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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을 민감하게 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요? 그럼에도 우리가 일본을 알아야 하는 이유, 배워야 하는 이유, 혹은 달라져야 하는 이유를 ‘지금 다시, 일본 정독’의 저자 이창민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학과 교수에게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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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시밀리 – 나무위키:대문
2020년 기준 일본 가정의 33%가 가정에 팩스를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하지만 20대의 팩스 보유율은 1.6%, 30대의 팩스 보유율은 7.9%이며, …
Source: namu.wiki
Date Published: 11/10/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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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 KB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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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Published: 2022. 7. 1.
- Video Url link: https://www.youtube.com/watch?v=hj82zuj36pM
코로나도 못 이기는 일본의 팩스문화
일본의 팩스사랑은 유명하지요.
물론 저희 회사에도 팩스가 있고, 현역으로 많이 쓰고 있습니다.
사진과 비슷한 팩스기계를 쓰고 있지요.
팩스오는 경우는 광고가 많지만, 가끔 손글씨 팩스도 옵니다. 팩스보내는 분들이 나이가 있다보니 세로쓰기나 흘려쓰기 악필…
원하는 상품을 적어서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서 보냅니다. 은근히 있습니다.
2018년에 있었던 충격적인 일화가…메일로 용건을 보냈더니
‘메일로는 체크를 못할 가능성이 있으니 앞으로는 꼭 팩스로 연락부탁합니다’
라는 메일이 왔더군요. ㅎㅎㅎ
일본의 팩스 보급률 그래프입니다.
출처:내각부 소비자 동향조사 https://jp.gdfreak.com/public/detail/jp010010005080100024/1
한참때는 팩스보급률이 60프로까지 갔다가 2~3년전부터 보급률이 하락하고 있네요. 지금은 50% 이하로 떨어졌네요.
그래도 회사 업무에서 빠질 수 없습니다. 기업의 팩스보급률은 아마 99%일겁니다. ㅋㅋ
정말 21세기에 팩스를 많이 쓰냐는 질문을 듣곤 하는 데요. 일본회사에서는 정말 많이 씁니다.ㅎ
일본에서 팩스 문화가 보급된 이유는 처음에는 일본어의 특성도 이유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90년대에 워드가 보급되기 전에 키보드로 카타카나, 히라가나, 한자를 모두 입력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물론 기술이 충분히 발달되었는데, 없어지지 않는 이유의 첫번째는 고령화입니다.
새로운 문물을 익히기 힘들고 익숙해진 것을 계속 사용하길 고집하는 인원이 많은 것이죠.
디지털 약자를 배려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하나의 카르텔처럼 되어버린 거죠.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거래처나 손님이 팩스를 쓰니까 어쩔수 없이 쓰고….또 이렇게 팩스를 쓰니까 손님이나 거래처도 또 팩스를 쓰고….무한반복입니다.
그리고 도장을 찍는 문화도 한 몫합니다. 찍어서 보내야 하니까요. 팩스만큼 우편으로도 많이 보냅니다. ㅎㅎ
또한 온라인의 데이터는 언제 어디로 사라질 수 없어서 불안하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손글씨가 더 성의있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깔려 있구요. (특히 이력서는 손글씨가 많습니다. 젊은 친구들인데 말이죠)
이러한 이유들로 쉽게 팩스가 없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많아지면서 이메일 연락에 대해 좀 관대해진 느낌은 듭니다.
얼마전 융자를 받기 위해 스무가지가 넘는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거기서 항상 추가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데 이때는 보통 팩스로 보냅니다.
몇달전부터 융자관련해서 만나고 (열번정도 만났음) 무수한 서류를 내었지만, 아직 저는 담당자의 이메일 주소를 모릅니다. ㅋㅋㅋㅋ
명함에도 은행의 유선전화와 팩스번호가 있을 뿐…..라인 메신져나 개인 전화번호도 모릅니다.ㅋㅋㅋㅋ
융자는 아직 심사중이네요. ㅎㅎㅎ 첫 미팅때부터 대략 두달은 된 것 같은 데 말이죠….
