상당한 기술 발전이 있었나 봅니다―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할 수 있었더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스크립트에 따라서만 발사됩니다. 그리고 소소한 불만이지만 차내가 어두워 비치된 무기를 찾기가 어려운 단점도 있습니다.
브로드소드의 경우 외양은 헤일로 워즈에서 삭제된 항공기인 팔콘(리치의 동명 지원기와 무관)과 비슷하며 게임상의 용도로는 리치에 등장했던 성간전투기 세이버와 유사합니다. 헤일로 4 실사 트레일러 ‘취역’에서 매머드와 함께 처음 등장해 눈길을 끌었으나 정작 게임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습니다. 캠페인에서는 인피니티가 다이댁트의 크립텀을 공격할 때 처음 등장하며 캠페인 후반부에서는 직접 조종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리치의 공중전을 염두에 두고 추가한 기체라 조작감도 세이버와 비슷하며 무장도 마찬가지라 달리 특기할 만한 사항은 없습니다. 이야기 전개상 그러기는 불가능하겠지만 차라리 해벅 전술핵을 특수무장으로 활용 가능했더라면 더 뇌리에 남았을지 모르겠습니다. 매머드 같은 특수 차량처럼 보통 배경효과로나 들어갈 탑승 장비의 범주에 들다 보니, 조종 가능한 출연도 한 번에 그칩니다.
아주 새로운 차량은 아니지만 매머드처럼 한 임무에서만 등장하는 건쉽형 펠리칸도 있습니다. 무장은 표준 기수탑재 기관포 외에도 레이저포가 부무장으로 탑재되어 있고, 협동 플레이시에는 두 번째 플레이어가 측면 기총이나 상면 포탑을 조작하게 됩니다. 워트호그처럼 1편부터 쭉 나왔음에도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할 기회가 주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인데, 실제로는 팬텀 몇 대를 상대하거나 지점간 이동시 말고는 변변히 활약할 일이 없어 아쉬움이 남으며, 매머드와 마찬가지로 멀티플레이에서는 등장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차량이기는 하지만 리치의 세이버처럼 마지막 임무의 한 구간에서만 활용 가능해 일반적인 차량의 범주에 넣기는 난감한 브로드소드 전투기도 있습니다. 주무장도 기관포와 미사일이라 게임에서 수행하는 기능은 모양만 다른 세이버에 가까워 크게 인상에 남지는 않습니다.
방어막 체계는 3편을 이은 반면 차량손상 체계는 리치를 따라가는 고로 차량 내구도는 플레이어의 방어막/체력과 별도로 적용됩니다. 아무리 외관이 멀쩡해도 운전자의 방어막이 낮으면 금방 터지고, 반면 차체가 걸레짝이 되어도 운전자가 멀쩡하면 오래 버티는 방식보다는 이편이 여로 모로 나아 보입니다. 덕분에 이제는 방어막이 아슬아슬한 시점에서 조종석이 노출되지 않는 차량에 뛰어들어 위기를 모면할 여지가 생겼지만, 헤일로 시리즈가 전통적으로 그러했듯 차량 내구도는 종잇장입니다. 또 차량 내구도가 치명적인 수준에 도달할 경우 경고음과 함께 적색 경고등이 번쩍이기는 하지만 배틀필드와 같은 타 게임처럼 탑승 시 차량에 관한 별도 정보가 화면에 표시되지 않아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점도 여전합니다. 물론 헤일로는 언제나 보병전이 중심이고 차량전은 보조였으므로 큰 감점 요인은 아닙니다.
레벨 설계, 인공지능, 난이도, QTE
헤일로 4편의 전반적인 레벨 설계는 전작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았으나, 발매 시점을 생각한다면 전작인 리치에 비해 오히려 일보 후퇴했습니다. 우선 탐험의 자유도가 크지 않습니다. 이리저리 돌아다닐 수 있도록 구성된 공간이 곳곳에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직선형으로 제약된 구조를 따라가고 있으며, 여기에 수많은 투명 벽과 산재된 장해물은 게임의 흐름을 해치며 일직선 구조의 단점을 더욱 악화시킵니다. 전체적으로 레벨 구성은 역대 시리즈 중 가장 직선적입니다. 이에 준하는 캠페인은 헤일로 2편뿐인데, 그마저도 4편만큼 사방이 투명벽 천지도 아니었고 간혹 탐험할 공간이 있었음을 생각한다면 직선성에서는 4편이 위입니다. 그 단점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여섯 번째 임무 폐쇄의 곤돌라 구간과 마지막 임무 한밤중의 브로드소드 조종입니다. 이 둘은 가히 열차 선로를 달리는 수준입니다.
그렇다고 각 레벨의 규모가 그렇게 큰 것도 아닙니다. 폐쇄에서는 탁 트인 상공이라는 배경 덕에 그 규모가 뻥튀기되어 보이기는 하지만, 결국은 장애물처럼 펼쳐진 너른 공간을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까지 이동해 목표를 처리하고 다시 펠리칸에 오르기를 반복하는 과정의 배경 구실만 할 뿐입니다. 특히 펠리칸을 타고 움직이는 구간은 캠페인을 통틀어 가장 지루하고 무의미한 부분입니다. 비슷한 구도였던 리치의 뉴 알렉산드리아 임무에서는 팰콘이나 제트팩으로 마천루를 누비며 적을 소탕하거나 민간인을 대피시키는가 하면 고립된 아군을 지원하는 다양한 임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그렇게 반복적인 인상을 주지 않았습니다. 반면 폐쇄에서는 전투에 특화된 건쉽형 펠리칸으로 임무가 시작됨에도 그 무장을 정작 전투에 활용할 기회는 얼마 되지 않고, 결국 하고많은 펠리칸처럼 주된 용도는 수송에 그칩니다.
한밤중의 도입부인 브로드소드 구간은 리치의 기나긴 밤 임무 속 세이버 조종을 떠올리게 합니다. 다만 세이버 조종처럼 넓은 공간을 토대로 사방에서 쏟아지는 적을 상대한다면 나았을지 모르나 다이댁트의 기함 둘레를 빙빙 돌면서 장애물을 피하고 포탑을 부수기 바쁜 탓에 갤러그 같은 횡스크롤 슈팅 게임을 3D로 옮겨놓은 느낌마저 듭니다. 이후 기함 내부로 침투해 한바탕 함내에서 전투에서 벌이는 등 종합적인 레벨 구성은 좋지만, 마지막 임무로서 게임의 대미를 장식하기에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두드러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세이버 조종이 나오는 기나긴 밤이 지상전에서 궤도전으로, 다시 코버넌트 초계함 침투로 이어지는 복합적인 구성을 갖췄던 레벨이었고, 또 게임의 허리밖에 되지 않은 부분에서 그런 구도로 임무가 펼쳐졌음을 생각한다면 더욱 비교됩니다.
일단 한밤중은 시작부터 장애물 코스입니다. 한참을 장애물 정글 사이를 통과해야 하는 것도 힘든데 장애물이 움직이며 배열을 바꾸는지라 미로를 통과하기는 더욱 까다롭습니다. 수많은 움직이는 조각과 문들이 플레이어가 좁은 미로를 통과하려는 순간 닫히며 감질나게 하는 가운데 한번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전부 엇나가기 시작합니다. 비유하자면 자전거를 타고 좁고 굽이진 시장통을 지나며 상인과 장보는 사람들이 던져대는 물건을 피하는 상황입니다. 체크 포인트 설정 미숙 같은 다른 요인도 짜증을 부추깁니다. 체크 포인트 구간이 적어 죽으면 한참 전부터 다시 해야 할 때가 많고, 이미 들었던 무전 대사를 또다시 꼼짝없이 들어줘야 하는 괴로움은 덤입니다. 이런 성가신 미로 주파는 헤일로 1편 결말부의 워트호그 탈출에서도 있었지만, 성가시기로는 4편의 장애물 코스가 체감상 훨씬 심하며 더욱 작위적입니다.
몇몇 레벨은 불필요하게 늘린 인상을 주며 플레이어로 하여금 전술을 짜낼 여지를 남기지 않는 반복 구간도 종종 맞닥뜨리게 됩니다. 두 번째 임무 레퀴엠의 경우 시작은 멋있게 끊습니다. 곳곳에 추락한 함선 잔해가 흩어진 개활지에서 시작해 워트호그를 타고 달리나 싶더니, 이내 선조 건물로 들어가 반복적인 임무 목표 수행으로 막을 내립니다. 선조 건물은 넓고 엄폐물도 충분한 편이지만 앞서 지나온 지형에 비하면 감흥이 떨어지고 전투 양상도 참신한 편이 아니며 무엇보다도 분량을 맞추고자 늘린 느낌마저 줍니다. 이런 양상은 세 번째 임무 선조도 마찬가지여서, 차라리 같은 형태로 길이만 단축하면 더 나았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여기에 프로메테안이라는 새로운 적대 진영의 등장도 크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다른 일반적인 캠페인 레벨 구성도 시리즈 기준으로 본다면 그렇게 넓은 편이 아닙니다. 그나마 인피니티 및 계승자 임무 후반부에서 벌어지는 지상전은 헤일로 3편의 차보 고속도로 난전을 연상케 하지만, 전체적 구성과 적 배치가 허술하며 차량에 아군을 태우는 등 인공지능과 연계할 만한 부분도 얼마 되지 않습니다. 특히 후자는 무엇보다도 그 짧은 전투를 끝으로 임무가 막을 내리기 때문에 이전 같은 대규모 난전을 바라던 팬들에게는 아쉬움만 남깁니다. 헤일로 3편 코버넌트 임무 후반부의 관제소 돌격은 역대 최고의 규모를 자랑하는 레벨 구성으로 남아 있는데, 그 기록은 당분간 깨어지지 않을 듯합니다. 프랭크 오코너는 헤일로만의 탐험의 묘미를 살려보겠다고 했지만, 그 점에서 이번 작품은 철저히 실패했습니다. 좁은 직선형 레벨에 투명 벽과 답답한 장애물 때문에 그럴 마음을 깨끗이 접게 되니 말입니다.
헤일로 4편의 새로운 적대세력 프로메테안. 신작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새로운 진영이라 하기에는 구세력인 코버넌트에 비해 상대하는 재미가 떨어진다.
헤일로 4편의 난이도는 이전 작품에 비해 쉽고 균형 잡힌 인상을 줍니다. 최고 난이도인 전설로 해도 전편에 비한다면 그렇게까지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인데, 처음으로 나이트를 맞닥뜨리는 대목처럼 난감한 구간이 있고 당연히 전반적으로 벅차기는 하지만 리치에 비하면 훨씬 수월합니다. 그래도 전설은 전설이라 코버넌트와 프로메테안 일당이 서로 교전할 때는 서로 머릿수를 줄여주기를 기다리고, 니들러를 든 적은 가능한 피하거나 먼저 제거해야 하는 등 지형이나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또 차량은 탑승하자마자 죽기 일쑤라 맨티스나 스콜피온 같은 고화력 탑승 장비가 아니면 차라리 포기할 때가 나을 때도 있습니다. 여느 게임에서나 난이도가 높아지면 교전할 때마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지만, 그래도 헤일로 4편의 전설 난이도는 리치 때의 악몽 같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헤일로 4편에는 전작의 반가운 얼굴들인 코버넌트가 재등장합니다. 새로운 삼부작을 시작하는 첫 작품이라는 우연인지는 몰라도 스톰 코버넌트의 종족 구성은 1편의 코버넌트 병력 구성과 같습니다. 엘리트, 그런트, 자칼, 헌터의 역할 분담 역시 전작과 동일하고 저마다 있는 약점도 변함이 없습니다. 지난 10여년간 마주쳤던 주적인지라 이미 그 속성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 헤일로를 전부터 해온 팬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상대입니다. 리치에서는 엘리트들이 곡예사마냥 몸을 놀리며 공격을 피했던 고로 무척 상대하기 까다로웠으나, 4편에서는 전작처럼 비교적 우직한 몸놀림으로 돌아왔습니다. 리치에 비하면 뻣뻣해 보이지만 그런 만큼 상대하기 수월하고 더 재미있는 편입니다. 그밖에 달리 언급할 만한 사항은 자칼과 그런트에게 각각 제트팩을 장비한 레인저 계급이 새로 생겼다는 점입니다.
물론 코버넌트 구성 종족 전체가 적으로 등장했던 리치에 비하면 그 종류가 대폭 줄었지만, 이를 보완하듯 헤일로 4편에는 선조 프로메테안이라는 새로운 진영이 적으로 등장하며, 종류는 나이트, 크롤러, 와처가 세 가지입니다. 프로메테안의 주력은 나이트로 엘리트의 강화판이라는 인상이 강한데, 외관으로만 따지면 새롭게 추가된 적들 중에서 가장 꺼림칙한 상대입니다. 기계와 생명체를 섞어놓은 듯해 겉모습만으로도 불쾌한 인상을 주는 데다 전투시 내는 괴성은 사납기로 유명한 동물인 테즈메이니아 주머니너구리의 울음소리를 녹음/변조한 것이라 더욱 소름끼칩니다. 뼈대만 남은 듯한 길고 앙상한 팔다리와 가분수 체형 때문에 윤곽만 보면 나무젓가락에 커다란 상체를 얹어놓은 꼴입니다. 상체의 대부분은 실상 와처가 들어가는 화물칸에 가깝지만 용도를 떠나 겉보기에는 불균형하고 꼴사나워 보입니다.
