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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테라 – 나무위키

단행본 6권으로 완결. 국내에는 북박스에서 정발했다. 두더지로 한번 우울의 극단으로 치달은 적 있는 후루야 미노루의 두번째 우울 만화. 동급생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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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10/7/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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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uthor: taew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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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te Published: 2021.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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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테라; 성장의 역설?

초반부터 등장하는 배알 꼴리는 판타지적 전개때문에 거부감을 간직한 채로 읽어나갔다. 다 읽고 나니 그러한 설정이 작가의 문제의식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장치였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구모(의 가슴)는 너무 참하기에 아직까지는 작가가 조금 괘씸하다. 다음부터는 나같은 노력파들 배려좀 했으면 좋겠다. 손 안대고 코푸는 놈들은 너무 더럽고 짜증난다. 이러한 귀여운 불만과는 독립적으로, 꽤나 중요한 테마를 진지하고 유쾌하게 다루고 있어 전체적으로 마음에 든 작품이다. 그 많은 관련 리뷰들 중 내가 생각하는 작품의 핵심에 근접한 것은 단 한 개도 없기에 간단히 리뷰를 남겨 놓아야겠다.

내가 생각하는 이 작품의 키워드는 의존, 독립, 그리고 정체성이다. 성장 만화답게 핵심 주제로 다뤄지는 주인공 오기노의 성장의 중추에는 의존적, 관계적 자아와 독립적, 비관계적 자아의 긴장과 대치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오기노의 삶에 나구모가 관계하기 전까지 오기노의 정체성은 거짓된 독립적 자아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당시 오기노에게 다른 이들로부터 자신의 삶의 유일함을 부여해주는 가장 결정적인 내용 두 가지는 타니와키의 관계(정확히 말하여, 타니와키의 꼬봉으로서의 지위와 역할), 그리고 오토바이에 대한 애정이었다. 하지만 오기노는 타니와키와의 관계가 자신의 정체성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부정한다. 그러한 부정을 도와주는 수단이 오토바이에 대한 애정이기도 하다. 바이크에 대한 애정도 결국 거짓된 방식으로 오기노의 자아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기노는 자신과 타니와키의 관계와 유사한 방식으로 타니와키와 관계하고 있는 다카이(돼지)를 제외한 어떤 이들에게도 자신의 그러한 애정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 (물론 그것을 감추려고 한 표면적인 이유는 타니와키에게 뭔 소리 듣기 싫어서였겠지만, 그것에 대한 오기노의 극단적인 두려움을 볼 때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된 더 깊은 동기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오기노의 정체성은, 비록 겉보기에는 그저 존재감없는 평범 혹은 찌질한 학생 중 하나로 보이지만, 극단적인 공허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서두에 내가 귀여운 불만을 지니고 있던 전개, 즉 오기노가 짝사랑하고 있던, 그리고 찌질대느라 말 한마디 못 걸어봤던 오토바이 학원의 퀸카 나구모가 그녀의 친구를 통하여 오기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해온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혐오나 분노가 아닌, 놀랍게도, 호감 내지는 좋아함이었다. 이런 밑도 끝도 없는 방식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나구모와 오기노는 뜨거운 만남을 시작하게 된다. 사귀는 과정에서 여러 사건들이 있었지만, 오기노의 성장 내지 변화의 핵심은 바로 그의 정체성이 나구모의 존재, 나구모와의 관계, 그리고 나구모와의 추억으로 점철되어간 것이다. 나구모와의 관계가 지속됨에 따라, 오기노가 자신의 고유함을 느낄 수 있는 특성들의 대부분은 더 이상 거짓으로 독립된 내용이 아닌, 나구모에 의존적인 내용으로 대체된 것이다. 예쁜 얼굴과 참한 가슴을 가진 나구모의 남자친구란 사실, 언제 어디서 나구모와 첫키스를 하였다는 사실, 나구모의 신뢰와 확신의 대상이라는 사실 등이 자신의 존재의 고유성을 가장 뚜렷이 보여주는 내용들이 된 것이다. 그래서 오기노의 ‘나구모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거 아닐까?’란 의문, 그리고 ‘혹시라도 나구모가 죽는다면 나도 죽어버릴지도…’란 걱정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생생한 실존적 차원에서의 불안함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의 정체성이 타인의 존재 혹은 타인과의 관계에 의하여 구성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을 내포하고 있는듯 하다. 그것은 어떤 이를 타인과 구별되는 유일한 존재로써 만들어주는 특성이 타인과 관련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한 의존적 자아에 내포된 모순에 의하여 위에서의 오기노의 결심과 같이 일견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낭만적 믿음이 생겨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리고 이러한 낭만적 믿음이 없다면 낭만적이며 헌신적인 사랑이 생겨날 수 없는 것 아닐까? 결국 오기노의 헌신에 대한 결단은 자신의 자아에 헌신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오기노도 분명 나구모가 다른 남자에 의하여 행복해지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오기노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자신의 정체성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던 나구모와의 관계가 사라지지 않는 한에서 나구모를 행복하게 해주고자 한 것이다. 만약 자신이 나구모와의 관계를 끊었을 때 그녀가 지금보다 더 행복할 수 있다고 했을 때 오기노는 기쁜 마음으로 그녀를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를 통해 볼 때 오기노의 나구모에 대한 낭만적인 사랑과 헌신의 약속은 나구모로 가득 채워진 자신의 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오기노와 다르게 굉장히 뚜렷하고 독립적인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 코시. 그러한 코시를 죽어라 쫓아다니던 리츠코. 오기노는 리츠코에 대한 코시의 무정함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코시같은 남자 때문에 상처받고 울기에 리츠코는 너무 아릅답기 때문이다. (충분히 예뻐 넌.) 아마 코시는 이미 누군가의 존재에 의하여 자신의 자아가 채워지기에는 너무 뚜렷하게 분화된 정체성을 지니고 있었기에, 그 나이 대에 맞는 감성을 지니고 있지 않았을 수 있다. 혹은 리츠코가 지닌 의존적인 정체성에 의하여 그녀에게서 매력을 못느낀 것일 수도 있다. 오기노와 그렇게 죽이 잘 맞았던 코시는 오기노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한다. 아마 오기노가 그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이기에 둘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나구모와 헤어진 이후 사귀게 된 직장 상사 겸 여자친구 유코. 오기노는 성장했고, 어른이 되었고, 그렇게 되고 싶던 회사원이 되었다. 회사원이 되었기에 성장한 것일 수도, 어른이 된 것일 수도 있다. 고등학생에서 대학을 거치는 장면은 생략한 채 바로 회사원이 된 모습을 보여준 것은 회사가 지니는 안정성, 독립성과 같은 상징성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나구모와의 이별, 그리고 회사원으로써의 경력을 통하여 오기노의 정체성은 나구모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요소들에 의하여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른이 된 상태에서 만난 유코. 그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과연 유코에 대한 사랑과 나구모에 대한 사랑은 같은 종류, 유사한 강도의 사랑일까?