보내는 자료 위에 연필로 받는 담당자 이름을 적고 팩스를 보낸 후, 전화를 걸어서 팩스가 잘 도착했는 지 확인을 합니다.
은행도 그렇고 구청이나 세무서 등 관공서도 기본적으로 같은 흐름입니다.
자주 제출하는 건 온라인 폼을 만들법도 한데…
양식을 다운로드해서 프린트해서 손으로 기입하여 그걸 팩스로 보냅니다.
얼마전에 도쿄시가 코로나 환자 집계를 팩스한대로만 받았다는 게 한국에서도 뉴스에 크게 난 적이 있는데요.
이것이 보건소에서 도쿄시로 보내는 코로나 발생 보고서입니다. 주소 이름 등을 모두 손으로 적어야 합니다.
의료기관이 관할 보건소에 팩스를 보내고 또 보건소가 도쿄시에 환자 정보를 보낼 때 수기로 서류를 작성해 팩스로 전송하는 시스템이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의료기관이 개인 정보를 보호한다며 환자 이름을 이니셜이나 가타카나로 표기하거나, 환자의 주소를 검은펜으로 지워버리는 경우도 있었구요.
접수한 보건소 측에선 다시 의료기관에 전화해 가려진 정보를 일일이 확인한 뒤 도청에 팩스를 보내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습니다.
많을 때는 하루 200명분의 서류가 이 팩스로 들어왔는 데, 도쿄는 쏟아지는 서류를 수신용 팩스 1대로 접수했습니다.
10명 정도가 여기에 달라붙어 다시 확인 작업을 했지만,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기 일쑤였는데, 감염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실수가 발생했다는 해명입니다.
책임 소재를 따질 때도 팩스 통신이 등장했습니다.
환자 정보 누락 당시 도쿄시 측에선 “팩스가 안 왔다”고 해명했는데, 보건소 직원은 “분명히 팩스를 보낸 기록이 남아 있는데도 ‘재발송’을 요구했다고 했습니다.
도쿄는 각 보건소로부터 도착하는 감염자 정보를 집약하는 작업을 둘러싸고, 2020년 5월 11일에는 양성자 111명의 보고 누락과 35명의 중복이, 5월 21일에는 58건의 누락과 11건의 중복이나 착오가 있었다고 공표했습니다.
도쿄시는 이 사태가 벌어진 뒤 30명을 투입해 정보를 관리하고 공유하는 데이터센터를 가동했다고 합니다. 도쿄에서 처음 코로나 감염자가 발생한 지 4개월 만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바뀐 시스템입니다.
의료기관에서 팩스로 보건소로 보내고, 보건소가 다시 팩스로 도쿄시에 보냈던 시스템이었는 데…
바뀐게….팩스 송신은 똑 같이 하고
도쿄가 팩스 받은 내용을 데이터 베이스에 올려서 보건소와 정보공유를 실시간으로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바뀌었다고 해야 할지..좀 애매합니다.
그냥 온라인으로 입력폼 페이지를 만들고 거기다가 입력해서 송신 버튼만 누르게 하면 빠르고 받는 입장에서도 실수도 덜하고 잘 관리될 텐데…어려운 일도 아닌 데 말이죠.
도쿄시도 많은 비판 뒤에 시스템을 바꾼다고는 하였는데 이런 팩스 문화가 당분간 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조금은 이메일이 늘어나고는 있습니다.
코로나로 재택근무 중이어서 팩스를 보낼 수 없으니 이메일로 자료를 보내겠습니다….라고 전화로 미리 양해를 구하면 이메일로 보내도 된다고 하기도 합니다.
ㅋㅋㅋㅋ
일본 국가공무원의 86%가 국회의원에게 문서보낼 때 팩스로 보낸다는 통계도 있네요.
컴퓨터로 만든 문서를 프린터해서 팩스로 보내면 그걸 받아서 다시 컴퓨터에 입력하는 이런 비효율이 얼른 사라졌으면 합니다.
만약에 이번 코로나로 팩스와 도장문화가 사라진다면 코로나는 일본 사회의 디지털 혁명을 일으킨 구세주라 평가받을 겁니다.
그럴 것 같지는 않다만….