나이트를 더욱 달갑잖은 적수로 만드는 요인은 순간이동입니다. 난이도를 높이는 데는 효력이 있지만 그보다는 계속 공격을 피하며 전투의 속도감을 떨어뜨려 짜증을 유발합니다. 게다가 인공지능 문제인지 가끔은 순간이동을 해도 그대로 사각 내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굳이 사선을 확보하고자 위치를 옮길 필요도 없을 때가 있습니다. 무엇하러 순간이동을 했을까 의아한 순간인데, 꼭 헤일로 3편에서 거품 방어막을 설치해 놓고 방어막 밖으로 뛰쳐나오거나 파워 흡수기를 던져놓고 덩달아 그리로 달려오는 브루트를 보는 듯해 선조의 지능마저 의심케 만듭니다. 가끔은 플레이어의 코앞에 곧장 순간이동을 해오기도 하며 그때가 가장 성가신 순간입니다. 플레어어로 하여금 긴장을 놓지 않게 하는 것은 좋으나, 그렇게 나이트가 코앞에서 칼을 휘둘러 영문도 모르고 죽게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방편일지는 의문입니다.
장점이라면 사살시 화려하게 분해되는 연출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타격받은 부위부터 온몸이 서서히 분해되는 세부적인 묘사가 인상적이며, 이련 효과 덕분에 원거리보다는 근접전으로 처리했을 때 더 쾌감이 있습니다. 나이트가 있는 곳에는 늘 크롤러도 들개처럼 무리지어 쏟아져 나옵니다. 크롤러는 땅바닥은 물론 벽과 천장까지 자유자재로 타고 다닙니다. 사살시 온몸이 터지며 압도적인 수로 밀어붙이는 적이 그렇듯 맷집이 약하기 때문에 헤드샷으로 처리하는 쾌감이 일품입니다. 동작도 자연스러운 편이지만 약간은 수정할 여지가 있습니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방향을 틀 때 몸이 그냥 빙글 돌아가는데, 그에 맞춰 다리를 움직이기는 하지만 돌아가는 속도와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놈들이 네 다리로 천장과 벽을 타고 다닌다는 점을 생각하면 반중력 장치라도 쓰듯 홱홱 방향을 트는 동작은 더욱 어색합니다.
와처는 나이트의 등에 수납되어 있다 나와서 주위의 프로메테안을 보조하는 지원형 적입니다. 다른 프로메테안 병력에게 방어막을 씌워주는가 하면 날아든 수류탄을 되받아 던지기도 하며, 죽은 아군을 부활하거나 크롤러나 방어용 포탑을 소환하기도 합니다. 기능상 헤일로 3: ODST의 엔지니어와 유사하며 이런 특성 때문에 난이도가 높을수록 와처는 제거대상 1순위로 떠오르는데, 데미지를 받는 즉시 도망치는 습성이 있어 나이트와 크롤러의 공격을 동시에 받는 상황이라면 처리하기 꽤 까다로워집니다. 귀찮기는 해도 체력이 낮아 지정사수소총이나 전투소총의 좋은 먹잇감입니다. 크롤러가 수로 플레이어를 압도하면 나이트가 중거리에서 지원사격을 가하며 와처를 소환하는 전술을 펼치기 때문에 만만찮은 적수입니다. 이처럼 세 병과가 유기적으로 협동하기 때문에 상대하기 벅차지만 그만큼 오기를 불러일으킵니다.
헤일로 4편에서는 각종 조작에 QTE가 더해졌다. 잠시나마 강제로 카메라가 고정되기 때문에 현실감을 더해준다기보다는 갑갑하게 느껴질 때가 더 많다.
적들의 인공지능은 시리즈 최고였던 리치에 비해 일보 후퇴했지만 평균 이상은 합니다. 이를테면 엘리트는 엄폐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곧잘 회피기동을 펼치며, 나이트는 엘리트처럼 날래지는 않지만 앞서 말한 순간이동을 적시에 활용하며 공격을 피하거나 플레이어의 뒤에서 돌아 나와 허를 찌르기도 합니다. 특히 적의 차량조종 인공지능은 굉장히 준수해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반적으로 헤일로 리치만큼은 아니지만 헤일로 2편과 견줄 만하며, 3편보다 살짝 나은 정도입니다. 다만 아군 인공지능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형편없는데, 잠시 등장하는 인피니티 소속 스파르탄-IV 대원들은 그나마 방어막이라도 있어서 아주 총알받이로 전락하지는 않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캠페인을 통틀어 그럴 기회도 몇 없지만,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차량 운전은 아군에게 맡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헤일로 시리즈의 임무 목표를 자세한 맥락 없이 간소화하자면 언제나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이동하라’ 혹은 ‘적 제거/해당 버튼을 눌러 진행’으로 축약됩니다. 그래도 헤일로 1편의 순양함 침투 임무에서 벌였던 키예스 함장 구출이나 헤일로 2편 아비터 임무에서 가스 채취소 케이블 절단, 헤일로 3편 아크 임무 속 포워드 언투 던 착륙지점 확보처럼 기억에 남는 임무 목표도 더러 있기야 합니다. 헤일로 4편에서도 제시되는 임무 목표는 많지만 대체로 반복적인 인상을 주며, 대부분은 결국 레퀴엠 도착 직후 구조신호를 포착하고자 했던 ‘에너지 코어 파괴’의 국소 변형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식상한 감을 줄여보고자 이것저것 시도한 흔적이 보이고, 마스터 치프가 각종 버튼 같은 장치를 직접 조작하는 QTE를 넣는 등의 노력이 엿보이지만, 여전히 다채로운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QTE로 말하자면 전작에 없던 것들이 상당수 캠페인에 도입되었습니다. 다만 그 가짓수란 앞서 말한 특정 물체를 가동할 경우 버튼을 누르는 동작, 그리고 상황마다 달라지는 동작 둘뿐인데, 후자는 전부 ‘죽기 싫으면 X를 누르시오’ 수준입니다. 첫 임무의 승강기용 수직통로 등반에서부터 다이댁트와의 최종결전 및 핵폭탄 가동에 이르기까지 그 방식은 한결같습니다. 물론 개중에는 QTE 본연의 미니 게임이라는 특성이 결여되어 엄밀히 따져 QTE로 분류하기조차 어려운 경우도 있으나, 게임의 자연스러움 흐름을 잠시 끊어서 도리어 방해가 된다는 공통점은 매한가지입니다. 프로메테안 나이트와 최초로 대면하는 대목에서 나이트가 공중에서 덮치면 치프가 반격해 물리치는 부분이야 연출용 스크립트니 넘어가도, 버튼 누르기처럼 별 의미 없는 단순 반복구간은 캠페인을 통틀어 40군데가 넘습니다.
버튼을 누르면 잠시 치프가 손을 뻗어 엄지로 버튼을 누르거나 손잡이를 잡아당기거나 코타나의 칩을 단말기에 꽂거나 빼는 동작이 나옵니다. 이렇게 가동해야 하는 장치가 한가한 상황에서 나온다면 모를까, 대체로 적진 한복판 혹은 전투 와중에 등장하기 때문에 해당 동작이 강제로 나오는 동안에는 짧게나마 적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에는 그냥 스치면서 X건 RB건 해당 버튼만 꾹 눌러주고 몸을 피하면 그만이었는데, 이제는 강제로 몇 초 동안 가만히 있어야 하므로 특히 고난이도에서는 짜증을 증폭하는 요소밖에 되지 않는지라, 안전하게 하려면 적부터 소탕해야 합니다. 물론 이런 버튼 조작은 굉장히 사소한 걸림돌이지만, 이는 게임을 마치 상호작용 영화처럼 보이게 하려는 업계의 유행이라는 점에서 전례가 있는 문제입니다. 차라리 동작이 더 빨랐다면 불만이 덜했을지도 모르겠군요.
멋을 위해 넣는 이런 영화적 요소는 때로는 게임 플레이를 저해하며, 헤일로 4편의 QTE도 연출을 위해 게임의 자유도를 희생한 예입니다. 아무리 영화적 연출을 지향하는 QTE이라도 결국에는 어느 정도 틀에 박힌 형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플레이어가 미니게임―매스 이펙트나 폴아웃의 해킹, 스카이림의 자물쇠 따기에 비하면 미니게임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수준이지만―을 수행하게 함으로써 영화적 연출을 보여줘 무언가 의미 있는 행동을 한다는 착각을 심어주려는 잔꾀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플레이어를 게임의 흐름에서 잠시 들어내는 QTE는 몰입을 저해할뿐더러 전작에서는 이런 요소가 전혀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미 정립된 게임 방식과도 상충합니다. 과연 이런 충돌과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런 군더더기 연출을 추가할 가치가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이중 최악은 단연 다이댁트와의 결투입니다. 불사신과도 같은 선조가 원시적인 실탄화기에 당함으로써 체면이 깎이는 한이 있더라도, 이 대목은 QTE가 아닌 제대로 된 보스전으로 처리하거나 아예 막간 영상으로 대체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조작 가능한 부분은 X 버튼을 눌러 낙사 위기를 면하고, 다시 같은 버튼으로 펄스 수류탄을 쓰는 것뿐이었습니다. 결국 성취감 없이 끝난 최종대결의 허전함은, 마스터 치프가 구조되어 스파르탄-IV 및 해병 일동의 경례를 받는 CG 영상으로 벌충해야 했습니다. 게임 개발의 철칙은 몰입도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지 게임플레이를 저당 잡으면서까지 영화적 연출을 덕지덕지 입히는 것이 아닙니다. 애초에 이제는 이런 종류의 QTE가 참신한 연출도 아니며, 그마저도 헤일로 4편은 그런 QTE를 적절히 활용한 예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멀티플레이
지도 구성
헤일로 4편의 지도 구성은 딱 잘라 어떻다고 말하기가 힘듭니다. 배치나 구성이 적절한 맵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호평을 내리기에는 부족합니다. 군수품과 개인 장비라는 신요소 때문에 맵을 보는 시각이 변한 탓도 있지만 전작을 고스란히 계승하는 지도가 없어 확답하기 어렵습니다. 헤일로 3편의 발할라를 재구성한 라그나로크를 제외한 나머지 빅 팀 배틀 지도는 전작의 블러드 걸치나 사이드와인더, 컨테인먼트, 렐릭, 샌드트랩, 스탠드오프, 하이랜즈, 브레이크포인트에 비해 대규모 지도라 부르기 협소합니다. 가뜩이나 움직일 공간이 없어 탑승 장비가 빛을 발휘할 기회가 적은데, 개인 장비 때문에 얼마든지 시작부터 플라즈마 피스톨과 플라즈마 수류탄을 소지할 수 있다는 점이 이를 더욱 악화시킵니다. 그중 특히 엑자일은 시작지점 배치가 엉망이라 본진까지 밀릴 경우 가두리 양식장이 되기 딱 좋습니다.
다른 지도와 차별화되는 지도도 얼마 되지 않으며, 대체로 이렇다 할 개성이 없어 밋밋합니다. 물론 저마다 배경은 다를지라도 전투 양상을 유도하는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고, 저마다 개성이 부족해 제작진의 창의력이 번득이는 지도를 찾아보기도 힘듭니다. 행음 하이, 댐네이션, 록아웃, 잔지바르/라스트 리조트, 더 핏, 블러드 걸치처럼 좋은 평가를 받았던 전작들의 맵은 모두 게임의 흐름을 잘 조절했으며 외관상 저마다 뚜렷한 개성이 있었습니다. 하다못해 헤일로 1편 멀티플레이에서 가장 찬밥 취급이었던 케이론 TL-34만 해도 구조와 분위기는 독특했는데 말입니다. 이처럼 헤일로 4편의 멀티플레이 지도는 전반적으로 단조로워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빈약한 지도 구성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헤일로 3편 지도의 리메이크인 라그나로크가 가장 재미있는 지도일 지경입니다.
또 외관상으로 따져 봐도 멜트다운, 볼텍스, 컴플렉스, 하베스트, 레키지에서 섀터에 이르기까지 지도의 배경 설정이 서로 엇비슷해 그나마 봐줄 만한 것은 엑자일과 어밴던뿐입니다. 번지의 지도는 구도는 물론 시각적으로나 배경 설정으로나 서로 확연히 구분되는 형태를 지향했습니다. 일례로 리치에서는 지도의 배경이 대부분 인간 건물이었지만 시골 분위기를 풍기는 파워하우스, 나무가 많은 공원인 보드워크, 동양풍 실내 장식으로 도배된 리플렉션, 우주 느낌을 물씬 풍기는 정거장 형태의 앵커 9 등 종류가 다양했습니다. 반면 헤일로 4편에서는 단순히 A형 건물 집합, B형 건물 집합 같은, 마치 콜 오브 듀티 멀티플레이 맵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이렇듯 전작에 비해 헤일로 4편의 멀티플레이 지도는 상당히 무미건조합니다. 제작사가 343 인더스트리로 옮겨오면서 화려한 색채가 다소 죽은 것은 덤입니다.