모순과 불안함으로 뒤섞여있던 그의 어른이 되기 전의 자아, 그러한 시절의 자기가 어른이 된 현재의 자기보다 더 재미있는 녀석이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왜 자신의 모든 것이 거짓되었던 혹은 타인의 존재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그 시기를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오토바이 두카티를 계속 갈망하는 것일까? 나에 의한 타인의 행복이 나의 자아감의 뿌리 깊은 만족을 보장하던 그 시기로부터의 이탈 내지 성장은 과연 삶에 대한 만족감의 성장을 수반하는 것일까?

– 작품의 제목인 시가테라는 <열대·아열대 해역의 산호초 주변에 서식하는 유독 어류에 의해서 일어나는 치사율이 낮은 식중독>을 의미한다. 헌데 이 시가테라란 독은 어린 물고기보다 늙은 물고기에게서 더욱 강하게 발생한다고 한다. 성장한다는 것의 본성에 관한 작가의 생각이 투영된 제목인 듯 하다.

– 나와 오기노는 겉보기엔 전혀 다른 것 같지만 그 본질적인 구조에 있어서는 꽤 유사한 성장의 과정을 겪은 것 같다. 아마 많은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요즘의 나를 관찰해보면, 확실히 난 아직 시가테라적 의미에서의 어른은 되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평생 되지 않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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