일본의 도장 https://analog-japan.com/bbs/board.php?bo_table=analog&wr_id=41
융자서류 https://analog-japan.com/bbs/board.php?bo_table=analog&wr_id=19
‘팩스’와 작별하지 못하는 일본, 왜?
미국 워싱턴의 스미소니언박물관은 최근 구형 팩스 2대를 사들여 수장품 목록에 추가했다. 인터넷과 e메일 사용 인구가 늘면서 팩스는 박물관이 수집하는 골동품이 됐다는 뜻이다. 1980년대 등장해 통신 기기로 인기를 끌었던 팩스는 이제 그 기능만이 ‘복합기(복사기·팩스·스캐너 등의 기능을 모두 갖춘 기기)’에 흡수돼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나라가 있다. 일본이다. 일본 내각부는 2012년 한 해 동안 일반 가정에서 구입한 구형 팩스가 약 170만대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내각부에 따르면 일본 내 기업의 거의 100%가 구형 팩스를 사용하고 있고, 일반 가정의 45%도 구형 팩스를 보유하고 있다. 팩스가 전 세계에서 애용되던 1990년대에도 미국에서 팩스를 갖고 있는 가정이 3%에 그쳤다는 점에 미뤄보면 일본의 팩스 보유율은 진기한 수준이다. 물론 일본에도 인터넷과 e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있다. 일본은 정보통신기술을 비롯한 여러 기술 분야에서 첨단에 서 있는 국가다. 초고속 통신망이 전국에 깔려있고, 고속열차의 최고 시속은 443㎞에 이른다. 일본이 생산한 소비자 가전의 품질은 유럽 제품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기술에 관해서는 아쉬울 것이 없는 곳이다. 그런데도 일본인들은 팩스와 작별하지 못하고 있다.
▲ 온라인 시대에도 기업 100%·가정 50%가 사용
초고령화 ·인쇄 매체 신뢰하는 문화에 제품혁신도 실패,
세계 시장서 고립 ‘갈라파고스증후군’ 해석도
■ 도시락 회사, 매출 급감에 인터넷 주문 포기
스가하라 유이치로(43)는 도시락 배달업체 ‘다마고야’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10여년 전 회사 경영을 현대화하고자 온라인 주문 시스템을 도입했다. 전화와 팩스가 아니라 인터넷으로 도시락을 주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실험은 실패했다. 매출이 빠르게 하락했다. 스가하라는 어쩔 수 없이 온라인을 포기하고 다시 전화와 팩스 주문을 받았다. 줄었던 매출이 금세 회복됐다. 요즘 다마고야에 들어오는 도시락 주문은 하루 6만2000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손님들이 직접 손으로 쓴 팩스 주문서다. 손님들은 “삶은 달걀을 추가해달라”는 등의 요구사항을 ‘편지’처럼 적어 다마고야 팩스로 보낸다. 전화와 팩스 담당 직원 100여명이 이 주문을 처리한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그 비율은 전체의 5%에 불과하다. 인터넷 웹사이트를 관리하고 온라인 주문을 받는 직원도 한 명뿐이다.