게임 방식 및 포지 모드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플레이어에게 선택권의 폭을 넓혀주던 것이 헤일로 멀티플레이의 특징이자 장점이었습니다. 헤일로 1편에는 슬레이어, 깃발 뺏기, 오드볼, 고지 점령 같은 기본적인 구성만 갖추고 있었지만 헤일로 2편에 들어서면서 전작의 게임 형식을 계승하는 한편 다양화했고, 헤일로 3편에서는 더욱 늘어났습니다. 더욱이 3편부터는 포지 모드가 추가되어 RTS 게임처럼 완전히 새로운 맵을 만들 길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헤일로 리치는 그런 기능 면에서는 가장 풍부하고 다채로운 작품이었습니다. 그리프볼과 어썰트를 제외해도 12종류의 기본 게임 형식은 역대 최다로, 헤드헌터, 스톡파일, 인베이전 모드가 추가됐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게임 형식도 되돌아왔습니다. 여기에 포지 월드 추가는 물론, 포지 모드 자체도 더욱 개선되어 더욱 유연하고 사용자 친화적인 구성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반면 헤일로 4편은 그런 면에서 도리어 퇴보했습니다. 기본 게임 형식이 8가지로 줄었고(오드볼의 변형으로 들어간 그리프볼은 제외), 그나마 그중 셋은 4편에서 새롭게 추가된 것이라, 전작에서 계승된 기존 ‘클래식’ 게임 형식은 5가지에 불과합니다. 리치의 12가지 중에서 5개나 잘려나갔다는 말입니다. 더욱이 기존 게임 형식만 가위질당한 것이 아니라 거기에 부속된 하위 변형도 함께 잘려나갔기 때문에 하나하나 따진다면 줄어든 가짓수는 더욱 늘어납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그나마 살아남은 게임 형식에마저 달갑잖은 변경이 더해졌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예는 깃발 뺏기로, 이전에는 깃발을 획득해도 옮기기 싫으면 언제든 떨어뜨리면 그만이었지만, 이제는 죽지 않고서는 한 번 잡은 깃발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같은 편과 깃발을 주고받으며 협동하는 것도 불가능해 깃발 뺏기만의 묘미가 줄었습니다.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던 포지 월드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맵 3개입니다. 규모는 작아도 저마다 배경이 달라 포지 월드의 단점이었던 단조로운 분위기를 해소했다고는 하지만, 크기가 작아 포지 월드에서만 가능했던 대규모 맵은 제작이 불가능합니다. 거기다 왼쪽 스틱 슬로모션 기능이나 모니터 모드에서 가능하던 확대 기능, 잡고 있는 물체의 거리를 조절하는 기능 등 몇몇 조작은 사라졌습니다. 그나마 물체를 실수로 옮기지 않도록 고정해두는 기능이나 물체를 분류별로 삭제하거나 맵의 물체를 전부 삭제하는 등의 기능이 추가되어 편의성은 좋고, 광원이나 음영을 입히는 기능도 추가됐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선점이 있어도, 다양한 사용자 지정 지도를 제작할 수 있었던 리치에 비해 전반적으로 범용성과 가변성이 뒤떨어진다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합니다.
개인 장비
헤일로 4편으로 오면서 멀티플레이에 생긴 가장 큰 변화는 개인 장비입니다. 이런 개념 자체는 리치에도 있었지만 그때는 게임에서 미리 정해진 구성만 선택 가능했습니다. 예를 들어 슬레이어에어서는 다섯 가지 선택권이 있었습니다. 전부 기본무장은 돌격소총과 권총, 수류탄 두 발에, 방어구 기능은 질주, 제트팩, 위장 장치, 부동 방어, 홀로그램 다섯 가지 중 하나를 고르는 식입니다. 그러나 헤일로 4편에서는 무장부터 능력까지 전부 따로 설정이 가능합니다. 주무장과 부무장(저격소총이나 로켓 발사기 같은 파워 웨폰은 제외), 수류탄, 방어구 기능, 전술 패키지와 지원 업그레이드 둘로 나뉘는 ‘퍽’을 고르도록 되어 있고, 그런 식으로 총 다섯 가지 개인 설정을 저장해둘 수 있습니다. 선택권을 넓혀준다는 점만 놓고 보면 좋은데, 결과적으로는 헤일로의 탈을 쓴 콜 오브 듀티 아류작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양한 능력과 장비를 설정하는 데까지는 좋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무기와 장비 선택권이 모두 열린 것이 아니라 게임을 하면서 언락해 나가는 방식이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자연히 게임을 일찍 시작해 많이 언락한 플레이어일수록 유리해지는 구조이다 보니, 처음부터 똑같은 무장과 능력치를 갖고 공평하게 시작하는 헤일로 멀티플레이만의 장점이 무색해졌습니다. 여기에 새로 추가된 전술 패키지와 지원 업그레이드는 그 유용성이 들쭉날쭉해서 밸런스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사수나 복수의 여신처럼 사용 범위가 굉장히 제한되어 넣어봤자 슬롯만 낭비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탄약이나 은신처럼 어떤 상황에서건 유용한 것도 있습니다. 더욱이 이런 각종 능력치를 헤일로 멀티플레이에 대한 심사숙고 없이 마구잡이로 넣은 탓에, 이미 개인 장비에서 망가진 게임 밸런스를 더욱 엉망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자유도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능사가 아닙니다. 무기 설정권을 완전히 열어준다고 하면, 언뜻 생각하기에는 그야말로 다양하고 기상천외한 조합이 멀티플레이에 넘쳐날 듯하지만, 실제 사정은 다릅니다. 아무리 선택권을 줘도 결국에는 다시 일정한 선호 유형이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당연히 플레이어들이 가장 많이 고르는 주무장은 지정사수소총이 차지했고(플레이어 카드에 들어가 어떤 무기에 가장 많이 당했는지를 살펴보면 지정사수소총이 압도적 1위입니다), 패치를 통해 하향되기 전까지만 해도 부무장 슬롯은 사기라는 소리를 들었던 ‘산탄권총’ 볼트샷이 늘 차지해서 매그넘 권총과 플라즈마 피스톨은 찬밥 신세였습니다. 반면 빅 팀 배틀에서는 너도나도 부무장으로 플라즈마 피스톨을 챙기기 마련이라, 사방에서 날아드는 플라즈마 과충전탄 세례 속에서 빅 팀 배틀의 백미인 차량 전투마저 그 빛을 잃었습니다.
지금까지의 헤일로 시리즈와 헤일로 4편을 비교하면 자유도를 약간은 제약하는 편이 도리어 낫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헤일로 전쟁의 서막 이후로 대세가 되었던 무장 소지 제한도 그렇습니다. 헤일로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슈팅 장르에서는 게임 중에 습득하는 무기를 모두 들고 다니면서 상황에 맞게 꺼내 쓸 수 있었지만, 헤일로에서는 그 가짓수가 둘로 제한되기 때문에 싫어도, 즉석에서 전술적인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재미있게도 이런 설정은 소설에도 반영되어서 치프가 저격소총, 돌격소총, 산탄총, 로켓발사기를 놓고 무슨 무기를 챙길지 고민하는 대목이 나오기도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건 최상의 해결책을 찾도록 자유도와 선택권을 무한정 주기보다는 약간 제약하는 편이 도리어 플레이어로 하여금 생각 없이 같은 전투를 반복하기보다 상황에 맞는 전략을 세우도록 유도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군수품
개인무장에 이어 멀티플레이에 생긴 다른 큰 변화는 바로 군수품으로, 맵 군수품과 개인 군수품 두 가지가 있습니다. 기존의 헤일로에서는 무기가 생성되는 장소가 언제나 고정되어 있었고 그 간격도 언제나 같았습니다. 헤일로 4편의 군수품은 처음 투하되는 장소만 고정이고 그 다음부터는 무작위로 생깁니다. 같은 무기가 다음에 또 생성될지 그것조차도 확률에 달렸고, 그 위치가 어디가 될지는 생성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전작에서는 무기 생성지점이 맵 전반을 따라 골고루 분포되어 있어서 좋은 무기를 얻으려면 긴장을 늦추지 않고 항상 맵을 두루 돌아다니며 기선을 잡아야 했고, 활발하고 유기적인 플레이를 유도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어쩌다 얻어걸리는 방식입니다. 로켓발사기나 저격소총이 때마침 눈앞에 투하되면 운수대통이지만, 하필 대치중인 상대방 근처에 떨어진다면 재수 옴 붙은 겁니다.
게다가 그렇게 투하되는 군수품은 파워 웨폰에만 국한되기 때문에 돌격소총이나 코버넌트 카빈 같은 일반 무기의 탄약을 구하려면 죽은 아군이나 적 시체를 뒤져야 합니다. 개인 군수품은 사실상 콜 오브 듀티의 연속사살 보상인 ‘구호품’을 화장만 바꾼 형태입니다. 사살 혹은 사살보조로 게이지가 오르고(콜 오브 듀티와 달리 죽어도 초기화되지 않습니다), 다 차면 군수품 투하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요청 가능한 항목은 파워 웨폰, 수류탄, 파워 업 세 가지이지만 고른 항목 중에서 무엇이 나올지는 도박입니다. 펄스 수류탄/니들러 선택지가 뜰지 아니면 운 좋게도 퓨얼 로드 건/파티클 라이플이 뜰지는 순전히 운에 달렸고, 선택 가능한 무기 종류가 2가지만 나와도 운이 좋은 편입니다. 확률에 의존하는 방식이다 보니 자신은 계속 그저 그런 무기만 받는데 상대편은 계속 좋은 무기만 받는 불공평한 상황도 종종 생깁니다.
선택권 자체는 무작위이긴 하지만 100%무작위는 아닙니다. 군수품으로 어떤 무기가 들어갈지는 맵에 따라 정해져 있습니다. 헤이븐에서는 바이너리 라이플이, 컴플렉스에서는 로켓발사기가 파워 웨폰으로 생성되는 식입니다. 그리고 개인 군수품의 무기 범위도 맵에 따라 다릅니다. 전반적으로 군수품은 운에 좌우되는 시스템인데, 이처럼 무조건 운에 맡기는 뽑기는 게임 밸런스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불공평한 상황만 빚어낼 뿐입니다. 승패가 단순히 운에 달렸다면 상대뿐만 아니라 무작위 시스템과도 싸워야 합니다. 상대방이 아군보다 실력과 협동력이 뛰어나서 이긴다면 져도 불만이 없지만, 무기가 불공평하게 배분되어서 진다면 불만이 없을 리 만무합니다. 더구나 군수품은 게임에 깊이를 더하거나 경쟁의욕을 불태우게 하거나, 하다못해 재미를 살리지도 않습니다. 헤일로와 어울리지 않는 실수일 뿐입니다.
사용자 지정 및 스파르탄 설정
헤일로 4편에서는 리치에서 도입된 플레이어 성장시스템을 차용하여 확장시킴으로써 콜 오브 듀티를 비롯한 다른 현세대 FPS와 유사한 형태를 취했습니다. 리치에서는 외양과 관련된 요소만 언락 가능했던 반면 헤일로 4에서는 사실상 모든 것이 언락 요소로 나옵니다. 이제는 전투복뿐 아니라 휘장도 처음부터 잠겨 있어서 잠금을 풀려면 특정 레벨에 도달하거나 특정 포상을 얻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특정 형태의 게임이나 플레이만을 몇 시간에서 며칠을 꼬박 투자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뺑소니 휘장과 녹색 안면보호대를 얻으려면 게임에서 뺑소니 메달을 165번이나 받아야 하는데, 게임 내내 뺑소니만 하고 다니지 않는 한 수백 판을 해도 받을까 말까입니다. 더 기막힌 언락 조건은 스파르탄 ID에서 고르는 자세(유출, 대결, 믿음)로, 이 세 가지를 얻으려면 인간, 코버넌트, 선조 무기 관련 포상을 전부 받아야 합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헤일로 4편은 시리즈 최초로 무기 및 능력이 언락 요소로 도입된 작품입니다. 헤일로 리치에서 방어구나 사생결단 음성을 구입하려면 죽어라고 싱글과 멀티플레이를 통해 크레딧 노가다를 해야 했지만, 적어도 번지는 게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무기나 장비를 언락 요소로 넣지는 않았습니다. 헤일로 4편에서도 일단은 처음부터 똑같이 돌격소총, 매그넘 권총, 파편 수류탄을 갖고 시작하지만 나머지는 게임을 하면서 얻어야 합니다. 계급이 오를수록 다양한 무기와 능력의 언락이 풀리고, 동시에 얻는 스파르탄 포인트로 특전을 구매해야 하는데, 무기와 전투복 및 퍽의 언락 선제조건을 모두 충족하려면 스파르탄 레벨이 최소 26은 되어야 합니다. 이런 식의 보상체계는 게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사람들일수록 유리해지는 구조라 헤일로 멀티플레이의 특징 가운데 하나였던 공평한 게임 진행을 해칩니다.
지금까지 헤일로 멀티플레이는 플레이어들에게 공평한 조건을 제공했습니다. 슬레이어의 하위분류인 피에스타처럼 아예 무기가 랜덤으로 지급되는 게임 형식을 제외하면, 여태껏 헤일로 시리즈는 누구나 동일한 무장을 갖고 시작하도록 설정되어 있었고, 개인 장비를 처음 도입한 리치 때도 처음부터 누구나 아무 설정이든 고르게 해서 동등한 선에서 출발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343 인더스트리는 이후 FPS에서 대세로 자리잡은 플레이어 성장 시스템에 편승했고, 이제는 특정 무기나 능력 따위를 얻으려면 얼마나 될지 모르는 시간을 투자해야 간신히 무장 목록에 추가할 수 있습니다. 무장까지 사용자가 설정하게 허용해서 자유도를 높인다는 발상은 나무랄 데가 없지만, 그 결과 도리어 자유도를 해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원하는 무장을 얻으려고 죽어라 게임을 하도록 부추기는 것은 결코 좋은 방식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기본으로 주어지는 개인 무장과 무관하게 게임을 하다 보면 주변에 다른 무기나 방어구 능력이 떨어져 있으니 주워 먹으면 된다나, 아니면 게임을 몇 시간만 하면 누구나 기본적인 총기와 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변명으로 감쌀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당근과 채찍이라는 동기부여 방식입니다. 게임을 어느 정도 하면 포상이 주어지지만, 자주 하지 않는다면 다른 플레이어가 먼저 포상을 선점하여 그렇지 않은 플레이어들보다 우위에 서게 됩니다.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단순히 게임에 시간을 더 투자했다는 이유로 그런 우위를 특정 플레이어에게만 주는 것은 멀티플레이에서 지양해야 하는 포상 방식입니다. 같은 조건에서 대결함에도 단지 게임을 자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게임 진행이 일방적으로 흘러간다면, 그래서 어떤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에게 일방적으로 당한다면, 플레이어 전반에는 득보다 해만 됩니다.