사실 1990년대 컴퓨터 워드프로세서가 널리 보급되기 전까지는 일본 언어의 특성상 팩스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다. 키보드로 가타가나와 히라가나, 2000개가 넘는 한자를 입력하는 일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았던 것이다. 키보드 입력이 간편해진 21세기에도 팩스의 인기가 식지 않는 이유로는 우선 일본 사회의 초고령화 추세를 꼽을 수 있다.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는 지난해 9월 현재 3074만명으로 집계돼 처음으로 300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2011년보다 102만명 증가한 것으로, 전체 인구의 24.1%에 해당한다. 75세 이상 인구도 지난해 처음 1500만명을 넘어섰다. 노년층이 인터넷 사용법을 습득하고 e메일로 연락을 주고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점 ‘아이온’이 인터넷뿐만 아니라 전화·팩스 주문까지 받기로 한 것도 노년층 고객을 붙잡기 위해서다. 온라인 판매팀의 빈나카 히데오는 “2008년부터 온라인 주문을 받고 있지만 연령대가 높고 지방에 거주하는 고객일수록 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계약과 거래에 인감 도장을 사용하고, 온라인 자료보다 인쇄 자료를 더 신뢰하는 문화도 팩스의 가치를 높이는 요소다. 정부 공무원들은 인터넷 사용법에 능통할지라도 팩스 쓰는 것을 더 좋아한다. e메일로 받은 자료는 따로 출력해야 하지만 팩스는 받은 그대로 찢어내 상부에 보고하거나 문서 정리함에 보관할 수 있다.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 발생 초기에 후쿠시마 제1원전 측이 정부에 긴급 상황을 알리고자 썼던 통신 기기도 팩스였다. 계약을 진행할 일이 있다면 종이 위에 인감 도장을 찍어 팩스로 보내면 그만이다. 부동산 중개업자 요시노 도요코는 “팩스는 신뢰할 수 있기 때문에 거의 매일 사용한다”고 말했다. 은행 거래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 대부분이 팩스를 이용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일본 최대 범죄조직인 ‘야마구치 구미’조차 조직원의 제명 사실을 공지할 때 팩스를 사용한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반면 온라인상의 거래는 인쇄 자료를 주고받는 것과 달리 언제 어디로 데이터가 사라질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고 느낀다. 인터넷 해킹 범죄와 컴퓨터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도 있다. 더욱이 손으로 직접 작성해 팩스로 보낸 문서에서는 인간적인 감성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일본인들은 컴퓨터로 출력한 문서보다 손글씨 문서를 더 높게 평가한다. 글씨에서 사람의 됨됨이가 드러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서예를 배우며 평생 글씨체를 갈고 닦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BBC방송은 아직도 상당수 일본 기업이 손으로 쓴 이력서를 요구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처럼 유별난 팩스 사랑이 일본 전자업계의 기술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지적한다. 점점 늘어가는 노년층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구형 제품에 집중하다보니 세계 시장을 공략할 신제품 개발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 기업들이 창의적인 디지털 제품을 개발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사이, 일본 기업은 제품 혁신에 실패하고 과거의 명성을 잃었다.
대표적인 예로 가전업계의 선두 주자였던 소니의 몰락을 들 수 있다. 1980~1990년대 소니의 휴대용 음악 재생기기 ‘워크맨’은 젊은이들이 동경하던 제품이었다. 소니는 워크맨의 성공에 취해 MP3 플레이어가 대중화하는 상황에서도 카세트테이프와 CD용 워크맨을 포기하지 않았다. 애플이 2001년 ‘아이팟’을 출시하고 아시아 시장의 문을 두드렸을 때 소니는 이미 시류에 뒤처져 더 이상 애플의 경쟁자가 될 수 없었다. 소니는 2008년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8560억엔(약 10조원)의 손실을 입었다.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의 9분의 1, 애플의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갈라파고스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육지에서 한참 떨어진 갈라파고스가 고유의 생태계를 만든 것처럼, 일본 정보통신기술 산업이 국내 시장에만 주력해 내수용 제품과 서비스를 발전시킨 결과 세계 시장으로부터 격리, 고립돼 버렸다는 뜻이다. 팩스의 인기가 높은 것도 갈라파고스 증후군으로 해석할 수 있다. 조너선 쿠퍼스미스 미국 텍사스 A&M대 교수는 “일본 외 다른 지역에서 팩스는 도도새처럼 멸종되지 않았느냐”며 “일본인들은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들에 집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종이없는 사무실 운동에도 팩스 판매량 되레 늘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내수 시장도 지키기 어렵다. 꾸준히 증가하던 일본의 팩스 판매 건수는 2009년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열풍이 불어닥치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팩스 제조업체들은 매출 신장을 위해 할아버지와 손자가 각각 팩스와 스마트폰으로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구형 팩스에 온라인 통신 기능을 추가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과감하게 팩스 끊기에 도전한 기업도 있다. 이동통신업체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5월 ‘종이 없는 사무실’ 캠페인을 시작했다. 팩스를 없애고 종이 소비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고 환경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서 팩스가 조만간 ‘멸종’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팩스 사용을 자제하기는커녕 되레 없던 팩스 서비스를 신설한 기업도 있다. 2011년 1월 공영방송 NHK는 시청자 가구에 일주일에 한번씩 팩스로 건강과 관련된 생활정보를 보내준다. 시청자들은 팩스기기가 토해낸 따끈한 종이를 손에 쥐고 읽는 재미에 구독 신청을 하고 있다. NHK 대변인 사이쇼 레이코는 “시행 첫 해에만 시청자 49만1000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줄어들던 팩스 판매 대수가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소폭 증가하기도 했다. 적잖은 일본인들이 지진 피해로 파손된 기존 팩스를 버리고 새로 구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직도 현금과 팩스를 쓴다고? 아날로그식 일본 사회
일본은 아직도 ‘현금만’을 고집하는 가게가 상당히 많다 – 사진 출처 ‘야후재팬’
안녕하세요 일본 취업, 일본 생활을 리뷰하는 ‘도쿄 정대리’입니다.