게이머들이 계속 게임을 하게끔 유도하고자 당근과 채찍을 쓰는 개발 방식은 지양해야 합니다. 그러나 멀티플레이에 계급에 기반한 언락 시스템을 도입한 4편부터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렸던 콜 오브 듀티를 벤치마킹한 것인지, 343 인더스트리는 그런 방식이 헤일로 4편의 판매와 인기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리라고 믿고서(혹은 그렇게 하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압박이 있었던가) 그것이 기존 멀티플레이의 밸런스를 어떻게 깨뜨릴지는 고려하지 않고 헤일로 4편에 도입했습니다. 밸런스가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차라리 이렇게 함으로써 전보다 인기가 높아지고 멀티플레이도 전보다 북적거려 헤일로 3편의 영광을 재현했더라면 정당화나마 되겠지만, 결과적으로 헤일로 4편은 콜 오브 듀티를 어설프게 따라한 헤일로라는 오명만 쓰게 됐으며 급기야 등을 돌리는 팬들까지 생겨났습니다.
헤일로 멀티플레이라고 한다면 언제나 동등한 조건에서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승부를 가르는 상황이 떠올라야 정상입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굳어진다면 헤일로는 정체성을 잃고 여느 현세대 FPS 멀티플레이와 다르지 않게 됩니다. 헤일로라는 시리즈가 장기화되면서 멀티플레이에는 실력이 쟁쟁한 플레이어도 많이 축적되어 진입장벽이 높아져가는 상황에서 소위 ‘템빨’까지 들어간다면 장벽은 한없이 올라가기만 합니다. 그렇잖아도 전통적 FPS에서처럼 플레이어들이 모두 동일선상에서 출발하는 방식은 어느 새인가 구식이 되어가는 판에, 343 인더스트리마저 새로운 시류에 동참해 그런 방식이 사실상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게 하는 데 일조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섣부른 걱정마저 듭니다(다행히 헤일로 5편에서는 언락이 장식적인 요소에만 집중되어 이런 염려는 불식되었는데, 이는 다른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스파르탄 옵스
343 인더스트리는 헤일로 3: ODST에서 시작되어 헤일로: 리치에서도 포함된 사생결단 모드를 대체할 새로운 모드인 스파르탄 옵스를 헤일로 4편에 도입했습니다. 스파르탄 옵스는 부가 영상이 첨부된 짧은 임무로 풀어가는 이야기로, 헤일로: 인피니티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본편 이후 6개월 경과한 시점의 인피니티가 중심이 됩니다. 핼시 박사, 라스키 함장, 줄 음다마가 중심으로 부각되며, DLC 개념이 아니라 무상으로 10주간 제공되었습니다. 인공지능 적과 싸우는 협동 멀티플레이였던 사생결단과 달리 처음부터 캠페인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각 지도에 붙은 설명이 설정의 전부였던 사생결단과 달리 본편의 이야기와도 밀접히 연관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게임 업데이트와 더불어 이렇게 부가 콘텐츠를 꾸준히 무상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과연 사생결단을 대체하기에 충분한 모드인지는 의문입니다.
스파르탄 옵스는 일단 구성부터 단조롭습니다. 레벨부터가 캠페인과 멀티플레이 지도를 화장만 고쳐 돌려쓴 경우가 많습니다. 다행히도 에피소드가 거듭될수록 지도 구성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지도 하나로도 사용자 지정에 따라 다양한 구도가 나오는 사생결단과 달리 부가 설정이 없어 캠페인의 한 구간만 계속 하는 기분입니다. 스파르탄 옵스를 짧게 정의하자면 사생결단의 방어전과 유사한 축소판 캠페인인데, 난이도를 달리 해도 진행 양상은 항상 동일한 탓에 다시 플레이할 가치는 떨어지는 편입니다. 더구나 캠페인과 유사함에도 해골조차 설정할 수 없고 하다못해 점수공략 같은 요소도 없어 단점이 더욱 부각됩니다. 언제나 협동을 강조하는 시리즈 전통을 이었는지 스파르탄 옵스도 처음부터 4인 협동 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구성된 까닭에 파티로 진행하면 그나마 재미가 살아나는 편입니다.
난이도는 캠페인과 마찬가지로 적의 공격력과 체력으로 조정되나, 협동 플레이를 염두하고 제작된 특성상 혼자 하기는 어려운 편입니다. 특히 전설 난이도로 혼자 진행할 경우, 체감 난이도는 악명 높았던 헤일로 2편 전설 수준으로 올라갑니다. 레벨은 캠페인/멀티플레이어 지도에 새로 제작한 지도를 절충한 형태로, 스파르탄 옵스 전용으로 새롭게 제작된 지형지물은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이지만 되풀이되는 익숙한 장소도 상당합니다. 그나마 임무 목표가 다양하고 적과 장비 배치 및 시작 지점, 각 임무에 특화된 지형지물을 적절히 혼합함으로써 반복되는 느낌을 덜어주는 편입니다. 그래도 결국에는 어딘가 반복되는 구간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런 점에서는 마치 지난 삼부작의 캠페인에서 항상 있었던, 왔던 길 되밟기 진행과 비슷합니다. 아무리 제작사가 바뀌었어도 이런 점까지 답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스파르탄 옵스는 그 자체로서 새롭고 흥미로운 시도이기는 하나 전임자인 사생결단만큼의 재미와 흡입력은 없습니다. 스파르탄 옵스가 343 인더스트리표 헤일로만의 전매특허로 남으려 했다면, 처음부터 다양한 아케이드 설정과 사용자 지정 기능을 넣어서 사생결단에 준하는 형태를 갖췄어야 했습니다. 사실 스파르탄 옵스는 캠페인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이야기 전달의 성격이 강했고, 부가 CG 영상의 품질도 매우 훌륭해 보는 재미가 있었으며, 속편의 복선이 될 만한 묵직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 이야기는 게임이 아니라 그래픽 노블 헤일로: 에스컬레이션에서 다뤘습니다. 그리고 에스컬레이션의 결말은 10주 동안 계속된 스파르탄 옵스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허무하고 맥 빠지는 전개로 막을 내렸음을 생각하면, 스파르탄 옵스의 이야기는 전형적인 용두사미입니다.
그 밖의 이모저모
음악 및 음향
제작사가 바뀌면서 작곡가도 마티 오도넬에서 닐 데이비즈로 바뀌었습니다. 데이비즈는 영국 트립 합 그룹 매시브 어택의 프로듀서로 이름을 알린 작곡가로, 그가 작곡한 음악의 분위기는 오도넬과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그러나 오도넬의 음악과 별개로 훌륭한 곡들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으며, 특히 Arrival, To Galaxy, Revival을 기억에 남는 명곡으로 꼽을 만합니다. 오도넬 음악과의 가장 큰 차이는 배경음악이 게임을 끌어가느냐, 아니면 게임을 따라가느냐의 여부에 있습니다. 오도넬의 음악은 진행 내내 전면에서 앞장선다면, 데이비즈의 음악은 전면에 나서기보다 분위기를 띄워주는 데만 주력할 때가 많아 배경음악이라는 성격에는 더 부합하는 편입니다. 그래도 대체로 좋은 곡임을 생각하면 좀 더 전면에 나섰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데, 343 측에서 배경음악의 음량을 너무 낮게 잡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음향효과의 경우 핵심을 잡았거나 아예 빗나갔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일부 음향효과는 훌륭하게 녹아드는 반면 다른 일부는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일례로 워트호그의 묵직한 엔진 소리는 4륜구동차라기보다는 꼭 스쿠터 같은 모기 소리로 바뀌었습니다. 나머지 화기의 경우 돌격소총, 지정사수소총, 산탄총, 레일건, 분대지원화기는 상당히 괜찮은데, 전투소총의 총성은 지금 3점사 중인가 싶을 정도로 허약합니다. 에너지 검을 비롯한 코버넌트 플라즈마 무기 일부와 선조 화기 대부분은 지나치게 후처리를 한 탓에 도리어 맥 빠지게 들리는 경우가 많아 별로 치명적인 무기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헤일로 1~3편까지의 전작에서는 다소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리치나 애니버서리의 총기 음향은 전반적으로 묵직하고 만족스러웠는데, 헤일로 4편의 총성은 전반적으로 부족하고 들쭉날쭉한 인상입니다.
개인적으로 FPS 게임에서의 총성은 배드 컴퍼니 이후의 배틀필드 시리즈가 단연 최고라 보는데, 현실적 음향 효과에 대한 다이스의 집착은 알아줄 만합니다. 요즘 어지간한 FPS 게임은 실제 총성을 녹음해서 게임에 사용한다지만 그런 현장감 남치는 총성 중에서도 단연 다이스는 백미입니다. 그래서 발매를 1년 앞두고 343 인더스트리 측에서 현장 음향녹음 영상을 공개했을 때만 해도 헤일로에서도 다이스와 유사한 효과음을 듣게 되리라 기대했었는데, 새 음향감독 토지마 소타로는 애써 녹음한 소리를 후처리로 잘게 다지기로 결심했던 모양입니다. 343도 아닌 세이버 인터랙티브를 통해 리마스터를 거치면서 어딘가 어색한 음향 효과가 있었던 헤일로 1, 2 애니버서리판도 이 정도로 어색하지는 않았는데, 도리어 본가에서 만드는 작품에서 음향으로 지적을 하게 되다니 알다가도 모를 노릇입니다.
끝으로 성우들의 연기는 언제나 그랬듯 훌륭한 편입니다. 특히 이번 작에서는 마스터 치프와 코타나의 성우인 스티브 다운스와 젠 테일러가 시리즈 최초로 동석에서 녹음함으로써 대사에 실리는 감정을 극대화시켰습니다. 치프의 대사량이 늘어난 점에 대해서는 말이 많지만, 이야기 전개나 인물의 발전에는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성우진 중에는 에일리언 2편의 중화기 사수 드레이크 역으로 유명한 배우 마크 롤스톤은 물론, 베테랑 성우인 제니퍼 헤일, 로라 베일리, 유리 로웬탈, 스티브 블룸 등이 참여했습니다. 한편 한글판 더빙에는 이정구, 엄현정을 비롯해 이전 시리즈에서도 헤일로 더빙을 맡았던 성우들이 참여했습니다. 국내 최정상 성우들인 만큼 연기력은 여느 때처럼 훌륭하나, 유독 4편에서 심해진 오/악역 때문에 연기가 빛이 바래며, 그렇잖아도 선조와 관련해 헷갈리는 이야기만 더 난해해졌습니다.
시각적 묘사
기술적 관점에서 본다면 헤일로 4편은 굉장히 준수한 작품입니다. 번지 특유의 색감이 다소 죽었고 스카이 박스가 이전만큼 인상적이지 않지만, 동일 장르의 다른 게임에 비한다면 그래도 화사한 편이라, 이야기는 암울해도 게임은 언제나 밝은 분위기였던 시리즈 전통적 특징을 잇고 있습니다. 광원도 굉장히 풍부하고 텍스처 역시 최고 수준이며 각종 동작 역시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그래픽만 놓고 본다면 헤일로 3편과 ODST, 리치를 거치며 찔끔찔끔 발전하던 번지의 그래픽 수준에서 몇 계단을 훌쩍 건너뛴 느낌입니다. 특히 개선된 동작은 막간 영상 속 인물의 표정 묘사에서 잘 드러나며, 헤일로 3편에 비하면 훨씬 매끄러운 리치보다도 더욱 진일보한 수준입니다. 더욱이 헤일로 4편이 엑스박스 360으로 출시된 마지막 헤일로임을 생각하면 전반적인 그래픽은 기기의 성능을 극한까지 활용한 수준입니다.
환경 그래픽은 딱히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경치는 굉장히 미려하며 특히 바위와 절벽은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처럼 아름답습니다. 단점이 있다면 글레어 효과를 과하게 넣어서 눈이 부실 때가 더러 있다는 것 정도이나 크게 거슬리지는 않습니다. 또 플레이어가 차량 등을 이용해 빠르게 이동할 경우 눈앞에서 절벽이 갑자기 뜨는 등의 팝인 현상이 가끔 있지만 심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계승자’ 임무에서 매머드를 타고 다니다 보면 그런 현상이 눈에 뜨이게 보입니다. 특히 매머드가 정지하는 너른 개활지에서 코버넌트 병력과 장비가 느닷없이 나타나거나 바위 텍스처가 팝인 현상을 일으키는 부분이 자주 나옵니다. 어떤 바위는 텍스처가 제대로 씌워지지 않아 민둥산처럼 보이다 가까이 가야 제대로 나오지만, 다행히 이렇게 노골적으로 결함이 드러나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그러나 기기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 올리면서 그래픽에 지나치게 정성을 쏟은 나머지 게임플레이에 도리어 해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메모리 부족 문제인지 캠페인에서는 일부 문을 지나면 통로가 그대로 잠겨서 되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이는 탐험의 여지를 축소시킬뿐더러 탄약이 부족할 경우 되돌아가서 재정비할 기회마저 박탈합니다. 특히 무장이 어중간한 상태에서 적진에 덩그러니 남겨지기라도 하면 최악의 경우(특히 난이도가 높을수록) 게임을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바닥에 떨어진 시체나 무기도 너무 빨리 사라져서 몰입을 방해하며, 총기와 탄약을 잃기도 쉬운데, 이런 단점은 멀티플레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리고 가끔 있는 현상이지만 고정된 포탑을 뜯어 들고 다닐 경우 로딩과 함께 총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런 버그는 엑스박스 원으로 출시된 마스터 치프 콜렉션의 헤일로 4편에서도 발생합니다.
미술적 관점에서 전반적인 외양 설계는 모 아니면 도입니다. 주변 지형지물은 흠잡을 데가 없으나 인물이나 기계장치는 어색한 데가 종종 발견됩니다. 매머드 같은 차량이나 레일건 같은 화기처럼 새롭게 선을 보인 일부 장비는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며, 국제연합 우주사령부 및 코버넌트 무기와 차량처럼 되돌아온 기존 장비는 리치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거나 조금 다듬은 정도입니다. 343 인더스트리가 제작을 맡으면서 그동안 번지에서 제작해둔 요소에도 손을 뻗쳤는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제작사의 입김이 들어가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번지가 제작해온 삼부작과 외전에서도 각종 외양이 조금씩 변했는데 제작사가 바뀐다면 오죽하겠습니까. 문제는 기존에 확립된 양식을 크게 바꿈으로써 괴리감을 주는 외양 변화입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은 선조 건물의 변화입니다.