일본은 ‘선진국’의 이미지가 강하며 실제로도 미국, 중국의 뒤를 잇는 세계 경제 규모 3위의 경제 대국입니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소행성의 샘플을 채취하여 귀환한 높은 기술력을 자랑하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이런 일본이 아직도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일본은 아직도 카드보다 현금의 사용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아날로그 기기인 전화, 팩스를 주요 연락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그 때문에 여러 행정분야에서 업무 속도가 굉장히 느린데요. 오늘은 이런 일본 아날로그 문화와 그 이유, 일본 국민들의 반응 등을 소개하겠습니다.
1. 일본의 아날로그 문화
팩스는 일본의 대표적인 서류 전달 방법이다 – 사진 출처 ‘픽사베이’
일본 사회는 운영되는 시스템 자체가 ‘아날로그’식입니다. 식당 혹은 슈퍼마켓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많은 장소에서 카드결제기가 없는 경우가 많죠. 이 때문에 일본인들은 항상 현금이 두둑한 지갑을 들고 다니고 있습니다. 이를 모르는 외국인들이 일본에 방문하여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혹시라도 카드결제가 가능한 곳이라면, 영수증 서명 시에 카드 뒤쪽에 있는 서명란의 ‘아날로그’ 서명과 동일하게 서명을 하지 않으면 재 서명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도쿄에 위치한 일본의 고급 맨션(고급 아파트)에도 집 현관문은 아날로그 방식인 ‘열쇠’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를 너무나도 중요시하는 일본의 문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정보유출이 일어나거나, 카드키 등에 담긴 본인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게 싫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이 ‘아날로그’ 문화는 회사에도 뿌리 깊게 박혀 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IT회사는 그나마 그 정도가 덜한 편이긴 합니다만, 일반적인 회사는 거래처의 업무 상대에게 몇 시쯤 전화를 할지 미리 이메일을 보낸 뒤에 전화를 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습니다. 이메일로 업무에 관한 내용을 보내고 똑같은 내용을 팩스로 한 번 더 보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회사에서도 지금도 도장을 사용하여 결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고 있던 와중에도 도장 결제를 하기 위해 회사에 출근한다는 일본인이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정도입니다. 이러한 일본인들의 도장 사랑은, 일본의 과학기술담당(IT 담당) 장관인 ‘다케모토 나오카즈'(竹本直一) 가 ‘일본의 도장 문화를 지키는 의원 연맹’의 회장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고 많은 일본 문화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아날로그’ 문화의 문제점들이 드러났는데요. 그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코로나 감염자 집계 오류 사건입니다. 공공기관에서 코로나 감염자 수를 팩스로 받아 수기로 직접 집계하여 발표를 하였기 때문에 감염자 수가 누락되거나, 실수로 두 번 계산을 해서 증가되는 실수가 발생한 것입니다. 당시 총리와 도쿄도지사의 불호령이 떨어지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어버렸습니다.
2. 일본이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이유
일본 아날로그 문화의 상징과 같은 ‘도장’ – 사진 출처 ‘야후 재팬’
(1) 변화를 싫어하는 일본 문화
(2) 고령화
(3) 잦은 사회 인프라의 정지
(1) 변화를 싫어하는 일본 문화
일본에는 변화를 싫어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가 있습니다. 규칙과 규율 그리고 전통을 매우 중요시하며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을 몹시도 싫어하는 일본의 문화가 그대로 사회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일본에서 일본과 함께 일하는 한 외국계 기업의 임직원은 ‘일본은 경제대국이지만, 혁신에서는 후진국이다. 일본의 기업가 정신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몹시 궁금하다.’라는 말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2) 고령화
일본의 디지털화를 막는 원인으로 가장 많이 지목되는 원인 중에 하나인 고령화입니다. 세계 제1의 고령화 국가답게 많은 수를 자랑하는 노인계층이 있는데요. 바로 이 노인계층이 디지털화에 적응하지 못할 것을 배려하여, 아날로그식 방식을 고수한다는 의견입니다. 대표적인 디지털 국가인 우리나라의 경우, 소위 ‘디지털 난민’이 노인 계층에서 많이 발생하였습니다. 현재는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지만, 우리나라도 노인 계층에 대한 배려가 조금 더 있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해봅니다.
(3) 잦은 사회 인프라의 정지
일본인들이 현금을 포기하지 못하는 제일 큰 이유입니다. 각종 재난사고가 많은 나라인 일본은 살면서 반드시 한번 이상은 사회 시스템이 멈추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데요. 컴퓨터 등 기존의 ‘디지털 기술’들이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과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죠. 전기와 수도 공급이 중단되는 긴급사태 때 믿을 수 있는 것은 역시 현금뿐이라는 인식이 일본인들의 무의식 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3. 아날로그 방식에 대한 일본 반응
도장을 찍어주는 기계 – 사진 출처 ‘야후 재팬’
이 시대착오적인 기계는 무려 2019년에 개발되었습니다. 일본 회사 ‘히타치’에서 도장을 찍는 날인 작업이 많아, 비효율적이며 업무에 방해가 된다는 사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만든 하이테크 기계입니다. 인식용 스캔 카메라로 도장을 찍을 곳을 자동으로 파악하여 기계가 인감도장을 집어서 인주를 묻히고 정확하게 도장을 찍는 방식입니다. 도장을 찍은 다음 다른 기계 팔로 서류를 넘기는 등의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기계인데요. 이에 대한 일본 자국민의 평가는 어떨까요?
‘일본이 이렇게나 낡았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
‘도장을 스캔해서 문서에 붙여 넣고 인쇄하는 것과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건가? ‘
‘도장을 계속해서 고집하는 거래처 때문에 이런 로봇을 도입했다는 게 너무 굴욕적이다.’
‘쓸데없이 고급 기술이 사용되었다.’
‘가짜 뉴스라고 생각하였다.’
‘정밀 작업용 기계를 이런데 쓰다니 한심하다.’
일본 자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은데요. 특히 젊은 세대들이 더욱 그렇습니다. 사실 기존의 ‘아날로그’식 사회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기 때문에 대체 왜 그렇게 전통과 관행에 집착하며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반문하는 젊은이들도 상당히 있습니다.
특히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일본 자국 내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일본이 이렇게 IT 후진국인지 몰랐다.’라고 이야기하는 성토하는 일본인들도 많이 있습니다.
‘일본 정대리’로 활동하고 있는 저도 일본에 처음 와서 겪은 문화충격을 잊을 수 없는데요.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출입국 관리소에서 6시간 반을 기다린 적이 있으며, 은행에 등록한 이름의 요미 카나(읽는 방법)를 수정하기 위해 은행에서 수많은 서류에 도장을 찍어가며 2시간 이상을 소요하였었습니다.
이사를 가서 새로운 구청에 전입 신고를 하려고 하니, 이전에 살았던 곳의 구청에 가서 주민표를 출력해서 제출해라는 황당한 답변을 들은적도 있습니다. 지금이야 덤덤하게 이야기 하지만, 정말 당시에는 ‘답답해서 죽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수십번은 하였을 정도였습니다.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재일 한국인들이라면 다들 공감하는 내용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일본의 ‘아날로그’ 방식이 강제로 ‘디지털’화 되고 있는 중인데요. 향후에는 일본도 조금은 더 편리한 사회 시스템으로 바뀌기를 기원하면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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