선조 건물이 미려한 이유 중 하나는 자연 경관과 인공적인 건물의 결합입니다. 선조 건물은 처음부터 주변 지형의 일부였던 것처럼 자리잡고 있거나 아니면 땅에서 자라난 것처럼 자연스러워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헤일로 4편의 선조 건물도 크게 그런 양식을 따라가지만 어딘가 모르게 트론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어쩌면 당시 엑스박스 360의 열악한 사양 때문에 리소스를 아끼고자 넣을 수밖에 없었던 눈속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더욱이 과거 선조 건물 내부는 대체로 고요하거나 웅웅거리는 배경음이 전부였으며 간혹 건물 내/외부를 광선이 가로지르는 정도였습니다. 반면 4편의 선조 건물은 별다른 이유 없이 떠다니며 재배열되기 바쁜 각종 반중력 장치로 도배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구조물을 따라 선명한 광선이 자체 조명처럼 표면을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헤일로 4 속 선조 건물(위)과 영화 트론의 한 장면(아래). 343 인더스트리 개발진 중에 이 영화의 팬이 있었는지 의심된다.
그런트와 자칼의 신체구조도 크게 변했습니다. 생물계통상 절지류에 속했기 때문에 갑각류와 같은 외골격을 지녔던 그런트의 피부는 악어처럼 우둘투둘한 가죽질로 바뀌었고, 자칼이라는 별명에 걸맞잖게 실제 외양은 대머리수리를 닮았던 키그야르는 이제 98년 헐리우드판 고질라의 축소형처럼 보입니다. 그런트를 갑각류에 빗댄 것은 헤일로 2 한정판에 동봉된 설정집 우주 속의 대화로, 자칼을 새에 빗댄 것은 치프가 자칼과 최초로 접촉했던 대목이 나오는 소설 헤일로: 리치 행성의 함락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흐름이 깨진 것입니다. 헤일로: 리치에서 자칼의 아종으로 나왔던 스커미셔는 생김새가 판이했어도 적어도 대형 이족보행 조류라는 큰 공통점은 유지했건만, 이제 코버넌트는 전보다 더욱 짐승 같은 모습으로 되돌아온 탓에 지능을 갖춘 외계인이라기보다는 의사소통의 여지가 전혀 없는 괴물로 보입니다.
멀티플레이에서만 등장하는 전투복 상당수는 그저 괴상망측할 뿐이며 장식도 과하고 불필요한 묘사를 덕지덕지 발라놓은 흉물일 뿐 아니라, 애초에 도무지 묠니르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마치 일본식 특촬물과 미국식 히어로물에서 반반씩 영향을 받은 듯한 몰골인데, 전작에서 따온 일부(ODST 방어구와 유사한 훈련병 헬멧과 스카웃 및 리콘 헬멧)를 제하면 기존 묠니르 변형의 설계 양식에서 너무나도 거리가 멀기 때문에 스파르탄 대원이 실제로 착용할 성 싶지도 않게 생겼습니다. 이전의 묠니르는 조금이나마 실용적이고 군사적인 특색을 지키면서 멋을 겸비했다면, 헤일로 4편의 것은 과잉의 좋은 본보기입니다. 묠니르 전투복에도 일반 전투복처럼 탄입대와 탄띠를 추가해 현실성을 기했던 리치를 생각하면, 헤일로 4편의 묠니르 전투복은 거기서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낯설게 느껴지기는 치프의 전투복과 포워드 언투 던의 선체도 마찬가지. 치프는 동면하는 사이 전투복이, 포워드 언투 던은 표류하는 사이 체급이 달라졌습니다. 헤일로 3편에서 미란다 중령의 함선으로 처음 등장했던 포워드 언투 던은 카론급 경호위함으로, 외관상 2편의 인 앰버 클래드(스털워트급)나 리치의 그래프톤과 사바나(파리급)과 큰 차이가 없음에도 4편에서는 구조가 싹 달라졌는데, 이는 새로 등장한 스트라이던트급 중호위함의 선체 모델링을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신작 기준으로 이전 모델링을 대체하는 것이 편의상 으레 있는 일이라고는 하나, 적어도 치프가 동면하던 반파된 포워드 언투 던만큼은 전작과의 연계를 고려해 기존 모델링을 계승했어야 마땅합니다. 이는 헤일로 리치와 헤일로 애니버서리 속 필라 오브 어텀이 헤일로 1편의 원형에서 그래픽만 향상됐음을 생각하면 더욱 대조되는 사례입니다.
치프의 전투복은 단순히 세대를 거치면서 일어나는 세부묘사 보강을 뛰어넘은 수준으로 바뀌었습니다. 헤일로 2편과 3편을 함께한 전투복이 경전차라면 헤일로 4편의 전투복은 중전차로 느껴질 만큼 외관상 육중해져서, 얼핏 생각하기에는 동면 도중 일어나 함선에 남아 있던 다른 전투복으로 갈아입었나 싶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묠니르 전투복은 중세 갑옷처럼 혼자서는 착용과 탈의가 힘들다는 점은 물론 실내에 일정한 기압을 유지하기가 함든 반파된 함선이라는 한계는 둘째 치고, 구축함과 맞먹는 제작단가를 자랑하는 묠니르 전투복이 일개 호위함에 굴러다닐 리가 없습니다.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묠니르 전투복 속에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게임내 HUD뿐 아니라 실제 전투복 외양까지 손을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때문에 4편의 치프는 전혀 다른 스파르탄 대원처럼 느껴집니다.
이유야 어찌됐건 이러한 이질감에 기름을 붓는 것은 343 인더스트리의 억지 해명입니다. 치프의 전투복은 나노머신이 바꿔놓았고, 코버넌트 종족들은 출신 행성과 종이 달라서 외모가 차이난다는 식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묠니르 전투복에 나노머신 기능이 있어서 자가 복구 및 수리가 가능하다는 설정이 추가됨으로써 이것이 설명된다고 쳐도, 외부물자 조달 없이 나노머신만 이용한 수리/개조라 하기에는 외관상 이전의 마크 Ⅵ형과 너무 동떨어져 있습니다. 더구나 이 모든 변화를 게임에서 코타나의 대사 ‘방어구 펌웨어를 새로 만들었어요’ 한 마디로 부연하기에는 너무도 부족합니다. 나노머신 설정은 헤일로 4편을 염두에 둔 소설 킬로-파이브 삼부작에서 처음으로 언급됐고 게임 발매를 전후해 웨이포인트 업데이트로 몇 차례 다뤘기에 설정상 하자는 없다지만, 정작 본편에는 설명이 없어 내막을 알 길이 없습니다.
다이댁트의 기함에 주포를 발사하는 인피니티. ‘자기 가속포’라는 명칭처럼 맥건은 자기 코일로 열화우라늄탄을 가속시켜 발사하는 실탄 화기인데, 위 장면 속 묘사는 영락없는 에너지 병기다.
다만 선조 건물의 경우 변명의 여지가 있습니다. 헤일로 4편에 등장하는 선조 건물이 선조 특유의 건축양식(회색 표면, 대칭/수직적 구조, 기하학적 무늬, 자연환경에 반쯤 녹아든 배치)을 갖추고 있음에도 전작과 크게 차이나는 이유는, 레퀴엠이라는 구조물 자체가 전혀 다른 계층에 속한 선조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선조 사회는 직업군에 따른 계층으로 나뉘며 계층별로 고유한 건축양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접했던 선조 건물은 대부분이 건축사의 작품이었고, 애초에 헤일로 배열을 제작한 이들이 건축사 계층이라 자주 접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반면 헤일로 워즈에 등장한 실드 월드는 전사 종복 계층, 헤일로 2편과 3편의 키쉽은 생명가공사 계층의 작품입니다. 또 헤일로 2편의 델타 헤일로에서 잠깐 보였던 석조 건축물과 같은 형태의 사원은 상헬리의 모성에도 유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인류가 다양한 건축양식을 갖고 있듯 선조의 건축양식 또한 각 문화와 시대별로 차이가 나며, 무엇보다 선조가 천만 년이라는 세월 동안 우주를 누볐던 종족임을 생각하면 이러한 시각적 변화는 너무도 당연한 반영입니다. 당장 게임에서 묘사되는 건물이라고 해봐야 불과 1만년 상간에 있었던 변천을 담고 있을 뿐이니 말입니다. 무엇보다 게임의 무대인 레퀴엠이 다이댁트의 야심찬 플러드 방어책의 일환으로 건설된 최초의 실드 월드임을 생각하면, 그의 계획을 훼방 놓으려 들었던 건축사 계층에 대한 반기를 담아 도리어 이질적인 양식을 도입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또 진짜 선조 ‘프로메테안’들의 분노와 증오와 절박함이 게임에 등장한 ‘기계 프로메테안’으로 변이된 과정에 고스란히 반영되었을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사악하고 동물적이며 생물과 기계 어느 쪽도 아닌 두루뭉술한 외양 역시 납득이 됩니다.
선조 건축양식의 변화처럼 키그야르 같은 코버넌트 종족의 외양차도 상식적으로는 아귀가 맞습니다. 현실의 인류도 지역에 따라 인종이 갈리는데, 우주를 개척한 외계인들이 단일종을 유지한다면 어불성설일 것입니다. 이디오 행성계의 위성인 에인에서 진화한 종족인 키그야르는 크게 루티안, 트바오안, 이비에샨 세 종류로 나뉩니다. 루티안은 모행성 에인의 초대륙 루트에서 진화한 시조새를 닮은 종으로, 헤일로: 전쟁의 서막에서부터 쭉 개근해 가장 익숙한 키그야르입니다. 트바오안은 에인이 속한 이디오 행성계의 소행성 이주지인 트바오의 환경에 적응한 아종으로, 헤일로: 리치에서 스커미셔라는 병과로 처음 등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비에샨은 에인의 화산 지대인 이비에시에서 진화한 공룡을 닮은 종으로, 이들이 바로 헤일로 4편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키그야르입니다.
이비에샨은 고립된 지역에서 외부와 오랫동안 단절된 상태로 생존했기 때문에 그만큼 육체적 변화가 적었고, 각기 다른 환경에 적응하면서 신체적으로 크게 변화한 루티안이나 트바오안의 공통 조상과 가장 유사한 신체 구조를 유지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조류보다는 파충류에 가까운 외양을 지니게 됐습니다. 헤일로 발견 이후 기존의 코버넌트가 대분열로 와해되고 내전이 벌어지면서 이때까지 코버넌트에 소속되어 있었던 종족들 역시 혼란을 겪었는데, 그 과정에서 원래 이해타산을 중시하던 키그야르는 그 특기를 살려 용병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줄 음다마가 재건한 스톰 코버넌트에서 복무하는 키그야르의 대다수가 루티안도 트바오안도 아닌 이들 이비에샨이라는 사실은 그만큼 대분열 이후 혼란한 코버넌트 종족들의 정황을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포워드 언투 던 재설계의 경우는 외관상의 괴리가 너무 커, 이런 식으로 설명하려야 할 수가 없습니다. 도입부 CG 영상에서 묠니르 전투복을 비롯해 해병이나 상헬리의 무장이 신작에 발맞춰 통일된 것은 시간 부족 때문이었다고 제작진에서 이유를 밝혔고, 외관상으로나 구조상으로나 급변한 포워드 언투 던 역시 헤일로 3편의 외양이 공식 설정이라고 각본가 제프 이스털링이 확답을 주었지만, 아직 미해결로 남은 헤일로: 리치 최대의 의문인 필라 오브 어텀의 아소드 폐기장 귀환 문제와 마찬가지로 이도 좀처럼 뇌리에서 떨쳐내기 어렵습니다. 국제연합 우주사령부 측의 장비야 설정을 떠나 전후에 쇄신된 것들이며 제식명칭도 조금씩 차이가 나므로 말이 될지 모르겠지만(그런들 표류하던 포워드 언투 던에 적재된 화기까지 신형으로 갱신된 것은 설명이 안 되지만), 그밖에 것들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묠니르 마크 VI 전투복 그래픽 변화. 한눈에 봐도 헤일로 4편으로 오면서 가파른 변화가 있었다. 수리/개조된 전투복이 전작의 마크 VI형과 닮았더라면, 작중 치프를 ‘노병 스파르탄’이라 깎아내렸던 델리오 함장의 말이 외견상으로는 맞아 떨어졌을지 모른다.
과거 헤일로 2편에서 치프의 전투복이 달라졌을 때는 타당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게임 시작과 함께 카이로 기지에서 신형 묠니르 마크 VI형을 지급받음으로써 1편에서 입었던 마크 V형에 작별을 고했으니 말입니다. 그러는 동시에 달라진 방어막 및 체력 체계에 관한 설명도 곁들이고 있어 게임플레이 자체와도 긴밀히 연결됐습니다. 반면 헤일로 4편의 치프는 분명 그때 그 마크 VI형을 입고 있어야 함에도 전혀 다른 차림새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치프가 타고 있는 포워드 언투 던 역시 분명 카론급이어야 하건만 실제로는 스트라이던트급입니다. 그런트와 자칼 역시 머리로는 변화를 이해해도 마음으로는 괴리를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픽 기술 발전에 따른 미술적 변화는 좋지만 그 대가로 지금까지 쌓아올린 일관성을 헌신짝처럼 버린다면 심각하게 재고해볼 문제입니다.
돌이켜보면 이런 일이 비단 처음은 아닙니다. 애니버서리판에서 블러의 CG 영상을 통해 정정됐지만, 헤일로 2편이 처음 출시됐을 당시에는 리치 행성에서 탈출하는 필라 오브 어텀이 당시 게임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마라톤급 순양함으로 대체된 적이 있으니 말입니다(이것이 전례가 되어 헤일로 4 애니버서리가 출시된다면 그때라도 수정되기를 빌어야겠습니다). 게임이 재미만 있으면 그만이라고는 하지만, 얄궂게도 헤일로 4 제작 과정에서 개발진 스스로 강조하기도 했던 이런 시각적 측면은 이야기 전달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합니다. 시각적 묘사에 일관성이 없으면 몰입하기 어렵고, 그래서 게임이 일관되게 보이도록 해야 세계관이 바로 서며, 일관성이 깨어지면 서로 엇갈리는 중구난방 짜깁기가 되고 맙니다. 주요 인물, 종족, 함선, 무기의 외양 변화에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관성은 사상누각에 불과합니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언제나 헤일로에는 새로운 것이 등장했습니다. 코버넌트와의 전쟁이 주된 소재인 만큼 새로운 코버넌트 종족이 추가되고, 사제들이 거짓과 기만으로 코버넌트의 사회를 휘어잡고 있는 정치적 구도를 묘사함으로써 이야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전개함은 물론 세계관에도 더욱 살을 붙였습니다. 헤일로 2편이 전쟁의 서막과 달랐듯 리치도 헤일로 3편과 달랐으며, 이러한 창의적 전개는 헤일로라는 프랜차이즈가 계속해서 성장하려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창의력은 정말로 새로운 요소를 만들거나 수긍이 갈 만한 차이를 두는 데만 발휘하고, 이전부터 있었던 것들을 내키는 대로 바꾸는 데는 삼가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헤일로 4편에서 발휘된 343 인더스트리의 창의력은 몰입도와 일관성을 깨뜨리는 데 크게 일조했고, 결과적으로 평행우주에 온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킵니다.
코버넌트를 새로운 무기와 신념으로 무장시켜 분파 조직을 만들되 신체구조는 건드리지 말고, 묠니르 전투복에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해서 전방투영창을 멋지고 세련되며 각종 전투복 능력과 호환이 되도록 하되 전투복 자체를 건드리지는 말라는 것입니다. 정말로 외양을 바꾸고 싶었다면 헤일로 3편의 마크 VI형에서 그래픽 발전에 따른 세부묘사만 손을 보던가, 아니면 포워드 언투 던이나 인피니티에 다른 전투복을 구비해놓는 식으로 설정했어야 합니다. 강렬한 첫인상을 주고자 여명 임무에서 함선 체급상 나올 수가 없는 대규모 전장을 구현하는 것은 좋지만(헤일로 1편의 마지막 임무 심연에서 차량탈출 구간이 실제 필라 오브 어텀의 구조와 맞지 않았던 것과 같은 맥락), 함선 자체를 뒤바꾸는 것은 곤란합니다. 크게 나무랄 데가 없다면 익숙한 기존의 것은 그대로 두는 편이 낫습니다.
사실 번지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특히 리치에서 등장한 브루트는 헤일로 4편의 키그야르만큼이나 심하게 변했던 전례가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343 인더스트리는 후발주자라는 조심스러운 위치에 있는 만큼, 그 첫걸음인 헤일로 4편에서만큼은 가능한 선발주자의 전례를 존중하며 답습한 뒤 속편에서 자신들만의 색을 입히는 편이 이질감을 줄이는 최선의 인수인계였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343 인더스트리는 헤일로 4편 단 한 작품에서 두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일관성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전작이라 해서 외관상 일관성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지금까지는 비교적 점진적이던 것이 4편에서 급진적으로 악화됐습니다. 수긍할 만한 최소한의 변화만 가함으로써 제작사 이관으로 말미암은 잡음을 최소화할 방법이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는 점, 그것이 343 인더스트리의 실책입니다.
계승은 이미 시작되었나?
전반적으로 헤일로 4편은 잘 만든 게임이며 어떤 면에서는 전작보다 진일보한 면도 있습니다. 공급과잉이라는 감이 있기는 해도 총기간 밸런스는 리치 때보다 나아졌고, 리치처럼 과도한 설정 수정으로 인해 기존의 설정과 충돌을 빚는 일도 없었습니다. 캠페인 전투 역시 헤일로만의 전투(대규모 차량전, 적의 뛰어난 인공지능)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재미는 보장합니다. 단지 기대가 컸기에 실망도 컸을 뿐입니다. 차라리 이것이 343 인더스트리가 아니라 번지의 작품이거나 헤일로가 아니라 다른 게임이라면 이렇게까지 실망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리치로 막을 내린 헤일로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을 새 출발로는 다소 맥 빠지는 작품입니다. 비록 343 인더스트리가 업계 실력자들을 모아서 구성한 스튜디오이고 거기에는 번지 출신도 있다고는 하나, 정작 헤일로의 차기작을 놓고 뚜렷한 구상을 그리지는 못했던 모양입니다.
그 결과 자신들의 작품이 아닌 다른 프랜차이즈를 입양하는 과정에서 곧잘 생기는 문제 즉, ‘모험을 걸어야 할 때 걸지 않고, 정작 모험을 걸지 않아야 할 때 모험을 거는’ 엇박자가 여기서도 생기고 말았습니다. 일례로 전작의 상당히 많은 것들이 삭제되거나 지나치게 축소되었습니다. 캠페인 및 멀티플레이 동영상 모드, 캠페인 득점, 멀티플레이 게임 형식 종류, 사생결단, 사용자 지정 게임 옵션, 포지 모드 내 상세 조작, 필름 렌더링 및 스크린샷 공유, 멀티플레이에서 사용 가능한 엘리트 캐릭터 등등……. 이렇게 빠진 것들이 하나씩 모여 전작만 못한 후속작을 이루었습니다. 대체로 속편은 전작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데 중점을 두고 개발됩니다. 같은 게임을 만들되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후속작의 본질입니다. 그러나 있던 기능마저 뺀다면 전작만 못한 속편이 되기 십상입니다.
343 인더스트리에서 무슨 이유로 전편의 특징들을 4편에 고스란히 계승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상당한 수의 직원을 거느렸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전폭적인 재정지원을 받고 있으며 3년이라는 개발 기간이 있었습니다. 그보다 못한 환경에서 작업했던 번지가 그만한 결과를 거뒀다면, 343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더욱이 미술적인 관점에서 343 인더스트리는 지나치게 큰 재량권을 발휘했습니다. 케네스 스콧을 필두로 한 미술팀에서는 조금이라도 필요하다 싶으면 전부 새로운 외양을 입혔고, 각본가는 세계관 중에서도 하필 고대 선조 및 인류사 부분을 손봤습니다. 설정 수정이라는 것이 세계관이 커지고 시리즈가 장기화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는 하나, 앞서 말했듯 세대전환 과정이자 과도기인 만큼 이런 민감한 부분에서는 보다 조심스럽게, 또 안전하게 저자세로 나가는 편이 현명했으리라 봅니다.
물론 343 인더스트리만 외양이나 설정 측면에서 무리한 보정을 가하는 악수를 두는 우를 범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번지의 헤일로: 리치는 후임자에게 안겨주는 악의 어린 작별 선물 수준이었지만, 적어도 헤일로는 어디까지나 번지에서 만들고 키웠던 작품이기라도 했습니다. 반면 343 인더스트리는 그 후임자고, 후임 개발사에서 저만의 설정을 짜고자 한다면 번지가 깔아둔 것을 뜯어고쳐 343표 헤일로라는 도장을 찍을 것이 아니라, 기존 설정에 바탕을 두고 새 설정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애초에 헤일로라는 프랜차이즈였기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헤일로 전담 스튜디오를 만들었으니, 343 인더스트리는 헤일로의 주인이 아니라 집사라는 처지에 걸맞게 행동해야 합니다. 마치 번역에서 역자가 원문을 자기 입맛대로 고치는 경우와도 비교되는데, 그런 버릇이 과하면 번역이 아니라 번안이 됩니다.
제목이 암시하듯 지금껏 헤일로의 주된 무대는 헤일로 그 자체였다. 343 인더스트리는 한 술 더 떠서 링 월드 대신 다이슨 스피어를, 죽은 선조 대신 살아 있는 선조를 등장시켰지만, 결과적으로는 섣부른 판단이 되고 말았다.
끝으로 짚어볼 것은 게임플레이 자체의 변화입니다. 헤일로 4편은 기존 헤일로 시리즈에 비춰볼 때, 게임플레이가 극단적으로 변화했습니다. 탑승 장비나 양손 무기, 방어구 능력은 번지 때부터 하나씩 추가된 큰 변화이나, 343 인더스트리의 급진적 변화는 이전의 변화를 모두 덮어버릴 정도로 큽니다. 지나치게 무작위에 문제투성이인 군수품 시스템은 둘째 치고, 계급에 차별을 두는 언락 시스템이 이를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아이템 기반의 플레이어 성장 시스템은 RPG 장르라면 모를까 헤일로 같은 플레이어간 대전 위주인 FPS 장르에서는 발붙일 자리가 없음에도 콜 오브 듀티를 시작으로 이런 시스템은 FPS에서도 통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콜 오브 듀티는 지금 같은 대작이 아니었고, 당시에는 어떤 슈팅 게임이건 누구나 대등한 무장으로 게임이 진행됐습니다.
그러나 콜 오브 듀티 4편 발매로부터 5년이 지나 출시된 헤일로 4편은 계급 기반 성장 시스템을 도입하는 같은 수순을 밟았습니다. 헤일로: 전쟁의 서막에서 헤일로: 리치까지 지난 11년간 헤일로는 계급을 불문하고 언제나 공평한 게임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343 인더스트리에서는 액티비전의 성공 공식이 헤일로에도 득이 되리라는 치명적 오판을 내렸습니다. 결과적으로 헤일로 4 멀티플레이는 콜 오브 듀티 아류작이 되고 말았고, 이는 343 인더스트리의 최고 실책으로 남았습니다. 플레이어 성장 시스템으로 게임의 수명을 늘리는 동시에 플레이어들에게 동기 부여를 하고 싶다면, 언락 요소는 게임의 승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치장용 아이템에만 국한해야 합니다. 과거의 명성을 잇고자 끊임없이 발전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긁어 부스럼만 만들지 않아도 반은 성공할 때도 있는 법입니다.
헤일로: 전쟁의 서막은 출시 당시 가장 혁신적인 게임이었지만 새로운 삼부작을 시작하는 헤일로 4편은 혁신작보다는 모작에 가깝고, 특히 콜 오브 듀티와 비교당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습니다. 계급 기반의 언락, 사용자 설정 개인 장비, 퍽(정식 명칭은 전술 패키지/지원 업그레이드지만, 그래봤자 화장만 고친 퍽), 여기에 헤일로판 콜 오브 듀티 구호물자인 군수품 투하까지 비슷한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모방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닐지 몰라도 다른 데서 빌려온 것들이 정작 자기 것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겉돌기만 한다면 얘기가 다릅니다. 헤일로는 저만의 색채를 유지해야지 콜 오브 듀티나 다른 슈팅 게임의 어설픈 아류작으로 남아서는 안 될 일이며, 헤일로 1편에서 리치까지 시리즈 본연의 장점을 찾아 개선을 거듭함이 바람직합니다. 헤일로의 본보기는 헤일로 시리즈 그 자체입니다.
헤일로는 어디까지나 헤일로로 남아야 합니다. 다른 프랜차이즈의 특색을 어설프게 접붙이거나 혹은 그러느라 원래 있던 특색을 등한시하고 빼버려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번지가 제작에서 손을 뗐고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고는 해도 343 인더스트리는 물려받은 유산을 관리할 집사로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처지에 있습니다. 지난 10여년간 쌓아온 헤일로만의 방식을 헌신짝처럼 내다버리거나 자기 입맛대로 주무르는 것은 집사로서 전통을 존중하는 태도가 아닙니다. 물론 이는 제작사를 이관하면서 자연스레 일어날 만한 일이며 343 인더스트리 역시 일부러 전통을 무시한 것은 아니겠지만, 팬들의 눈에는 헤일로라는 프랜차이즈를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처사로 비칩니다. 헤일로만의 방식을 지켰기에 지금의 헤일로가 있다면, 앞으로도 그 기조만큼은 고수해야 합니다.
승리의 순간임에도
헤일로 4편은 잘 만든 작품이지만 전작과의 비교선상에서 부족함이 보입니다. 전반적인 조작감이 좋고 캠페인의 적 인공지능은 뛰어나지는 않아도 상당한 도전을 선사하지만 대체로 직선형인 레벨 디자인은 밋밋하고 탐험의 여지를 크게 남겨두지 않습니다. 멀티 플레이 지도도 마찬가지이며, 게임의 흐름을 끊는 QTE도 현실성을 주기보다 거슬리기만 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멀티플레이에 가해진 변화로, 계급 기반의 언락과 무작위성 군수품 투하가 시리즈 전통의 공평한 게임을 해치고 있습니다. 기술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본다면 매우 수려하지만, 미관으로 따진다면 들쭉날쭉합니다. 환경과 일부 새롭게 추가된 요소는 멋지고 세련되었지만 다시 돌아온 기존 요소는 불필요한 재정비가 가해짐으로써 도리어 일관성과 몰입을 해치는 데만 일조했고, 부분적으로는 평행우주의 헤일로를 하는 듯한 느낌마저 줍니다.
음악의 경우 훌륭함에도 발매 당시에는 마티 오도넬의 아성에 밀려 저평가된 감이 있습니다. 음향 효과는 다소 품질이 엇갈리는데, 상당수 음향 효과는 훌륭하나 무기 및 일부 차량 효과음은 이상하거나 맥빠집니다. 전반적인 이야기는 매끄럽게 잘 흘러갑니다. 치프와 코타나의 관계와 치프의 인물 발전은 잘 묘사됐으며 여운을 남기나, 그밖에는 달리 인상 깊은 데가 없습니다. 악당은 묘사가 빈약하며 첫 등장에서 보여준 강력한 모습과 달리 실제 게임상의 활약은 미미합니다. 헤일로 3편의 결말에서 종전 협정을 맺었던 코버넌트가 자세한 설명 없이 다시 적으로 등장하는 등 전후의 세력구도 변동은 줄거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에도 거의 다뤄지지 않았으며, 헤일로: 전쟁의 서막처럼 온전한 형태는 아닐지라도 자가완결 구조를 갖췄기 때문에 후속작에 대한 직접적 암시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다른 슈팅 게임에 비해 부가기능을 충실하게 갖추고 있는 편이나, 리치에 비한다면 도리어 퇴보했습니다. 리치에서 제공했던 멀티플레이 게임 형식의 거의 절반이 빠졌으며, 일부 사용자지정 옵션 역시 사라졌습니다. 포지 모드가 되돌아오기는 했으나 부분적인 기능이 생략되어 아쉬움을 주며, 게임을 녹화하여 재관람하게 해주는 동영상 기능, 아케이드 모드를 통한 캠페인 내 득점 시스템도 사라졌으며 이는 스파르탄 옵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반복적으로 즐길 가치는 있습니다. 캠페인은 전반적으로 잘 구성되어 있어 다시 플레이할 가치를 보장하며, 멀티플레이는 단점이 많아 이전 헤일로 시리즈에서와 같은 재미를 느끼기 어렵지만 매주 새운 맵이 공개되었던 스파르탄 옵스는 협동 플레이로 즐기기에 좋습니다. 전반적으로 2, 3회차를 할 만한 가치는 충분하나, 전작들에 비하면 떨어집니다.
헤일로 4편은 속편을 제작할 경우 전작의 장점을 그대로 살리면서 새로운 장점을 덧입혀야 한다는 공식이 참임을 증명하는 작품입니다. 헤일로 4편이 헤일로가 아니라 전혀 다른 신작이었다면 충분히 수작이라 할 만하지만, 헤일로 후속작으로서는 부족한 점이 많아 일보 전진 일보 후퇴와도 같은 작품입니다. 보다 나은 결과를 낳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잠재력과 가능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으며, 생소한 음향 및 외양 묘사는 신선하게 다가오기보다는 전편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연관성만 깨뜨립니다. 게임 자체로는 결코 나쁜 작품이 아니지만, 시리즈 전체로 보면 실망스럽고 밋밋합니다. 비록 343 인더스트리의 첫 작품이라고는 하나, 헤일로 4편은 과연 그들이 헤일로 프랜차이즈를 이어갈 적합한 후계자인가 하는 의문을 일으키는 동시에 프랜차이즈의 미래를 다소 불투명하게 가리는 속편입니다.
제이의 미디어 유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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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o 4 (헤일로 4)
출시일 : 오리지널 – 2012년 11월 6일
리마스터 – 2014년 11월 11일 (XBOX)
2020년 11월 17일 (PC)
장르 : 하이퍼 FPS
개발 : 343 indurstries
플랫폼 : PC, XBOX
이제 헤일로 인피니트가 올해 연말에 출시되어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시점에서, 언젠간 리뷰해보고 싶었던 이 게임을 리뷰해볼려고 합니다. 헤일로4는 한때 제 최고의 기대작이었으며, 그 당시 군대(..)에가 있어서 출시했음에도 너무 오랫동안 해보지 못했던 각별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헤일로4는 저에게 너무나 실망감이 큰 게임이었습니다. 343 인더스트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헤일로4는 343인더스트리가 긴 시간 개발해온, 번지의 바통을 이어받아 새로운 헤일로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기도 했지만, 그 시작은 결코 좋지 않았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헤일로 시리즈를 PC로도 발매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유저들이 새로 헤일로 시리즈로 유입되고 있는 이 와중에, 이 과도기적 작품인 헤일로4가 과연 어떤 게임이었는지 살펴볼려고 합니다.
2011년 말부터 개발 과정을 공개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기대를 모았던 343 인더스트리의 첫 헤일로인 헤일로4.
343 인더스트리의 첫 출발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습니다. 343 인더스트리는 원작 팬들을 위하여 헤일로1 : 전쟁의 서막의 리마스터작인 헤일로 전쟁의 서막 애니버서리를 출시했었고, 343 인더스트리가 만들어낸 각종 미디어 믹스들도 높은 퀄리티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헤일로4의 첫 정보가 공개되었을 때도 팬들이 343에 거는 기대는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공개된 정보로 보면 헤일로4의 그래픽은 매우 훌륭했고, 많은 부분에서 더 발전된 게임을 만들려는 개발진들의 시도가 보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번지 헤일로 시리즈와는 약간 다른 차이점을 두겠다고 하면서 기존 헤일로 시리즈를 좋아하지 않았던 유저들까지 유입시키려는 노력도 하겠다는 의지까지 보였습니다.
물론 이에 달가워하지 않는 유저들도 있었지만, 343 인더스트리는 당시 최고의 수준을 가진 인력들을 가지고 있었기에 게임의 퀄리티가 높을 거라고 예상하는 건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 캠페인 *
캠페인은 모든 부분에서 번지의 헤일로 시리즈와는 차이점을 보입니다. 처음부터 고퀄리티의 CG 컷신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스토리 상 스파르탄을 창조한 헬시 박사와 그녀를 심문하는 심문관의 대화로 시작되는 초반 시작은 처음부터 343 인더스트리가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번지와는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343은 마스터 치프라는 캐릭터의 인간적인 면, 소설에서 부각되는 그러한 면들을 부각시키겠다고 말했고 이것은 실제 게임에서도 반영되었습니다. 시작부터 스파르탄에 대한 정의, 마스터 치프나 스파르탄들의 과거를 언급하며 그것이 전쟁 범죄라는 사실을 강조하죠. 이러한 접근법은 번지의 헤일로에 비해서 더 디테일한 접근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 점이 헤일로4 스토리에 흠을 낳았지만 말입니다.
최신 게임들의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서, 1인칭 시점에서 다양한 카메라 이벤트 연출을 보여준다.
헤일로4는 시작부터 다른 최신 FPS 게임들의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서인지, 1인칭 시점에서 전개되는 다양한 카메라 이벤트 연출을 보여줍니다. 초반부터 함선의 벽을 짚고 등반을 하기도 하고, 자신을 덮쳐온 엘리트와 백병전을 벌이는 치프의 모습을 보여주죠.
이러한 연출은 헤일로 리치에서도 번지가 도입하긴 했지만, 343의 헤일로4는 이런 부분이 많습니다. 스파르탄의 신체 능력을 보여준다는 취지로 이러한 연출을 도입했다고 하는데, 번지의 헤일로보다 동적이고 시네마틱한 느낌을 주며, 요즘 게임들의 트렌드를 따라가겠다는 343의 의지가 보이는 연출들입니다.
건슈팅은 좀더 빠릿빠릿해졌고 적들의 체력이 줄어서 스피디한 전투가 가능해졌다.
건슈팅은 번지의 이전작들에 비해서 좀더 빠릿빠릿해졌습니다. 이제 스프린트(질주)가 기본 기능으로 도입되어 언제든지 달릴 수 있으며, 적들의 체력도 전체적으로 번지의 헤일로 때보다 하향되었기 때문에 좀더 스피디한 전투가 가능해졌습니다. 번지의 마지막 작품인 헤일로 : 리치에서 적 엘리트들이 상당한 맷집을 보여주어서 애를 먹었던 것을 생각하면,
빠릿빠릿한 전투는 나쁜 변화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또 전체적으로 총기 격발음이 바뀌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전투가 가벼워지고 스피디하게 변했습니다. 총기 타격감도 좋아졌습니다.
적들의 물량도 많이 나오며, 인공지능도 리치만큼 악랄하진 않지만 좋은 편이라 재미있는 전투가 가능합니다.
솔직히 헤일로4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습니다.
초반부의 스토리텔링과 연출은 상당히 좋았다.
파괴된 여명호의 잔해에서 정체모를 코버넌트 잔당들과 전투를 펼치고, 코타나와 협력하여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나는가 싶지만 마스터 치프와 코타나는 정체모를 외계 행성으로 낙하하게 됩니다.
이러한 초반부 전개는 매우 흥미로웠으며, 연출과 스토리 텔링 모두 괜찮았기 때문에 헤일로4의 기대치를 크게 가지게 만드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마스터 치프는 코타나가 AI로써의 수명이 다했다는 걸 깨닫고 코타나와 함께 이 정체 불명의 미지의 외계 행성에서 적들을 격파하고, 지구로 돌아갈 수 있는 함선을 찾고 지구로 돌아가 헬시 박사를 찾아 코타나의 광기를 치료한다는 목적을 가지게 됩니다. 여기까진 솔직히 흥미롭고 평탄한 전개였죠.
당시 굉장했던 그래픽과 선조의 건축물 디자인은 경이로운 수준으로 좋았다.
또한 그래픽 또한 굉장했습니다. 헤일로4의 그래픽은 지금 봐도 좋다고 느낄 정도로 그 당시 충격적이었습니다. 당시 성능이 매우 좋지 않았던 구 콘솔 XBOX 360 독점작으로 발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픽은 굉장히 아름다웠으며 퍼포먼스도 30프레임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정도로 안정적이었습니다.
특히 아트 디렉팅 퀄리티가 대단한 수준으로 좋아서 미적으로도 매우 아름다웠죠. 헤일로4의 첫인상은 굉장했고 343이 굉장히 멋진 일들을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실제로 초반부 미션은 재밌기도 했구요.
하지만 그 초반의 경이롭고 대단하단 느낌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선조라 불리우는 ‘프러미시안’ 이라는 새로운 적이 나타나면서 캠페인은 엉망이 되기 시작한다.
뛰어난 그래픽과 스피디한 슈팅 감각의 장점은 오래 가지 않습니다. 343이 새롭게 선보이는 선조라 불리우는 ‘프러미시안’ 이 등장하고 스토리 상 최강의 난적이라는 ‘다이댁트’ 가 등장하면서 헤일로4의 싱글은 엉망이 되기 시작합니다.
343은 이 부분에서 치명적인 스토리적 실수를 저질르고 말았습니다. 초반부의 그 신비하고 흥미로운 느낌을 잘 유지했으면 좋았을텐데, 어떠한 배경 설명이나 떡밥도 없이 갑자기 다이댁트드가 등장해 알 수 없는 소리를 늘어놓으며 치프와 코타나를 궁지로 몰아넣어버립니다.
문제는 플레이어는 이 과정에서 이런 전개를 이해할 수 있는 수단이 게임 내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심지어 다이댁트가 자신이 누군지 밝히는 장면이 전혀 없었음에도, 다이댁트와 조우한 직후 코타나가 ‘다이댁트를 막아야 해요!’ 라고 외치는 장면은 어처구니가 없게 만듭니다.
플레이어는 이제 막 저 신비하고 음험한 외계인을 만났을 뿐인데, 게임 속에서의 코타나와 마스터 치프는 마치 그에 대해 별로 궁금하지 않고, 어느정도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합니다.
이는 343의 치명적인 스토리텔링 실수로, 모든 유저가 헤일로 게임만이 아닌 소설이나 다른 미디어 매체에서 스토리를 미리 접했다는 가정 하에 스토리를 짜넣은 것입니다. 하지만 그걸 가정해도 헤일로4의 이러한 스토리 자체는 많은 유저들에게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전개와 스토리텔링을 불어넣어 몰입감을 해쳐버리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프러미시안은 상대하는 재미가 코버넌트보다 떨어지지만 매우 까다롭고 맷집이 강력해 반저격 무기로 상대하는 플레이가 강조된다.
프러미시안은 상대하는 재미가 코버넌트보다 떨어집니다. 병종도 다양하지 않고 생물체가 아닌 로봇에 가까운 이미지라 개성이 부족합니다. 그런데 상대하기 매우 까다롭고 맷집이 강력해서 전면전으로 상대하기 부담스러우며, 때문에 엄폐 기동을 하면서 반저격 무기로 상대하는 플레이가 강조되는 적입니다.
따라서 이들을 상대할때 지루한 보병전이 되기 십상입니다. 특히 와쳐라는 적은 플레이어가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이미 제거한 프러미시안 나이트들을 되살려 교전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게임을 더 피곤하게 만듭니다.
상대하기 쉽지 않지만 쓰러트리는 쾌감을 주는 코버넌트와 다르게
프러미시안은 상대하는 게 피곤하고 짜증나기만 합니다.
개인적으로 차라리 플러드를 상대하는 것이 더 재밌었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몇몇 구성은 어느정도 스케일 있는 전투를 묘사하지만 전체적으로 번지의 헤일로보다 스케일이 떨어지며, 지나친 일직선 구성이다.
몇몇 구성은 어느정도 스케일 있는 전투를 묘사하지만 전체적으로 번지의 헤일로보다 스케일이 떨어지며, 지나친 일직선 구성입니다. 한번 지나친 구역은 다시 되돌아갈 수 없으며, 탐험을 한다는 느낌이 있었던 전작들과 다르게 맵 크기 자체는 작지 않아도 일직선 게임에 상당히 가까워진 진행이 되어서 싱글 플레이가 단조로워졌습니다.
또한 아군들의 AI가 번지 헤일로 시절보다 협력을 한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으며 동료로 등장하는 스파르탄-4 들도 전투력이 시원찮아 높은 난이도에선 별 도움 없이 죽어나가 치프 혼자서 싸운다는 느낌만 강합니다.
높은 AI를 가진 아군 NPC와 협력했다는 느낌을 잘 주어서 인터랙티브한 싱글 플레이를 제공했던 번지의 헤일로와 비교한다면 너무나 아쉬운 부분입니다.
특히 선조의 총기들은 인류의 무기와 큰 차이점이 없으며, 별다른 특징도 없지만 후반부에는 강제적으로 사용하게 되어 무기 사용의 지루함도 커진다
343이 강조했던 선조의 총기들 또한 생각보다 개성이 없고 별다른 특징이 없습니다. 인류 무기와 코버넌트 무기의 특징은 서로 어느정도 구별되어 있지만 선조 무기는 인류 총기에 그냥 이펙트만 바꾸었다는 느낌만 강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주긴 하지만 성능도 별다른 차이가 없어 이럴거면 왜 구현했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부에는 거의 선조 무기 탄약만 제공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반강제적으로 라이트 라이플이나 서프레서 같은 무기의 사용을 강요받습니다.
캠페인 후반부에는 지나친 반복적인 맵에서 선조 총기들로만 지루한 프러미시안들과 까다로운 싸움을 해야 하며, 이러한 게임 플레이는 결국 게임 플레이를 지루하게 만들며 유저들이 헤일로4 싱글 플레이에 실망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쌩뚱맞은 비호감 캐릭터들의 등장과 억지스러운 개연성 없는 대사와 전개들은 더욱 더 몰입감을 떨어트린다.
또한 스토리도 중반부부터 급격하게 망가지기 시작하는데, 오랜 실종 기간 끝에 치프는 UNSC 인피니티와 조우하게 되고 헤일로3와 헤일로4 스토리의 시간적 차이를 감안해보면, 플레이어들이 궁금해하는 요소, 기대할 요소, 그러한 욕구들을 해소할 만한 장면들이 헤일로4에 있어야함에도 불구하고, 헤일로4는 이러한 것들을 너무 대충 묘사합니다.
그동안 인류에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치프와 다시 재회한 UNSC 장병들이 치프를 어떻게 환호할 것인지, 그 시간동안 인류는 어떤 발전을 했고 새로운 스파르탄들이 누군지 소개하는 장면이라든지, 팬들이 상상했던 그런 종류의 상상들을 343 인더스트리는 철저하게 부숴버립니다.
수많은 헤일로 팬들과의 기대와는 반대로 치프는 인류를 구원한 영웅으로써 대접받는 장면은 전혀 없으며, UNSC와의 재회는 대충 묘사하고 급격하게 게임 플레이로 넘어가 버립니다.
또한 쌩뚱맞은 비호감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오히려 치프와 코타나를 궁지로 몰아넣고 그들의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모습은 정말 제 정신으로 스토리를 짠 건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다이댁트와의 결전 또한 너무나 작위적인 연출이며, 마지막 QTE는 실망스러웠다. 그나마 인상깊었다고 느껴진 건 한밤중 미션의 브로드소드 전투기 플레이 뿐.
보스전 또한 사상 최악의 적이라는 점이 무색하게 다이댁트는 허무한 QTE (버튼액션) 연출로 끝나버리며, 그나마 인상깊었다고 느껴진 건 마지막 미션 초반의 브로드소드 전투기 플레이 부분 뿐이었습니다.
연출 또한 최악의 스토리 전개 때문에 그다지 몰입이 되지 않습니다. 지루함은 후반부에 가면 극에 달하며, 브로드소드 전투기로 선조의 비행선 안을 탐험하는 부분은 꽤 멋있었지만 나머지 부분은 지루했습니다.
치프와 코타나의 감정선은 잘 표현했다 하더라도, 나머지 스토리가 너무 부실하고 주제가 무엇인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스토리상 AI 수명이 다한 코타나의 광기, 그녀와 이별을 겪는 마스터 치프의 감정선은 스토리 상 유일하게 잘 표현된 부분일 뿐, 사실상 최대 난적으로 등장했어야 할 다이댁트는 허무하게 당해버려 이는 차후의 헤일로 스토리를 망치는 원인이 되어버렸습니다. 또한 최대한 너무 마스터 치프와 코타나, 쓸데없는 인물들을 조명하는데 시간을 쓴 탓에,
정작 스토리를 이끌어야할 새로운 적인 다이댁트와 프러미시안은 입지가 안습해졌으며 대체 헤일로 스토리가 무슨 흥미로운 주제로 앞으로 나아가야할지 앞길을 제시하지 못하는 파국으로 치닫고 말았습니다.
CG의 퀄리티는 높지만..정작 대체 뭐하자는 스토리인지 모르겠다.
이러한 헤일로4 스토리 전개는 헤일로5에서 결국 최악의 스토리로 전개되는 원인을 제공하고 말았고, 후속작인 헤일로5 캠페인이 완전히 망해버리는 결과를 낳아버렸습니다.
그럴듯한 헐리우드식 연출만 있을 뿐, 헤일로4의 스토리는 겉만 요란할 뿐 중요한 알맹이가 확 빠져버린 기분입니다. 절제해야할 부분은 절제하고, 보여줘야 할 부분에선 최선을 다해 보여준 번지식 헤일로의 스토리텔링이 그리워질 뿐입니다.
마스터 치프와 코타나의 캐릭터성을 확실히 보여주고, 주변 배경 설명에도 충실해 확실한 스토리 전개를 제공했던 번지의 헤일로에 비해, 쓸데없는 설정만 가득 집어놓고 정작 게임에선 설명해주지도 않고 이상한 전개만 집어넣은 343의 스토리 텔링은 게임을 난잡하게만 만들었습니다.
* 불필요한 디자인 변경으로 인한 비판 *
헤일로4는 불필요하게 전체적으로 캐릭터들의 디자인이 나쁜 쪽으로 바뀌어버려서 두고두고 비난을 받았다.
헤일로4는 디자인 측면에서도 엄청난 악평을 받았습니다. 343 인더스트리는 기존 번지 헤일로와의 차별성을 두고자 전체적으로 스파르탄의 묠니르 전투복, 코버넌트 종족들의 외양 등 기존 번지가 정립해놓았던 캐릭터 디자인을 무차별적으로 바꾸어버렸는데, 문제는 디자인이 더 멋있어진게 아니라 흉측해지고 유치해져버렸다는 것입니다.
주연인 마스터 치프의 디자인은 나름 멋있지만 다른 스파르탄들의 묠니르 디자인은 이게 밀리터리 SF 게임의 전투복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유치하고 난잡한 디자인이며, 색상이나 모델링도 플라스틱 싸구려 느낌이 강합니다.
특히 적이지만 상당한 간지로 무장했던 엘리트들의 디자인도 상당히 못생겨지고 쓸데없이 헐벗게 되어 흉측한 느낌만 강해져서 전체적으로 멋지고 특색 있는 디자인을 보여줬던 헤일로 시리즈의 디자인을 난잡하게 바꾸어버렸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343의 미적감각…
이러한 디자인 변화는 헤일로5까지 지속되었지만 결국 헤일로 팬들의 디자인에 대한 분노는 폭발했고 결국 343 인더스트리는 그 비판을 수용하고 헤일로 인피니트에서는 원래의 번지식 디자인으로 복귀하게 됩니다.
하지만 헤일로4는 그 디자인 변화의 시작점인 작품으로써, 그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작품입니다.
분명 디자인 변화는 어느정도 있으면 좋지만, 그 결과물이 좋아야 디자인 변경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헤일로 시리즈는 그 팬덤이 상당히 두텁고 유저들의 애정이 깊은 게임인데, 343 인더스트리가 별다른 조심성도 없이
마구잡이로, 좋지 않은 퀄리티로 캐릭터 디자인 변경을 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다행히도 헤일로 인피니트에선 모든게 돌아오고, 헤일로 리치의 디자인을 계승해서 이 문제는 해결되었습니다.
물론 소수의 343 인더스트리의 캐릭터 디자인을 좋아하는 유저도 있지만, 소수에 의견에 불과했고 디자인은 대부분 악평이었습니다.
* 멀티 플레이 *
멀티 플레이는 리치에 비해서 밸런스가 좀더 나아졌고 콜 오브 듀티 시리즈와 유사한 시스템들이 추가되어 호불호가 갈린다.
멀티 플레이에 대해서도 헤일로4의 평가는 좋지 않았습니다. 우선 악명 높은 부동 방어같은 아머 어빌리티는 사라졌고, 리치에 비해서 무기 밸런스가 전체적으로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콜 오브 듀티 시리즈처럼 일정 수의 적들을 죽이면 무기를 스폰하여 파워 웨폰으로 적들을 학살하는 플레이가 가능해져 헤일로 답지 않다는 비판을 들었으며, 이는 게임이 쉽게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문제를 야기해 헤일로4 멀티는 비판을 많이 받으며 유저가 빠르게 빠져나갔습니다.
하지만 멀티 플레이의 재미 자체는 헤일로 시리즈 답게 준수한 편이며, 이전작들처럼 다양한 모드를 지원하고 사후지원이 좋아 헤일로4의 멀티 플레이 재미 자체는 뛰어난 편입니다.
빅팀 배틀은 매우 준수하게 잘 뽑혀져 있고 맵 디자인이 잘되있어 호평을 받았다.
반면에 빅팀 배틀은 매우 준수하게 잘 뽑혀져 있고 맵 디자인이 잘되있어 호평을 받았습니다. 맵 크기 지나치게 크지 않고 전체적으로 맵이 밸런스 있게 디자인되어 빠릿빠릿하게 대규모 교전을 즐길 수 있어서 헤일로4의 빅팀 배틀은 완성도가 높은 편입니다.
헤일로4 멀티에 대해서는 전 의외로 나쁘게 평가하지 않는 편입니다. 분명 헤일로4의 멀티 플레이는 리치의 밸런스적인 문제에서 좀더 나아졌으며 재미 자체도 뛰어난 편이라 나쁘지 않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 스파르탄 옵스 *
헤일로4의 4인 협동 스토리 모드인 스파르탄 옵스는 초반부는 실망적이지만 후반부는 나름 좋은 구성을 가지고 있다.
헤일로4만의 특별한 점으로 4인 협동 멀티 스토리 모드인 스파르탄 옵스가 있습니다.
제 2의 캠페인이라고 343 인더스트리가 공언했을정도로 볼륨도 나름 크죠.
스파르탄 옵스는 4명의 플레이어가 협동하여 캠페인 형식으로 구성된 맵들을 클리어하며 스토리를 진행해나가는 나름 훌륭한 모드로,
초반부는 지나친맵 재탕과 반복적인 구성으로 실망적이지만, 후반부는 나름 좋은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2의 캠페인이라고 하기엔 연출이나 레벨 디자인이 부실하며, 초반부는 많이 실망스럽습니다.
후반부부터는 레벨 디자인도 좀 다듬어지고, 4명이서 높은 난이도로 즐기면 나름 재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점은 매치 메이킹을 지원하지 않고 오로지 친구를 초대해서 해야만 하기 때문에 만약 같이 할 친구가 없다고 하면 혼자서 진행해야 하므로 그 재미가 반감되고, 캠페인에 비해서 등장하는 적들의 수나 난이도가 더 높기 때문에
게임이 루즈해지고 까다로워지기 십상이라, 그 한계점을 깨지 못한 아쉬운 모드입니다.
다만 컷신과 스토리가 있고, 헤일로4 본편보다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를 제공한다는 점은 괜찮은 부분이지만,
아쉽게도 공들인 것에 비해 성과가 없어 헤일로5부턴 이러한 시도가 없어지게 됩니다.
* 마치며 *
헤일로4는 분명 퀄리티는 높은 편이지만 실망스러운 게임이다.
헤일로4는 분명 뛰어난 그래픽과 다양한 게임 모드와 볼륨을 자랑하는 퀄리티 높은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헤일로 팬으로써는 매우 실망스러운 게임이며, 헤일로5가 최악의 캠페인을 가지게 되었던 원인이기도 한 작품입니다. 헤일로4의 애매한 평가로 343 인더스트리가 과연 헤일로 시리즈를 만들어갈 능력이 있는지 많은 유저들이 의심하게 되었으며, 결국 헤일로5의 실패로 343 인더스트리는 회사 내부적으로 인원들이 교체되고 인피니트의 개발 기간이 늘어지는 등 내부적으로 엄청난 혼란을 겪게 됩니다.
헤일로4는 분명 상업적으로 잘 팔리고 평가 자체도 괜찮았지만, 번지 헤일로의 아성을 넘기엔 너무나 역부족인 게임이었습니다. 실망스런 스토리, 부족한 레벨 디자인, 흉하게 바뀌어버린 전체적인 디자인은 343 인더스트리가 정말 헤일로 열성팬 개발자들로만 이루어진 개발사인지 의심스러웠습니다.
결국 참된 후속작을 만들려면 전작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전작의 장점들을 잘 계승해야한다는 교훈을 준 게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헤일로4를 그렇다고 마냥 못 만든 게임이라고 평가하기엔, 게임의 기본적인 퀄리티는 높습니다.
단지, 헤일로의 후속작으로써 너무 부족한 점이 많았을 뿐입니다.
장점
– 옛날 게임임에도 지금 봐도 아름답고 미려한 그래픽
– 뛰어난 타격감과 총기 사운드, 스피디한 건슈팅
– 재미있는 멀티플레이와 빅팀배틀 모드
단점
– 치명적인 스토리 결함, 후속작 스토리까지 망쳐버린 최악의 스토리
– 불필요하게 흉측하게 바뀌어버린 유닛 디자인
– 부족하고 지루한 캠페인 레벨 디자인, 허무하고 뜬금없는 스토리 전개
– 전작인 리치에 비해 퇴화환 각종 이펙트 효과 (폭발 효과 등)
– 광고에 비해 너무 안습하게 묘사된 새로운 유닛인 선조와 선조 무기들
제 점수는 10점 만점의 7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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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o 4 구입
주문형 게임 버전은 한국어를 지원합니다.긴 잠에서 깨어난 마스터 치프가 복수와 멸족을 꿈꾸는 고대의 악에 맞섭니다. 신비의 행성에 떨어져 새로운 적들과 치명적인 기술에 마주치며 우주는 또 한 번의 위기를 겪게 됩니다. UNSC의 거대 전함 인피니티에서 Halo의 전통적인 멀티 플레이와 스파르탄 옵스를 즐겨 보십시오. 스파르탄 옵스는 드라마 형식의 에피소드와 함께 펼쳐지는 혁신적인 협동 게임 미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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